화요일인 6월 16일,
정기 암벽등반이 있어 노적봉에서 암벽을 타고는 하산주에 그만 발이 빠지고 말았다.
북한산 성문근처 막걸리집에서 1차 마신것이 화근이 돼서 시내로까지 이어지고,
예의 그 폭음의 광란끝에 집에 오니 11시.
그 때 부터가 문제.
며칠 전 동네 친구에게 " 2박 3일 일정으로 거제지맥 종주를 한 번 갈란다" 고 하니,
그럼 나도 함께 가자고 따라 붙는다.
그 친구도 대간과 9정맥을 마치고 지금은 혼자 여러 지맥을 종주하고 있는 중인데,
거제지맥 정보에 왠 떡이냐고 나랑 함께 가잔다.
그 날이 수요일 아침인데 08시 남부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것.
그 친구가 아니면 나야 뭐 하루 쯤 연기해서 혼자 떠나는것 쯤 문제가 아닌데 발설을 해서 약속을 해 버린지라
꼼짝없이 스스로 올가미에 걸려 들었고,
밤 11시 대취한 상태로 집에 도착해서 베낭을 꾸리기 시작 했는데 최소무게로 페킹하는데 어찌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다 마치고 나니 새벽 1시다.
30분이면 끝낼 베낭 꾸리기를 두시간 걸려서 완성.
몇 시간 눈 붙이고 가족이 깨워서 간신히 밥 챙겨먹고 택시타고 터미널로....
거제 고현에 도착한 것이 13시쯤 됐나...
울산, 광양과 더불어 3만불이 넘는 시대를 진작에 맞이한 거제가 어찌나 많이 변했는지,
세월의 변화는 역시 많은것을 바꿔 놔 버리고 그 미래는 누구도 예측 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점심을 간단히 하고 다시 버스로 이동,
사전에 준비한 검색자료 내용대로 명사초등학교 건너편 도로에 " 망산 "이라는 입구 간판이 눈에 뛴다.
대우조선해양 산악회 ' 우정알파인클럽" 회원들이 남북으로 이어진 거제 지맥을(49.5키로) 한 달 동안 개쳑하고 곳곳에 표식기를 꽃아 두었기 때문에 등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산행 시간이 첫날 4시간 둘째 날 11시간 세쨋 날 11시간...
지나는 곳곳마다 조망의 최적지들이 발길을 잡는데 사진을 찍으면 어김없이 역광이여서 안타깝다.
비박으로 잠은 해결하고 식사는 가능하면 직접취사로 해결하는데,
4~5백미터의 고지들을 넘으면서 날은 덥고, 힘은 없고, 숨은 가쁘고, 베낭은 무겁고,....무릅은 저려오고.
웃지 못할 몇가지 일들이 생겨서 가관이였지만 애초 부터 집 떠나면 개고생.
둘째 날 몸이 하도 간지러워 공중탕이 있다는 " 지세포" 고개에서 마감을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마을에 내려갔고 사람들이 일러 주는데로 이리저리 찾아서 목욕탕 굴뚝을 발견하고 달리듯이 닥아가니,
" 매주 목요일은 쉽니다"........에이!!! 떡으랄!!
처음 부터 생각을 안했으면 덜했을텐데 목욕을 할려고 마음먹고 덤볐다가 좌절이 되니 더 몸이 간지럽고 뜨거운 물이 절실해진다.
집에서는 씻는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결국 둘이서 모텔을 알아 보니 4만윈이란다. 산돌아 다닐때는 여러가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돈을 절약하지 않으면 엄청 경비가 많이 든다.
민박집을 알아보자. 민박집도 4만원. 펜션은 8만원.
' 아주머니! 모텔도 4만원인데 민박이 왜 4만원?"
" 우리는 시설이 모텔보다 잘 돼 있소"
다행이 누군가 저~~기 산만댕이에 택시타고 올라가면 찜질방이 있다고 알려 줬고 그리로 직행.
찜질은 생략하고 샤워만 하는데 3천원씩. 감사합니다.
6천원짜리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으로 택시타고 올라 가면서 기사분이 안해도 되는 친절을 베푼다.
" 좋은 비박장소를 알려 줄께요"
하면서 고갯마루에서 좀 못 미치는 곳에 내려주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도로다.
차는 내려가고....
" 이런곳에 아베크족들이 술이라도 한 잔하고 차 몰고 데이트 나왔다가 납작하게 텐트없이 자는 우리 위로 지나가면...아이고 비명횡사"
그기를 비켜서 자리를 잡고 침낭을 펴고 누우니 이번에는 차가 지나가는 괭음들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 최형, 우리 밤새도록 이러고 못잘게 아니라 아예 등산로로 들어 가는게 어때요?"
그래서 밤 11시에 풀었든 베낭을 다시 꾸리고 야간산행을 진행하다가 잔디가 대충 깔린 묘소옆에서 잠을 청하는데 새벽 한 시.
2박 3일간의 긴 등산을 마치고 하산길이 장목면 외포리다.
포구 횃집에 들어가니 잡어회 한 접시에 8만원.
밖으로 돌아 다니면서 비싸다고 생각하면 철저히 안사먹는게 준칙이다.
멸치 회 한 접시 3만원인이라는데,
" 그거 얼른 만들어 줘요 막걸리 두 병이랑 소주 한 병 하고..."
오랫만에 먹어 보는 생멸치 회, 듬뿍 담아 주는데 그 맛은 가히 일품이다.
다시 고현을 경유 심야버스로 집에 오니 토요일 새벽 3시가 넘었다.
일요일 종일 겔겔거리며 사진을 정리해 보니 그 때의 생생한 현장감은 역시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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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도 제밋게 읽고 , 거제 구경도 잘 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