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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산 산행기.
-언제:2014.12.20 (토)
-산행코스:주차장->캠핑장->제2등산로->말등바위->칼바위->
고대정->대광봉->삼각봉->고대봉->군부대->수도관
->표범바위->표범폭포->카라반캠핑장->주차장
-산행거리,시간:약8km,4시간
'국민안전처'에서 발송된 "경기 포천 연천 한파경보"
긴급재난문자 메시지가 손전화에 요란하게 울리던 주말,
남한에서 등산이 허용된 산중에서 민통선에서 가장 가깝다는 산,
연천 고대산으로 갑니다.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한다'(조정권 시인)는
직진의 순수성으로 절정의 겨울 한파의 한복판으로 거침없이 들어갔습니다.
동두천역에서 통근열차를 타면
약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경원선이
휴전선에 가로막혀 더 이상 달리 수 없는 신탄리역에 인접하여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대산은
연천군 신서면과 강원도 철원의 경계지점에 솟아 북녘 땅을 볼 수 있는
특급전망대 역할을 하는 산으로
눈덮힌 산정에 오르니 사방으로 펼쳐지는 활달한
일망무제의 조망이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드넒은 철원평야와 625 한국전쟁당시 격전지였던 백마고지,
그 너머로 북녘땅 평강고원이 지척이었고 개성땅 인근의
지장봉과 북대산 향로봉등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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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개념도
등산로 입구에서 고대산에 오르는 길은 세 갈래길입니다.
오른쪽부터 제1등산로, 제2등산로, 제3등산로인데
제1등산로는 완만해서 가장 편안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지만
거리가 좀 멀고 밋밋한 단점이 있고
제2등산로는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지만
가장 빨리 정상에 오를 수 있으며 오르는 내내
볼거리가 다양해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로 알려져있습니다.
흔히 제2등산로를 올라 제3등산로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호합니다.
등산로 초입 캠핑장을 지나면
사실상 제2등산로 들머리인 이곳 이정표 앞에 섭니다.
폭설의 흔적을 고스란히 이고 있는 소박한 나무 이정표가
현재 연천군의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겨울의 끝에는 어김없이 봄이 찾아 오겠지만
그 봄에 싹을 튀우기 위해서는 뿌리를 간직해야만 합니다.
우리내 삶도 유난히 춥고 힘겨운 겨울이지만
가슴속에 희망의 싹을 간직해야 할 이유입니다.
수북히 잠자는 낙엽들 뒤흔들어
깨워놓고 가는 내 발걸음 송구스럽다
놀라지들 말거라
나도 이파리 하나
슬픔을 아는 미물일 따름이니
- 이성부.<길 아닌 곳에 들다>시집'도둑산길'에서
자연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일하지 않는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 괴테
자연은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이이고 위안입니다.
산짐승들도 긴 동면에 들어간 듯 숲은 온통 적막했습니다.
노송과 어우러진 말등바위에서 잠시 가뿐숨을 고릅니다.
말등바위를 지나자 하늘이 열리며 고대봉 능선이 반깁니다.
노송과 조화를 이룬 말등바위를 지나 조금 오르면
양쪽이 수십 길 절벽을 이룬 칼바위 능선을 만납니다.
전망 데크를 설치한 칼바위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고대봉 능선이
가슴을 뛰게 합니다.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 정호승,<결빙>
칼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전망입니다.
철원은 지정학적으로 예로부터 정치,군사적으로 요충지였습니다.
저 너른 철원평야로 나아가서 평야끝자락에 위치한
백마고지를 장악한 뒤,북녘땅 평강고원을 넘볼 수 있고
물러서서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때를 기다려
서울로 통하는 주요 보급로를 장악할 수 있는
천혜의 지형을 갖췄습니다.
6.25 때 저기 보이는 철원평야 북쪽끝 백마고지가
왜 최고의 격전지였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쓸쓸하고 적막한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따뜻한 생명의 계절이 다시 온다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
소나무는 늠름한 기상으로 겨울숲의 한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습니다.
