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11 03:00
-SNS·문자로 '공식 통보'
"한두 살 차이에 간섭·얼차려… 선배들은 MT도 안 왔으면…"
-학과생활 안하는 '과탈족'도
선배들 보복성 행동이지만 스스로 '왕따' 선택하기도
"불편한 점 있지만 속은 편해"
"제발 졸업한 형 누나들 MT에 안 왔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와도 괜찮다고 하는 게 진심이 아니에요."
최근 한 대학교 이름으로 운영되는 SNS 계정에 "(선배들이) 취업 준비는 하지 않고 왜 MT에 따라와서 후배들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 신입생이 올린 글이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여자대학교 일부 학과에선 3학년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가급적 MT에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공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서울의 한 대학 3학년생 박모(22)씨는 "최근 후배들로부터 '선배님들이 개강 총회나 MT에 참여하는 게 불편하네요. 선배님들도 후배들 눈치를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대학교 이름으로 운영되는 SNS 계정에 "(선배들이) 취업 준비는 하지 않고 왜 MT에 따라와서 후배들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 신입생이 올린 글이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여자대학교 일부 학과에선 3학년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가급적 MT에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공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서울의 한 대학 3학년생 박모(22)씨는 "최근 후배들로부터 '선배님들이 개강 총회나 MT에 참여하는 게 불편하네요. 선배님들도 후배들 눈치를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임모(21)씨는 얼마 전 합창 동아리 선배들에게 "동아리에서 탈퇴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임씨는 "한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선배랍시고 이래라저래라 '군기(軍紀)'를 잡는 통에 진절머리가 났다"고 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임씨는 입학 직후 동기생 두 명과 함께 합창 동아리에 가입했다. 하지만 노래는 뒷전이고 밤마다 선배들의 술자리에 불려가 술을 억지로 먹어야 했다고 한다. 임씨는 "간혹 동아리 활동에 불참하면 선배들이 '군기가 빠졌다'며 얼차려를 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며 "탈퇴한 뒤 조금 외롭긴 하지만 속은 편하다"고 했다.
선배들 때문에 왕따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학과 탈퇴를 선언하는 이른바 '과탈족(科脫族)'도 생겨나고 있다. 스스로 '과탈'을 선언하거나 선배들이 '과탈자'로 지목하면 학과 구성원들이 학우(學友)로 인정하지 않아 일종의 '파문'을 당하게 되는 셈이라고 한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군대의 악습으로 꼽히는 '기수 열외'와 유사한 과탈은 체육과·경찰행정학과·간호학과처럼 선후배 간 위계가 엄격한 일부 학과에서 발견된다"며 "대학가에선 과탈을 '아싸(아웃사이더를 지칭하는 은어)'라고 부른다"고 했다.
- 고학번 선배는 가급적 개강 총회나 엠티에 오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모 대학 학생들 사이에 돌았다. /인터넷 캡처
지난해 건국대 학생 커뮤니티가 "새 학기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를 주제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2404명)의 34%(814명)가 "편한 게 최고! '아싸'"라고 답했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사회학)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후배 문화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 소극적이나마 시작된 것이다"며 "한편으론 대학가의 부당한 선후배 간 군기 잡기가 도를 넘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월에는 한 사립대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허락받고 술 마셔라', '극존칭을 쓰라'고 요구하는 SNS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지난달에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일부 학생이 신입생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행동 규정'을 만들어 문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