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알라무트(Alamut) 요새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 알라무트(매의 둥지) 요새
오늘날 이란의 엘부르즈산맥(Elburz Mountains)에 있는 알라무트는 천연의 요새지로 『매의 둥지』라는 뜻으로 해발 2,100m ‘알루아무트’ 산의 꼭대기에 있는데, 깎아지른 절벽 위에 건설한 난공불락의 이 성채(城砦)는 AD 840년경에 처음 지어졌다고 한다.
이슬람 시아(Shia)파의 아사신(Assassin) 분파의 지도자인 하산 사바흐(Hasan Sabbah)는 1090년에 이 성채를 기습, 점령하여 아사신파의 근거지로 삼고 도서관과 훈련소들 세우고 요새를 건설하여 알라무트는 아사신 분파의 본거지가 된다.
이 아사신파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악랄한 암살교단(暗殺敎團)으로 위세를 떨쳤는데 엄격한 규율과 훈련을 통하여 훈련소에서 절대복종의 암살자들을 길러내었다. 이 암살전문가들은 지도자의 지시로 종파상(宗派上)의 적대자, 정적(政敵)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암살하였는데 특수 훈련을 통하여 신출귀몰한 살인 전문가들을 양성하여 오늘날까지도 ‘아사신(Assassin)’은 암살자들의 대명사로 불린다.
영어 발음으로 ‘암살자’라는 뜻인 어쌔신(Assassin)은 페르시아어가 어원으로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환각제(幻覺劑/Hashish)를 복용한 후 암살에 나섰다고 하며 잡히면 눈도 깜빡하지 않고 너무도 태연히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여서 더욱 놀라웠다고 한다.
11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전 아랍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 아사신파의 암살자들은 가까운 나라는 물론 먼 나라의 지도자들도 공격의 대상이었는데 술탄(Sultan/왕)은 물론 대신이나 유명한 장군들도 포함되었는데 어떠한 보호시설도 뚫고 들어가 귀신같이 살해에 성공했다.
여러 나라의 술탄(Sultan/국왕)들은 대규모의 군사들을 이끌고 수차례 이 알라무트 요새를 공격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공격에 참여했던 술탄이나 장군들이 오히려 암살되곤 해서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3세기,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초원의 정복자 칭기즈칸(成吉思汗)의 후예인 몽골(蒙古)에 의해서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알라무트 요새도 마침내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1256년 12월, 알라무트는 몽골의 황제 ‘훌라구 칸’이 이끄는 몽골(蒙古)군에 의해 함락되는데 훌라구 칸은 칭기즈칸의 손자(孫子)이다.
훌리구 칸은 그는 서남아시아와 메소포타미아 및 중앙아시아에 걸치는 광대한 제국인 ‘일 한국(Il 汗國/Ilkhanate)’을 건설하였던 몽골의 위대한 황제이다. 알라무트를 점령한 훌라구 칸은 요새를 철저히 파괴했고 그 안의 도서관과 훈련시설들을 깡그리 불태우고 수많은 아사신들을 학살하여 200년간 악명을 떨치던 아사신은 사실상 괴멸(壞滅)하였다고 하는데, 당시 1만 2천여 권의 귀중한 필사본의 책들이 소장되었던 알라무트 도서관은 밤낮으로 일주일 동안이나 타올랐다고 한다.
이 알라무트 요새는 철통같은 군사적 요새였을 뿐만 아니라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과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요새에 처음 들어서면 마치 천국(天國)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기화요초(琪花瑤草)’는 옥같이 고운 풀에 핀 구슬같이 아름다운 꽃이란 뜻인데 하산 사바흐는 이곳에 자신의 이상세계(理想世界)를 실현하고자 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