산 아래는 달리고 싶다는 철마가 멈춰선 곳,
경원선 신탄리역이 있는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입니다.
휴전선에 가로막혀 멀게 느껴지지만 교통은 편리한 편입니다.
수도권 전철을 타고 동두천에서 기차로 갈아타면
45분여 만에 경원선 철도 종단점인 신탄리역에 닿을 수 있습니다.
저 아래 신탄리역에서 고대산 입구 주차장까지는
걸어도 10여분이면 충분합니다.
눈덮인 마을 앞에는 최근에 개장했다는
야구장(고대산 베이스볼파크)이 보이고 녹색 그라운드는 흰눈을 가득 담았습니다.
칼바위는 고대산에서 가장 위험하고 험준한 구간이지만
절벽 양쪽으로 굵은 로프로 난간이 설치돼 있어 안전하지만
겨울철에는 아이젠과 스패츠없이 산행이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산아래 산골 마을들은 정적만이 흐르고
뒤로 멀리 북녘땅 평강고원도 겨울이 깊어보입니다.
산촌 사람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눈덮힌 이 적요한 겨울날에
어떤 몽상과 희망을 더듬고 봄을 준비하고 있는지.
매서운 삭풍은 나뭇가지에 작품을 남겨놓고
또다른 산골짜기로 달음질 합니다.
견딜 때까지 견디게나.
최후의 악이 부드럽게 녹아
인격이 될 때까지
고통?
견디게나.
편안한 시간이란 쉬 오지 않는 법.
상처가 깊으면 어때.
깊을수록 정신은 빳빳한 법
생각 끝의 끝에서라도
견디게나.
그 어떤 비난이 떼를 지어 할퀸다 할지라도
벼랑 끝에 선채로 최후를 맞을지라도.
아무렴! 끝끝내 견디다가
산맥의 지리쯤은 미리 익혀 놓은 후
영영 죽을 목숨일 때
바위, 뻐꾸기, 청청한 나무.
뭐 그쯤으로 환생하게.
- 박주택,<지조론>
손금을 보여주는, 나무들도, 불안한 것이다.
그물을 치듯 하늘에 펼쳐놓은 앙상한 나뭇가지들
새들은 대체 어디로 숨은 것일까
부러진 검은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낙엽이 눈보다 더 깊게 쌓여 있다.
사악한 뱀들은 미리 땅 속에 집을 지었으리라
날개 있는 새들은, 맨몸인 나무들은
제 몸이 집임을 보여주기 위해
따로 집을 갖지 않은 것일까
눈비를 맞으며 눈비가 집임을
아, 겨울숲은 그래서 무덤보다 깊어지는 골짜기를
저렇듯 칼날처럼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일까
버린다는 것과 비운다는 것의 차이란
겨울숲에선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만다.
......(하략)
유강희,<겨울 숲에서>
눈쌓인 산길은 탐스럽고 순수하고 그윽했습니다.
흰눈을 뒤집어 썻지만 자연다운 품위와 체면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한낮의 겨울 햇살이 화사하게 숲을 비집고 쏟아져 내려
산중 경관을 섬세하게 조명합니다.
길은 걷는 일이기도 하지만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길은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므로,
길은 가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열려 있으므로,
그러니까 길은 발로 걷는 것보다
마음으로 치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칼바위 능선을 박차 오르면 고대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고대정을 조금 지나면 나타나는 대광봉입니다.
이곳에서부터 고대봉까지는 완만한 능선길로
좌우로 시원스런 조망이 펼쳐지며 겨울산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겨울 산중은 뭐니 뭐니 해도 눈이 소복히 쌓여 있어야 제 맛입니다.
저 산아래 산간 마을들도 지금 눈에 덮여 있습니다.
이 청경하고 수려한 산촌의 겨울이 적설 속에서 깊어갑니다.
