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과 상주곶감
손자 결혼식참석차 아들집에 오셨던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 상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부지런히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상주는 옛날부터 곶감 주생산지이기에 곶감은 이 지역의 중요한 소득원이면서 곶감만들기는 삶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곶감을 기계로 많이 깎지만 저희 가정은 양이 많지 않아서 손으로 깎았습니다. 13접 정도(천삼백 개, 한 접은 백개) 곶감을 깎았습니다. 이번에 위험을 무릅쓰고 감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땋았습니다. 곶감용 감은 적어도 10월 마지막 주까지 따야 하는데 저희들은 11월 첫 주에 땋았기에 감의 일부는 단단하지 않고 많이 물렀습니다. 그래서 단단한 감은 곶감으로, 무른 감은 홍시로, 깨어지고 부서진 것은 감식초용으로 분류했습니다. 감나무에 오르느라고 외상도 겪어서 20일 정도가 지났는데도 상흔이 남아있습니다. 곶감을 매어달면서 잘 익기를 기대했습니다.
제가 섬기는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새생명군인교회가는 길에 소양강댐을 지나갑니다. 물이 부족한 댐을 보면서 기도합니다. <하나님! 비를 내려주세요. 소양감댐이 텅텅 비었어요.> 기도응답의 결과일까요? 예상치도 않았던 늦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일부 지역은 해갈되었고 소양감댐도 제법 물이 찼습니다. 예년 11월 강수량의 세 배 이상 되는 늦가을비를 풍족히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곶감이 익어간다는 소식을 기대했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낭보가 아닌 비보였습니다. 곶감을 매어달자 마자 내린 비가 2주 동안 지속되어 모든 곶감에 곰팡이가 피고 일부는 짓물러져서 떨어졌습니다. 86세 된 노모과 함께 세 사람이 3일간 정성껏 작업했던 곶감생산은 결실도 못보고 폭삭 망했습니다.
짚신장수와 우산장수 이야기가 실감이 나네요.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이 좋고 날씨가 좋으면 짚신장수 아들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번 비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기뻐하지만 일부는 힘들어합니다. 저희 어머니와 많은 곶감생산업자들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인 제가 실망할까봐 염려하십니다. 이게 부모 사랑입니다. <어머니! 저는 괜찮아요. 곶감생산농가들! 실망하셨지요. 내년을 기약하고 힘을 냅시다.>
김 영 근 목사<예수사랑, 가족사랑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