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모일보] 지난번 '전문가들의 예상'을 쓰면서 G조는 토고를 제외한 세 나라의 대등한 싸움이 될 거라고 했었다. 프랑스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개인적 바람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간 프랑스전은 바라보는 느낌이 그랬다.
보통의 경우 연습경기나 훈련 모습을 통해 그 팀의 상태와 경기력을 짐작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경기장에 나서는 코칭스태프의 걸음걸이, 혹은 경기 중 보이는 작고 사소한 모습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지단과 갈라스가 경기 중 보여준 껄끄러운 모습, 지단이 쉬는 게 도리어 팀 경기에 도움이 될 거라는 분석 등은 프랑스팀이 안고 있는 문제를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거기다 프랑스는 그다지 좋은 팬과 언론을 갖고 있지 못한 팀으로 유명하다.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 프랑스 유력지인 르몽드는 1면 전체를 털어서 감독에게 그간 그를 괴롭혔던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에메 자케 감독은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해할 만하다.
이번 월드컵 전의 평가전 때도 프랑스 팬들은 대표팀에 야유를 보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승리를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척 인색하다.
영국은 축구의 종가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축구의 왕국이다. 그래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아직도 특별대접을 받고 있다. 그들만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로 쪼개져 네 장의 예선티켓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영국의 우승 기억은 까마득히 멀기만 하다.
나는 이 두 나라를 보면서 우리 팬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나라도 질 때는 그러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 정도는 어느 나라 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가슴으로 이기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나 불만을 참을 줄 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는 스위스다. 이번 출전국 중 가장 많은 칭찬을 받는 팀이다. 우승후보로서가 아니라 전에 없이 좋은 팀이라는 거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른 선수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지난번 가나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우리 선수들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었다.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었고, 자신감이라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팬들 덕분이다.
감독의 입장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데는 비기기만 해도 되는 것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우가 더 유리하다. 16강에 오르려면 스위스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