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의 새로운 1년,
원우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학생회의 첫 발을 내딛으며
용산 철거민 문제와 미디어법 통과,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큼직큼직한 사건들과 함께 올해도 어느새 절반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절반을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자본의 효율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폭염 속에서 민주주의의 후퇴와 불안정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학문을 연구하는 우리들의 고민도 깊어져만 갑니다.
하지만 새롭게 오늘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더 희망찬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연구자로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나 자신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그러한 희망을 안겨줘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Byplayer” 23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원우들 곁에서 그러한 학문적 고민을 함께 나누고 삶의 열정을 키워나가는 파트너이자 조력자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지난 6월 선거에서 당선된 이래로 신임 집행국원을 모집하고 대학원 현안에 대해 대학원장님과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22대 총학생회 평가와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여름LT를 다녀오는 등 새로운 1년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우들의 문제 1: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
23대 학생회를 준비하는 과정 내내 들었던 생각은 원우들이 당면한 대학원 내의 문제가 결코 현 사회문제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중심에는 세상을 조직해 나가는 강력한 원리인 ‘이윤’의 논리가 학문의 공간인 대학사회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학교가 ‘비정규직보호법’의 고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을 명목으로 교내 시간강사 88명을 해고한 일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이며, 바로 우리 연구자들이 직면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대학 강의의 절반가량을 맡고 있는 시간강사는 전임강사의 10% 수준으로 한 학기 200-300만원의 강사료를 받고 있으며 그마저도 방학 중에는 받지 못합니다. 이에 따라 최소 3개의 수업을 맡아야 생계를 어느 정도 꾸려갈 수 있으나 그렇게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강의준비, 강의, 학생상담, 채점, 연구 등 교수·전임강사와 같은 일을 하지만 고용계약서도 없고 4대 보험은 물론이며 연구지원비, 연구 공간, 교재비, 초과 강의료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시간강사의 고용당사자인 대학들은 수백억 원의 이월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라는 요구에는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한사코 거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국회에서 대학의 주장을 십분 감안하여 ‘국비보조’를 통해 전임강사의 절반 수준으로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안이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원우들의 문제 2: 높은 등록금, 부족한 장학금, 열악한 연구 공간
또한 높은 등록금과 부족한 장학금, 그리고 열악한 연구 공간 문제는 너무나 오래된 문제입니다. 대책 없이 늘어나기만 하는 정원, 이미 인상될 대로 인상된 등록금, 여전히 부족한 장학금과 열악한 연구 공간 문제를 개선하라는 목소리에도 학교는 언제나 예산부족을 주장하고, 심지어는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합니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은 노골적으로 돈이 되는 학문만을 지원하는 학교의 정책으로 인해 기초학문분야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학문 고유의 특성과 의의가 ‘이윤’이라는 기준 앞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문·사회계의 경우 2009년 1학기 기준으로 재학생만 약 2천명이 있지만 개인별 전용연구공간은 4-5석 규모의 학과별 합동연구실,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운영하는 40석 규모의 논문작성자열람실, 그리고 중앙도서관에서 운영하는 29석 규모의 캐럴이 전부입니다. 일반열람실의 경우도 200여석 규모의 대학원도서관 열람실과 120여석 규모의 중앙광장 열람실이 전부입니다. 그 중 24시간 열람실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연구공간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대학원생 기숙사, 보육시설문제 등은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학교는 수백억 원의 이월적립을 쌓아두고 오늘도 ‘세계 100대’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학교의 몸집 늘리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목표 안에는 원우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연구 환경을 개선할 방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보입니다. ‘자유?정의?진리’라는 학교의 이념은 점점 무색해져만 가고 원우들과의 괴리감만 더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실입니다.
원우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총학생회
“Byplayer” 23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앞으로 1년 간 원우들의 곁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먼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 문제의 당사자가 바로 우리 연구자들이라는 시실을 인식하고 문제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세종·보건 캠퍼스를 포함하여 모든 원우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 밖에도 학술적으로 ‘학술단체지원사업’의 규모를 확대하여 내실을 기하고, 그간 진행되어 왔던 일상적인 복지사업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 학생회가 되겠습니다.
물론 총학생회의 1년 운영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원우들의 관심과 참여가 함께 한다면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개편되는 홈페이지(krgs.korea.ac.kr)와 대학원 도서관 115호에서 만나 뵙기를 바라며, 연구자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의미 있는 2학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Byplayer” 23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