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에 대한 세 가지 오해
□ 신강균 기자 :
상도 같은 사극의 영향 때문인지 홍삼 붐이 뜨겁습니다. 홍삼은 인삼에 없는 특이성분이 많아 고혈압과 당뇨치료는 물론 각종 효능에서 인삼보다 탁월하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마치 인삼은 홍삼에 비해 형편없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천년 고려인삼에 대한 갖가지 오해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또 홍삼 측의 이런 차별화 전략은 해외시장에서도 악용돼 한국인삼의 수출이 형편없이 줄어들었습니다.
영상취재 최호진 / 영상편집 방완규 / AD 송옥분
홍콩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인삼의 80% 이상이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인삼 집산지입니다. 그러나 홍콩의 인삼상회마다 수북히 쌓인 것은 거의 다 미국 삼입니다. 인삼 종주국이라는 한국의 인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홍콩시장상인 :
미국 화기삼은 그냥 씻어서 썰어서 차로 마십니다.
화기삼, 또는 서양삼이라고도 불리는 미국 삼은 지난 80년대 초부터 홍콩시장 공략에 나서 20년도 채 안 돼 국제시장을 석권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 지난 90년 1억 6천만 달러였던 한국 인삼의 수출은 1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홍콩시장상인 :
고려인삼을 먹게 되면 승열작용을 해 몸의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하지만 화기삼은 청열작용으로 몸의 열을 식혀준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 홍콩시장상인 :
미국 화기삼은 초창기부터 몸을 차게 만들어주고 어린이나 노인들 그리고 체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다고 인식되어 있고 고려인삼은 열을 올리고 체질에 따라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소문 때문에 한국인삼은 소비가 어렵게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콩 등 동남아지역 사람들은 무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막기 위한 인삼을 먹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려인삼이 열을 올려준다고 알려졌다면 당연히 판로가 막힐 것입니다. 백삼류의 한국인삼이 형편없이 돼버린 홍콩시장에서 그러나 정관장 홍삼만은 아직 한국인삼의 성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삼공사는 정관장 홍삼이 한국 백삼과 다르고 훨씬 뛰어나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삼끼리의 이런 차별화 방법이 정관장 홍삼은 지켰을지 몰라도 전체 고려인삼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계속 재생산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 홍콩시장상인 :
홍콩 사람들은 한국에서 인삼 가운데 좋은 것은 홍삼으로 만들어 수출하고 질이 낮은 것은 백삼의 형태로 국내에서만 유통된다고 알고 있어요.
□ 홍콩시장상인 :
홍삼을 만드는 한국인삼공사의 대주주가 정부라면 자기나라 백삼의 효능도 제대로 알려야 하는데 백삼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없다고 봅니다.
중년의 제일 관심사는 건강입니다. 그렇다고 당장에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어서 중년들은 건강보조식품을 찾는데 요즘엔 홍삼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사람들 입에 입에 전해서 워낙 홍삼이 더 좋대요.
- 혈압이 좀 높은데 그게 좋다고 그래서...
설문조사 결과 모두 25명 가운데 90%가 넘는 22명이 홍삼이 인삼보다 혈압에 더 좋고 다른 효능도 더 낫다고 응답했습니다. 심지어 80%에 달하는 20명은 홍삼이 아예 품종부터 인삼과 다르다고 답했습니다. 인삼은 처리방법에 따라 각각 다르게 불립니다. 삼 밭에서 막 캔 인삼이 수삼, 수삼의 껍질을 얇게 깎아내고 건조시킨 것이 백삼, 그리고 수삼을 증기로 쪄서 말린 것이 홍삼입니다. 홍삼은 말 그대로 불그스레한 빛깔을 띠는데 그 이유는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증기로 찌는 과정에서 색깔이 변한 것입니다. 같은 밭에서 자란 같은 종자인데도 홍삼을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예부터 중국에 진상품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에서 은연중에 고급 고가품이라고 생각해온 데다 최근 계속된 언론보도로 인해 특별하다는 인식이 굳어진 것입니다. 홍삼이 비만을 치료하고 당뇨를 예방한다, 홍삼이 학습능력을 높인다.
□ 2002년 3월 방송 :
수삼보다는 홍삼으로 가공한 인삼이 그런 효능 성분들이 더 많이 생겨납니다.
홍삼분말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낮췄다, 홍삼이 발기부전 환자의 발기력을 향상시켰다.
□ 1998년 8월 방송 :
주로 발기부전 환자들하고 성욕 감소되는 환자들에게... 주로 효과는 먹으면 홍삼정을 먹으면 효과는 한 80% 정도는 효과가 있어요.
홍삼은 환경호르몬 때문에 저하되는 생식능력까지 회복시킨다는 등등 홍삼의 우월성은 끝이 없습니다. 이 보도들은 대부분 한국인삼공사가 지원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인삼의 신비한 효능은 인삼에서 추출된 여러 가지 사포닌의 약리작용이 밝혀지면서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인삼공사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홍삼에서는 백삼에 없는 사포닌 종류들이 새롭게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즉, 수삼을 그냥 말린 백삼에서는 유효 사포닌의 종류가 22가지밖에 되지 않지만 홍삼에서는 9종류가 더 많은 31가지의 사포닌이 분석된다는 것입니다. 홍삼에서만 추가로 특별히 발견된다는 이 9가지의 사포닌의 양은 그러나 0.008%, 0.01%등으로 극히 적은 양입니다. 이 정도를 가지고 홍삼과 백삼이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홍삼에 대해 강의를 나온 인삼공사의 박사도 이 대목에선 자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박종대 / 한국인삼공사 인삼 연초 :
그런데 그게 낫다는 게 과연 통계적인 차이가 있느냐, 또는 그게 낫다는 게 이게 십이면 백이냐 그건 아니에요. 그 성분이 워낙 미량이기 때문에 그 홍삼이 좋다라고 뒷받침할만한 성분의 양은 안 됩니다.
