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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정 작가. (사진 = 김대희 기자)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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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디론가 이끄는 환상의 공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 몽환적인 화면 속 동물들이 손짓하며 부르는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부드럽고 때론 섬세하게 그려진 캔버스 속 또 다른 공간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세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자연이미지를 민화에서 차용해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 안에 동물이 등장하는데 작품 속 코끼리나 맹수 등 고유의 성향이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한 모습이에요. 자연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거죠. 격차가 심한 우리 사회와 비교되는 이상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어요. 몽환적이면서 환상의 공간으로 모두가 꿈꾸고 바랄 수 있는 이상공간을 보여주고 싶어요.”
서울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난 최윤정 작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림으로 누구나 쉽고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또한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공간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을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색감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거나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부드러우면서 잔잔한 파장이 시선을 머물게 한다.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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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dow space, 캔버스에 오일, 130.3x162.2cm, 2008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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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 space, 캔버스에 오일, 181.8x227.3cm, 2010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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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부터 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는 그녀는 보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색을 고민했다. 여백이 많은 그녀의 작품은 그 여백마저 따뜻한 계열의 색채를 통해 화면을 포근하게 끌어안는다. 파스텔 계열의 색을 사용하는 그녀의 작품은 실제로 보면 물감의 중첩과 붓질이 살아있지만 이와 달리 사진이나 인쇄물로 봤을 때 수채화라고 오해하기 쉽다고 한다. 유화로 그린 작품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전하는 게 아닐까. 또한 색과 색의 경계가 허물어진 듯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색들의 경계를 없애고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기 위해 수천 번에서 많게는 수만 번 붓질을 해요.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특히 대형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큰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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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 space, 캔버스에 오일, 112x145.5cm, 2010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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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 space, 캔버스에 오일, 112.1x145.5, 2010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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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적 요소 가미 신작 선보인다 이전에는 즉흥적으로 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최근 민화에 대한 공부와 이를 토대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수집하며 민화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전의 즉흥적인 작업과 달리 수집한 민화의 이미지를 화면에 구성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다만 소재는 구상하되 색은 미리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정해진다고 한다.
“민화는 시대상이 반영된 이상공간들이 많아요. 제가 생각하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공간 등 이런 요소들이 많았죠. 이전까지 민화를 차용하면서 나만의 것으로 동물들을 등장시켰는데 이제는 민화적 요소를 넣으면 좋겠다 생각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작품에서 코끼리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코끼리는 바로 그녀를 대변하는, 그녀가 자연 안에 들어가 있는 관찰자로서의 역할이라고 한다. 여기서 동물은 중요한 게 아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기보다 그 안에 같이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요소로서 표현됐다. 그래서 모든 동물들의 성향을 배제하고 자신만의 색으로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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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 space, 캔버스에 오일, 60x150cm, 2010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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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 space, 캔버스에 오일, 112.1X145.5cm, 2010 ⓒ2013 CN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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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미술 자체가 다양해지면서 새롭고 신선한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는 그녀는 자신의 작품은 어렵지 않은 만큼 편하고 쉽게 봐줬으면 좋겠다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껴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현재 하고 있는 평면 작업뿐 아닌 버려진 공간을 색으로 새롭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 작업도 진행한바 있는 그녀는 향후 기회가 된다면 입체나 영상으로도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사실 꼭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대학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자신에게 맞고 해야 할 직업임을 느끼면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학업과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쉽지 않은 길을 걷는 그녀지만 피곤함보다 열정과 행복함이 더 느껴졌다.
“재료와 작업 방식은 그대로 유지해나가겠지만 매체는 바뀔 수도 있어요. 작업에 충실할 수 있고 오래토록 꾸준히 끌어나가는 에너지를 잃지 않으려 해요. 여러 가지 고민이나 환경에 따라 힘든 때도 오겠지만 잘 이겨내도록 노력하겠어요.”
작가로서의 길을 선택한 점에 대해 만족한다는 그녀는 그동안 4번의 개인전을 마쳤고 올해 11월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열게 될 5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그동안 보여준 작업 외에 새로운 신작 위주의 작업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그녀의 얘기에 벌써부터 어떤 작품일지 사뭇 기대가 됐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