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어뢰 시험… 南항만에 ‘핵 쓰나미’ 위협
신진우 기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동아일보 2023-03-25
수중폭발 핵무기 개발 성공 주장 北 “59시간 잠항”… 사전탐지 어려워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 차단 겨냥 北, 수중-공중-지상 핵공격력 과시
北 핵어뢰 ‘해일’ 옆에서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이 시험 발사한 수중 드론 방식의 핵어뢰 ‘핵무인수중공격정’이 수면 아래에서 잠항하며 목표물로 향하고 있다. 북한은 21일 발사한 핵어뢰 ‘해일’이 59시간여 만인 23일 “적 항구를 가상한 (함경남도) 홍원만 수역에 도달해 수중 폭발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어뢰 옆에서 웃고 있다. 뒤쪽에 핵어뢰 설계도로 추정되는 도면이 보인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한국의 주요 항구나 한반도에 전개하는 미국의 핵추진 항모 등 함선을 겨냥한 수중 드론 방식의 ‘핵어뢰’를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은밀하게 작전수역으로 잠항해 수중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 소멸시킬 수 있는 핵무인수중공격정의 수중폭발 시험을 21∼23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22일에는 모형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순항미사일을 600m ‘초저고도’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수중·공중·지상에서 잇따라 핵무기 실전 배치를 과시하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
조선중앙통신은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훈련에 투입한 핵무인수중공격정이 동해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침로를 80∼150m의 심도로 59시간 12분간 잠항한 뒤 23일 적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수역에 도달해 시험용전투부가 수중폭발했다”고 전했다. 특히 “핵무인수중공격정은 임의의 해안이나 항 또는 수상선박에 예선하여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며 실전 배치를 시사했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무제한의 핵전쟁 억제능력을 인식시키기 위한 공세적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북한은 13년 전 천안함 피격 사건 날(3월 26일)을 불과 사흘 앞둔 23일 핵어뢰를 수중폭발시켰다.
군은 이번에 발사된 북한 핵어뢰가 ‘둠스데이’(종말의 날)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핵추진 방식 초대형 핵어뢰 ‘포세이돈’을 모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어뢰에는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위력)∼수십 kt급 핵탄두가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항구를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이다. 수중으로 발사되는 핵어뢰는 레이더 등으로 사전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에 이어 더 은밀하고 기습적인 핵 타격 수단이 전력화 수순에 들어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주한미군이 발사대를 성주 사드기지 밖으로 전개하는 ‘원격 발사대 전개훈련’을 실시했다며 “사드의 방어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하는 훈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핵폭주] 러 핵어뢰, 500m높이 방사능 쓰나미… 수중 폭발로 항구-항모전단 초토화 北 핵전력-발사수단 갈수록 고도화… 南 킬체인 등 3축체계 무력화 우려북한이 발사한 ‘핵어뢰’가 수중폭발해 물기둥을 크게 일으키는 장면. AP 뉴시스
북한이 첫 수중폭발 시험을 했다면서 24일 공개한 ‘핵무인수중공격정’은 수중 드론 형태의 ‘핵어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의 핵어뢰인 ‘포세이돈’을 모방한 수중 핵폭발용 무기를 최초로 공개한 것. 파괴력이 2Mt(메가톤·1Mt은 TNT 100만 t 위력) 이상이어서 ‘둠스데이(종말의 날)’로 불리는 포세이돈은 수중 폭발 시 500m 높이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핵어뢰 개발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 소멸하는 것”이라고 위협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투하 원폭(15∼20kt·1kt은 TNT 1000t 위력) 이상의 핵무기를 한국 항구 인근 수중에서 터뜨려 방사능 쓰나미로 항구를 초토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와 미 증원전력의 항구 접근까지 원천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 수십 kt급 핵 수중 폭발하면 항구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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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으로 투발·폭발하는 핵어뢰는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순항미사일(SLCM)보다 더 은밀하고 기습적인 핵 타격이 가능하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은 레이더 등으로 포착할 수 있지만 수중 핵무기는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전개를 원천 차단하고 대북 킬체인(선제타격) 등 한국형 3축 체계를 무력화하는 비장의 핵병기”라고 전했다.