새하얀 눈으로 화장하고 분장한 채 절정의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의 개연산 서쪽 송악산으로 갈라진 임진북례성남정맥에서
다시 남쪽으로 가지를 친 지맥에 우뚝 솟은 고대산!
이 지맥을 이고 대간을 따라 보장산 환희봉을 거쳐
종자산을 끝으로 한탄강으로 자취를 감춥니다.
빛이 내리는 산은 지장산이고
보개산(왼쪽) 아래 담터계곡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가르는 도계입니다.
마음은 벌써 저 능선으로 내달려 지장봉에 머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 문태준,<꽃 진 자리에>
고대정 능선에서 바라본 북녘의 산하입니다.
저 산능선 어딘가에 천덕산과 야월산이 있을것입니다.
잠시 스쳐지나는 미지의 인연을 위한 기다림으로!
한파경보가 무색하게 산능선에는 의외로 바람이 잦아들었고
포근한 햇살이 꽁꽁 얼어붙은 산하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삼각봉 능선길에서 바라본 보개산 지장봉에는 빛이 내립니다.
그 옛날 궁예가 왕건에게 쫒겨 후퇴한 길입니다.
저기 보이는 지상봉 너머에는 비무장지대이고
철원 황성터에서 군대를 이끌고 담터계곡을 지나
보개산성으로 후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휴전선이 가로막았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겨울산은 말이 없고 정적만이 흐릅니다.
고대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본 연천군과 북녘땅입니다.
나는 풍경이 사람을 위로해 준다고 믿습니다.
고대산 산행은 모든 순간이 찬란했습니다.
고대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본 포천 방향입니다.
휴전선에 가로막힌 북녘땅 평강 고원이 손에잡힐 듯 가깝습니다.
삼각봉
삼각봉에서 바라본 고대봉 정상입니다.
너른 나무테크를 설치해 군 보급물자를 수송하는 혈기장으로 사용되고
사철 백패커들의 비박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삼각봉 능선길에서 바라본 철원평야와 백마고지
이 마음이 바로 샹그릴라 아니겠는가.
샹그릴라 그것은 보이는 것이 아닌 것.
찾는 것도 아닌 것,저마다 당초부터 갖고 있었던 것,
어둠이 오면 등불을 켜게 하는 것.
- 김윤식,<샹그릴라를 찾아서> 중에서
고대산에서 금학산으로가는 고금능선 너머로 보이는
철원 동송읍내의 철원평야가 평화롭습니다.
고대봉으로 오르는 산길
우듬지에 겨울 햇살이 이명처럼 매달려 있다
초록이 없으므로 햇살은 더이상 빛나지 않는다
나무는 제 발치께를 우두커니 내려다본다
발로 쓸어모으는 기억은 누구에게나 허전한 법이다
한때 웅숭깊었던 그늘의 넓이를 가늠하며
나무는 체온계를 문 아이처럼 생각에 잠긴다
텅 빈 고요가 압박붕대에 묶인 허리춤을 더듬는다
동그랗게 말린 이파리 몇 장이 마저 떨어져
이미 탕진한 삶을 둔탁하게 덧칠한다
저 잎들이 움켜쥔 허공조차 내 몫이 아니었구나
바람도 없는데 나무는 진저리친다
나뭇잎 대신 이명의 햇살이 떨어져내린다
그늘이 있던 자리를 비춘다 배추 속 같이 환하다
나무를 지탱하는 힘은 이제 고요가 아니다
겨울의 빛 / 강연호
고대봉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는 철원군 동송읍이
금학산과 함께 시야에 들어옵니다.
북쪽으로는 6·25 때 격전지였던 백마고지와 철원평야,
그 너머 멀리 북녘땅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고대산에서 바라본 철원 금학산입니다.
