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는 두들마을로 향했어요.
'영양' 하면 떠오르는 건 '조지훈과 주실마을' 뿐이었는데 그 외에도 참 좋은 것들이 많네요.
두들마을...
30여 채의 전통가옥이 있는 곳....
여기서 유명한 것은 음식디미방, 석계고택, 석천서당, 이문열 연구소 등입니다.
미리 공부를 많이 하고 가지 못해 좀 아쉬웠어요.
두들마을 입구에서 한 장 찰칵~
기와집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품위가 있습니다.
거대하고 우람한 기와집보다는 작고 낡은 일자형의 기와집이 맘에 쏙 들어옵니다.
기와집과 어울리는 배롱나무...
경북 북부의 안동과 영양 일대에서 살았던 정부인 안동 장씨(15987~1680)가 말년에 저술한 음식 조리서가 바로 음식디미방입니다.
17세기 중엽에 우리 조상들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식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문헌이지요.
다행히 후손들이 내려와 음식디미방을 이어가고 있다네요.
이지현 샘이 디미방 회원이라, 오미자차도 대접받고, 디미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어요.
서울에서 내려와 이곳 음식디미방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부부....
닮은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조근조근 설명을 하는 모습도 똑 닮았더라구요.
오른쪽 사모님은 TV에도 자주 나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곤 한답니다.
(전통가옥을 살기 좋게 고친 모습이...솔직히 저는 아쉬웠답니다. 바닥과 문 등...)
우리가 영양에 내려온다는 소식에 뒤늦게 합류한 배익천 선생님....
영양이 고향이라 제사 지내러 가끔 오시는데 그 날이 바로 요날이었던 겁니다.
참 신기하지요?
규곤시의방...이라고 어렵게 쓰여있지만 원제는 음식디미방이고요.
146 종류의 음식 조리법을 한글로 서술한 최초의 한글 조리서입니다.
위의 책은 오래된 느낌이 나지만 사실은 복사본입니다.
(커피 물에 담그고 해서 저런 느낌을 냈다네요.^^)
시집 온지 삼일 만에 부엌에 들어, 손을 씻고 국물 끓이지만
시어머니의 식성을 몰라서, 어린 소녀(젊은 아낙)를 보내어 먼저 맛보게 하네...(오른쪽 내용)
146가지의 음식 조리법이 적힌 책...
오늘날의 레시피와 크게 다르지 않아, 깜짝 놀랐어요.
일일이 손으로 하나하나 조리법을 정리했는데, 그때가 장씨 부인 나이 일흔이었답니다.
그러니 나이 먹어 글쓰기 힘들다, 하는 말은 하면 안 되겠어요.^^
한적하고 아름다운 두들마을....
소설가 이문열이 문학도 양성을 위해 전통한옥으로 건립한 연구소입니다.
이문열의 많은 소설 속 무대가 바로 이곳 두들 마을이에요.
경상북도에서 도 예산으로 이 연구소를 지어준다 했으나
이문열이 거절하고 자신의 돈을 들여 지었다죠?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그 마음, 우리 작가들이 새겨야할 정신입니다.
문득....
이렇게 넓고 좋은 이곳을 집필실이 필요한 작가들에게 개방하며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지문학관이나 만해집필실 등등처럼요.
이곳에 와서
이문열 작가의 기와 두들마을의 기를 온통 받아 좋은 작품 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문열 생가....
<그해 겨울>,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금시조>,<황제를 위하여>,<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영웅시대> 등의 무대가 된 두들마을...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저녁....
배익천 선생님이 사주신 민물매운탕을 맛있게 먹고
(비리지도 않고 아주 맛있었어요.)
이지현 샘이 예약해 놓은 황토방으로 향했습니다.
배익천 샘은 동생 분과 제사 지내러 가시고요.
이렇게 챙겨주시는 배익천 샘의 너른 마음씨, 꼭 산 같고 바다 같습니다.
후배들은 감동하고 또 감동하였지요.
와인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여름밤
그 밤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비가 살살 내리고 있어 근처를 산책하였지요.
대티골 민박집을 알리는 문패...
참 세련되고 예쁩니다.
툇마루에 앉아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이제 조지훈의 주실마을로 갈 차례입니다.
밧데리를 챙겨가지 못한 저는....
이후로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어, 이것으로 여행기를 마칠까 합니다.
뒷부분(조지훈의 주실마을과 영양 도서관에 간 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첫댓글 1박2일이 아니라 한 사나흘 더 머물고 싶네요. 힐링센타에 다녀온 느낌!
저는 이지현 씨 집에 오래 머물지 못한 게 제일 아쉬워요. 그 사람의 삶을 더 가까이서 더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제가 따라다니기에는 아직 젊은걸까요? 제가 나이들어서 다닐때 같이 다닐 후배가 있을지...
아직 아이가 어리니까 그런 거죠.^^
ㅎㅎㅎ 이야^^ 사진으로 봐도 제가 여행하는 기분이네요~ 마치 지금 컵라면도 먹고 있는 것 같아요^^;; 이문열과 두들마을&음식디미방이 어떤 곳인지.. 생생하게 전달해주어서 감사해요 ^^;; 작가 5분과의 여행~ 다른 이들과는 느낄 수 없고, 나눌 수 없는 그런 색다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복이 정말 많아요~~ ^^
조지훈의 주실마을과 도서관에 가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만난 건 다른 분이 올려주실 거예요^^
정말 예쁜 민박집입니다
툇마루가 너무 좋아요!
저 디미방의 사모님 티비에서 여러번 뵌 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