북한에 따르면 ‘해일’로 명명된 핵어뢰는 21일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투입된 뒤 이틀 이상(59시간 12분) 수심 80∼150m를 8자형 침로로 운항하다가 23일 오후 적 가상 항구(흥원만 수역)에서 수중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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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2∼4노트(시속 약 3.6∼7.2km)로 가정하면 운항 거리는 218∼420km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휴전선 인근 기준으로 한국 동·서해의 주요 항구들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주장대로 상선으로 위장해 공해상에서 핵어뢰를 예인 투입할 경우 주일 미 해군기지도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수십 kt급 원폭이 항구 근처 물속에서 터지면 막대한 살상 파괴와 대규모 방사능 오염으로 항구 기능은 복구 불능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군 당국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한국 내 주요 비행장(공군기지)을, 핵어뢰로 항구 등 미 증원전력의 전개 요충지를 동시다발적으로 선제타격해 무력화하겠다는 협박”이라고 분석했다. ● 킬체인 등 한국형 3축 체계 한계 봉착 우려
북한은 핵어뢰를 11년 전부터 개발한 ‘비밀 병기’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2년간 50여 차례 다양한 최종 단계 시험을 거쳐 작전 배치가 결정됐다”고 해 실전 배치까지 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소형 잠수정 형태의 핵어뢰 2종을 둘러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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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포세이돈은 핵추진으로 핵추진잠수함에서 발사되지만 해일은 대형 배터리를 장착해 해안과 항구, 선박 예인 방식으로 발사된다. 북한이 향후 대형 잠수함을 개발하면 선체에 고정시켜 목표수역에 은밀히 이동해 이탈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육상(이동식발사차량, 열차)과 저수지 발사 탄도·순항미사일, SLBM, SLCM에 이어 핵어뢰까지 북한의 전술핵 타격 수단이 날로 고도화되면서 킬체인 등 한국형 3축 체계가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발표한 무기의 실체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北 “순항미사일도 600m 상공서 핵폭발 시험”신진우 기자 동아일보 2023-03-25 [김정은 핵폭주] 다양한 고도서 전술핵 능력 극대화 내달엔 軍정찰위성 발사 관측도 북한은 22일 발사한 미사일이 전략순항미사일(사진) ‘화살-1’형 2기와 ‘화살-2’형 2기라고 24일 밝혔다. 이들 미사일에 모형 핵탄두를 탑재해 600m ‘초저고도’ 상공에서 공중폭발시키는 시험을 단행했다는 것. 미 증원전력이 발진하는 주일미군 기지를 핵으로 타격하겠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한 원자폭탄인 리틀보이와 팻맨의 폭발 위치는 550m 상공으로 북한이 이번에 터뜨린 고도와 유사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발사된 화살-1, 2형 미사일이 동해에 설정된 1500km와 1800km 거리를 타원 및 ‘8자형’ 궤도를 따라 각각 7557∼7567초와 9118∼9129초 동안 비행해 목표에 명중했다고 이날 주장했다. 순항미사일은 속도는 느리지만 수십 m 초저고도로 궤도를 이리저리 바꿔서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 등으로 탐지 추적하기가 어렵다.
앞서 19일 북한은 모형 전술 핵탄두를 탑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살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800m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고도를 다소 낮춰 600m 상공에서 폭발시켜 다양한 고도에서 핵 전술 능력을 극대화하는 시험을 단행한 것. 탄도·순항미사일 가리지 않고 핵탄두를 탑재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노골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다음 달 군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23일 평양 김일성종합대에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정기회의를 개최해 인공위성 개발 등을 논의했다고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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