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매칭 시스템에 있어서 독보적인 권위를 지켜온 세계적인 색채기업 팬톤(Pantone Inc.)이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컬러북(Limited-edition Pantone Plus Series)을 한정판으로 출시하였으며, 지난 50년간의 컬러 트렌드와 기업의 BI, 소셜 미디어에서 나타난 컬러 트렌드를 분석하여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하여 발표하였다. 이 작업을 통해 각 시대의 변화에 따른 문화적 흐름을 살펴보고, 2013년 올해의 트렌드 컬러와 그동안 다양하게 진행되어 온 팬톤의 흥미로운 작업들에 관해서도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지 © Pantone Inc.
팬톤의 인포그래픽은 지난 50년의 컬러 트렌드를 10년 단위로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사이키델릭한 60년대부터 자기표현이 강해진 2000년대까지 컬러는 항상 그 시대의 문화가 만들어낸 사고방식과 감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60년대에는 반체제 문화와 사회혁명, 청년 문화의 분출로 통해 사이키델릭한 컬러가 지배적이었다. 활기차고 멋진 런던에서 히피와 마약 문화의 중심지였던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 애시베리(Height-Ashbury)를 그 배경으로 한다. 70년대에는 환경운동과 대공황으로 채도와 명도가 낮은 브라운 컬러가 유행했으며, 80년대 다시 경제가 회복되면서 활기찬 컬러가 돌아왔다. MTV가 팝 뮤직을 더욱 활발하게 하였으며, 멤피스와 일본 문화와 같은 새로운 예술의 영향으로 강렬하고 선명한 컬러들이 많이 나타났다. 90년대에는 그런지 음악과 그라피티, 젠, 일본 만화 영화의 영향으로 미묘하고 섬세한 컬러들이 유행했으며, 2000년대에는 기술혁명과 국제화가 거대한 변화를 이끌며, 미니멀리즘과 이에 반발하는 개인주의적인 문화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컬러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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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부터 팬톤은 해마다 올해의 컬러를 선정해왔다. 색채표준을 제시하는 컬러북으로 유명한 팬톤의 컬러 전문가들은 매년 그해의 시대정신을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컬러를 찾아 발표하면서 컬러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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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톤 컬러 연구소(Pantone Color Institute?)에서 2013년 올해의 트렌드 컬러로 선정한 색은 ‘에메랄드그린(PANTONE 17-5641 Emerald)’이다. 팬톤 컬러 연구소의 리애트리스 아이스맨(Leatrice Eiseman) 소장은 "에메랄드는 균형 잡힌 색깔로 성장과 치유, 일치와 부활을 상징하는 색”이라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자연 친화적인 색”임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또한 그녀는 뉴욕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그린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특히 에메랄드가 2013년 패션뿐 아니라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선도적 색깔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 같은 에메랄드 색상에 대한 제품 출시는 패션, 뷰티 산업에서 멈추지 않고 각종 디자인 분야와 연결되어 식기, 가구, 심지어 자동차까지 그 영역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팬톤이 선정한 ‘에메랄드’ 컬러 칩을 기반으로 ‘2013 팬톤 에메랄드’ 아이폰5 케이스 스페셜 에디션이 제작되었으며, 르크루제의 주방용품, 워터포드(Waterford)가 글라스 제품의 2013년 메인 컬러로 에메랄드 컬러를 사용하였고, 프랑스의 유명 페인트 브랜드 톨렌스(Tollens)도 에메랄드 컬러를 새롭게 상품화했다. GM사는 지난해 가을 "흔치 않은 녹색"이란 이름의 그린 컬러를 색칠한 쉐보레 카마로 ZL1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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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컬러는 최근 패션과 유명 디자이너 의상들, 그리고 레드 카펫에서 떠오르고 있는 컬러이다. 에메랄드의 클래식한 우아함은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여성 정장과 일상복에도 잘 어울리며, 남성 스포츠웨어와 니트, 타이에서도 강렬하게 표현되고 있다. 트레시 리즈(Tracy Reese), 나네트 르포르(Nanette Lepore), 바바라 탱크(Barbara Tfank), NAHM 과 같은 디자이너들이 2013 봄 컬렉션에서 그린 컬러를 채용하였다.