그저 수치가 나왔기 때문에 차별화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홍삼에서만 발견된다는 새로운 종류의 사포닌도 알고 보면 수삼, 백삼에 있던 기존의 사포닌이 열을 받아서 분자구조가 바뀐 것뿐입니다.
□ 이동억 / (주) 일화 전무이사 :
인삼이라는 것이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다들 물에다 달여서 먹기 때문에 홍삼화 되는 것 아니냐...
인삼공사 측에서는 이에 대해 부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새로운 성분의 종류와 양에서 차이가 난다는 반응입니다.
- 그 질문은 제가 하도 많이 들어서... 맞습니다. 백삼을 그런 식으로 끓여도 홍삼의 특이성분이 나옵니다. Rg3라든가 성분이 나오는데 함량에 비하면 좀 적습니다.
그러나 인삼공사는 수삼 백삼에 열을 가해 분석한 연구결과는 없다며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2580은 중앙대학교 인삼산업 연구센터로부터 백삼과 홍삼 엑기스의 유효성분을 각각 분석해 비교한 연구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인삼공사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백삼을 열처리해 만든 엑기스 쪽에서 홍삼에만 있다는 특이성분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포닌의 함량이 더 많이 나왔습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열처리된 백삼 엑기스는 적어도 홍삼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셈입니다.
□ 밝 훈 / (주) 바이오리진 연구소장 :
담배인삼공사가 잘못한 거지, 백삼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인데, 영업의 속성상 홍삼만 얘기해야지, 홍삼 장사하는 사람이 백삼 좋다고 못하지. 그러나 그게 정부공사니까 사실은 다 살렸어야 되는데...
결국 국가기관이나 다름없는 인삼공사가 고려인삼 자체를 연구하지 않고 홍삼의 우월성에만 집착하다가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인삼에 대한 심각한 오해가 점점 증폭돼 왔습니다. 먼저 혈압에는 인삼이 좋지 않다는 오해.
□ 신미숙 :
우리가 혈압 있고 이런 사람은 삼을 안 먹는다 했는데 홍삼은 혈압에도 좋고 그렇다고 그러더라고...
그러나 사실은 인삼이나 홍삼이나 모두다 혈압을 정상으로 만듭니다.
□ 박종대 / 한국인삼공사 인삼연초연구원 :
인삼은 고혈압 환자는 좀 떨어뜨려 주고 정상압은 별로 영향이 없고 저혈압 환자는 약간 상승하게 하는 그러한 임상결과가 일본 약용인삼연구소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와 임상실험의 결과 고려인삼에는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디올계 사포닌과 혈압을 올려주는 트리올계 사포닌이 1:1의 비율로 들어있기 때문에 고혈압은 낮춰주고 저혈압은 올려 주면서 몸의 항상성을 유지시켜준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다음은 열이 있는 사람에게는 인삼이 맞지 않는다는 소문, 그러나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같은 고의서들도 병으로 생긴 고혈을 다스리는 데는 인삼만큼 좋은 약재가 없다고 처방하고 있습니다.
□ 박찬국 / 한의학 박사 :
감기에 제일 많이 쓰는 게 인삼 패독산, 패독산이 가장 많이 쓰는 처방 중에 하나고 그 다음에 소시호탕, 소시호탕이 그게 진짜 열을 치는(내리는) 약인데 거기에도 인삼이 들어간다고.
또 양방에서도 인삼이 열병을 치료하는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 박종대 / 한국인삼공사 인삼연초연구원 :
(고려인삼) 추출물을 투여해 보면 체온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 오히려 용량을 올리니까 체온이 저하되더라. 이것은 이미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에서 연구한 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공방법 하나 가지고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스위스의 세계적인 제약회사는 고려인삼의 유효성분을 표준화한 제품을 개발해서 매년 수천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그 원료는 홍삼이 아니라 한국에서 수입해간 백삼이었습니다. 늦었지만 홍콩시장을 값싼 미국 삼에 뺏긴 이후 무수한 한국 백삼의 엑기스를 내세워 해외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지자체들도 나서서 백삼의 유효성분을 농축시키는 고가의 수출전략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 윤화숙 / 충남도청 인삼세계화 팀장 :
최근에는 인삼 사포닌 뿐 아니라 인삼 다당체, 인삼물의 다당체가 또 면역증강에 아주 좋은 걸로 밝혀져 있고 또 진삼 같은 경우에는 인삼 다당체가 80%가 넘었어요. 그러니까 세계적으로 이런 제품들이 없어요.
쌍둥이 형제나 다름없는 백삼, 홍삼이 서로 다툴 때가 아닙니다. 세계가 놀랄 고려 인삼 신약을 개발하고 고품질의 인삼제품으로 수출시장을 되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삼 종주국의 천년아성을 지킬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이 시급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