후삼국 시대 궁예의 정신적 지주였던 도선국사가 저 금학산 자락에
도성을 세우면 향후 300년간 끄덕없이 나라를 통치할 수 있다고 예언을 했건만
이를 무시한 궁예의 고집으로
철원 북쪽에 있는 고암산(현재는 북녘땅)을 진산으로 정한 후
30년은 커녕 개뿔 18여년만에 망한것을 보면
'학이 막 내려앉은 형국'이라는 저 금학산이 더욱 돋보입니다.
고대산 정상의 표지석 너머로 철원 금학산이 보이고
그 아래 드넓은 철원평야가 펼쳐집니다.
금학산과 이곳 고대산 아래를 흐르는
담터계곡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가릅니다.
고대봉에서 뒤돌아본 삼각봉과 대광봉 고대정
고대봉 너른 나무 테크에 서면 사방으로 활달한 조망이 압권입니다.
철원평야
조망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없어 사진상에 대충 표기를 합니다.
강원도내 제1의 평야로, 영서 북부지방에 있는 이 평야는
삼남지방의 평야지대에 비하면 작지만
평야가 좁은 강원도 내에서는 그 규모가 가장 큽니다.
철원평야는 현무암이 풍화된 비옥한 토양으로
농사에 적합하여 예로부터 철원쌀은 유명합니다.
고대산 고대봉에서 한껏 조망을 즐긴 후
군부대 방향 제3등산로를 통해 하산길의 방향을 잡습니다.
칼바람 눈밭에서도
나무는 당당하다
꽃을 피워내며 몸을 낮추고
잎을 거느리며 가지를 늘어뜨리고
열매를 키우며 몸을 숙이던
나무는
잎도 열매도 모두 내려놓고
겨울날부터
차가운 바람
살이 터지는 추위에도
더욱 몸을 꼿꼿이 세우고
어찌 당당히 맞설 수 있는지
욕심도 버리고
빈 몸이 되면
떳떳할 수 있다는 걸
침묵으로 말한다
- 유창섭(사진작가),<裸木>
고대봉 아래 준봉에 터잡은 군부대입니다.
철원평야와 백마고지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로 손색없어 보입니다.
홀로 외로히 걷는 여행은 자기 자신을 직면하게 만들고,
육체의 제약에서 그리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안락하게 사고하던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순례자들은 아주 긴 도보여행을 마친 후엔
거의 예외 없이 변모된 모습을 느낀다.
이는 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스스로를 직면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발견할 수 없었을 자신의 일부를 만났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표범바위는 암벽 등반 코스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표범바위를 타고 떨어지는 폭포까지 있으니
폭포 등반의 묘미를 만끽 할 수있는 천혜의 등반지를 알게된 셈입니다.
이곳 표범폭포에서 흐르는 물이 동막골계곡을 지나
동서 방향으로 흘러 북에서 남으로 전곡을 거쳐 한탄강으로 흐르다가
임진강으로 합류합니다.
주말임에도 한파 특보 탓인지 산은 호젓하기만 했습니다.
제3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면 카라반이 설치된 캠핑장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신탄리역 방향으로 하산을 완료합니다.
'골이 깊고 높아 고대산'이라는 연천 고대산은
승용차로는 서울에서 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동두천~전곡~연천을 거쳐
신탄리까지 약 1시간30분이면 닿는 거리입니다.
이번 산행으로
다시금 치열한 일상을 살아낼 충만한 동력을 얻었습니다.
-끝.
글,사진:윤선한
이 세상의 어떤 기쁨이든지
다른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이 세상의 어떤 고통이든지
모두 자기 자신만 행복해지려는
욕망에서부터 시작된다.
- <나마스테>중에서
배경음악:Paul Spaeth - Midnight Breeze
첫댓글 문자 그대로 일망무제의 산하와 설국입니다.
겁없이 눈산을 타오르는 윤선한님이 부럽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휼륭한 작품 잘 감상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멋져요....
고대산 갔다 온것처럼 느껴지네요
"철원평야 현무암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지질..." 지질 전문가 포스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