뷰티 분야에서는 PANTONE 17-5641 Emerald를 중심으로 한 Sephora SEPHORA + PANTONE UNIVERSE™ 2013 Color of the Year beauty collection을 제작하여 2013년 3월부터 세포라에서 독점판매 중이다. 에메랄드 컬러는 조화로운 색조로 모든 컬러의 눈동자 색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며 립스틱과 볼 터치에서 주로 사용되는 핑크, 장미, 루비, 보라색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인테리어 분야에서 그린은 치유의 컬러이다. 에메랄드 컬러를 벽이나 악센트 벽, 액세서리로 사용함으로써 공간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웰빙 분위기를 강화시킬 수 있다. 에메랄드 컬러는 현관, 파우더룸, 식당, 공부방 등을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만들어주며, 부엌과 식탁의 소품이나 거실에 악센트 벽 컬러로 사용하여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Jcpenny 백화점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는 팬톤 에메랄드 컬러의 침구, 베게, 목욕 타월과 액세서리 한정판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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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화자가 되었던 컬러는 레드와 블루, 그리고 그린이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레드 컬러는 ‘레드’ 카펫 소식과 미국의 컨트리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새로운 ‘RED’ 앨범, NASA의 ‘붉은’별 화성 탐사 등의 이슈로 지난 1년간 1억 8천6백만 번 언급되었다. 그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컬러는 대통령 선거와 스포츠팀에 많이 사용되는 블루 컬러였으며, 마지막 세 번째 컬러는 환경 문제에 대한 언급과 ‘그린’ 이 들어간 스포츠팀(Green Bay Packers 등)의 소식으로 말미암은 그린 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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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그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상기시키는 중요한 상징이다. 컬러는 브랜드 로고를 인식하는 가장 첫 번째 요소이며, 커스터머의 구매 결정에 50~80%의 영향을 미친다. 모든 컬러는 모두 다른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BI(Brand Identity) 컬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그 의미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샤넬, 구찌, 프라다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은 그들의 로고에 드라마틱하고 세련된 블랙 단일 컬러를 이용한다. 삼성이나 인텔과 같은 IT 기업이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같은 신용카드 회사는 신뢰와 안전을 상징하는 블루 컬러를, 코카콜라, 맥도널드, 리바이스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레드 컬러를 기업 로고에 채용했다. 붉은색은 식감을 돋구는 컬러로 외식업체에 자주 사용되는 컬러이기도 하다. 그 밖에 셸과 호주의 와인메이커 옐로우테일은 혁신적이며 긍정적인 옐로우 컬러를 던킨 도너츠와 환타는 생동감 있고 에너지 넘치는 오렌지 컬러를, 스타벅스는 치유와 자연을 상징하는 그린 컬러를, 벤츠는 매끄러우면서도 시간의 영속성을 상징하는 그레이 컬러를, 빅토리아 시크릿의 서브 브랜드 핑크와 바비 인형은 여성적이면서도 축제와 즐거움을 상징하는 핑크 컬러를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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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톤은 1963년도에 설립된 회사로 본사는 뉴저지(Carlstadt, New Jersey)에 있다. 팬톤의 설립자 로렌스 허버트 (Lawrence Herbert)는 수많은 톤의 컬러에 각각의 고유번호를 붙여 만든 독자적인 컬러 매칭 시스템(Pantone Matching System ?)을 개발하여 컬러 색채 표준을 구축하였다. 오늘날 팬톤칩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뿐만 아니라, 텍스타일, 플라스틱, 건축, 인테리어, 페인트 산업에까지 범용화 되어 커뮤니케이션의 혼선을 막아 주는 산업 디자인계의 컬러 표준으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팬톤은 단순한 컬러칩뿐 아니라 다양하게 적용되어 상품화 되고 있다. 재미있는 소품이나 머그컵, 의자와 같은 일상 용품 디자인에서부터 예술가들의 작업 매체에까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The Human Pantone”은 프랑스 예술가 피에르 데이비드(Pierre David)가 브라질 현대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40명의 모델을 선정하여 이들의 피부톤을 팬톤 컬러칩과 페인트로 제작하여 전시한 독특한 프로젝트이다. 이 작품은 큰 시각적인 충격과 함께 인간 피부색의 아름다움, 다양성과 포용력, 인종 차별 주의에 대한 이슈를 던진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미네아폴리스 출신의 아트 디렉터 데이비드 쉔(David Schwen)이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 그의 사진 작업 “팬톤 페어링(Pantone Pairings)”을 공유해 화제가 되었다. 전형적인 팬톤 컬러칩 대신 동일한 컬러의 음식을 사용하여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디자이너의 위트와 창의성이 돋보인다.
Folding chairs, designed by Selab for Seletti, Flight Stools, designed by Barber Osgerby
The Human Pantone 이미지 © artist Pierre David
Photographs of Food Paired as Pantone Color Swatches 이미지 © www.foodartpairing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