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바닥 쳤다 vs 바닥 밑에 지하 있다.
주식시장 매수·신중론 팽팽.
구조조정기 PBR이 낮다고 저평가 판단은 무리.
우리나라 및 중국증시, 외국인들의 양방향 투자가 주가 발목.
(관련내용)(세계일보 2016.02.15)시장이 공포감에 질려 곤두박질칠 때 ‘고수’는 기회를 잡는다. 공포감이 저평가 우량주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한 불안감속에서도 “지금이 투자적기”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가치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저평가 우량주를 사야 할 때”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 가치투자의 고수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과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그런 부류다. 이들은 “지금이 주식 투자의 적기”라며 현 시점에서 가장 투자 유망한 자산으로 주식을 꼽았다.
허 부사장은 15일 “눈앞에 기다릴 여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지금이 공포의 시기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와 가격이 불일치할 때 투자 기회가 생긴다”며 “길게 보는 투자자는 지금 이 상황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리 대표도 “항상 공포가 공포를 유발할 때가 투자 타이밍”이라며 “이럴 때가 가장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아침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임 위원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지표를 보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 향후 상승할 잠재력이 어느 시장보다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길게 보면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낼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금융위가 밝힌 국가별 주식시장 PBR는 미국 2.47, 영국 1.56, 중국 1.13, 일본 1.08배인 데 비해 한국 증시는 0.84에 불과하다. PBR는 주가를 1주당 순자산(장부가격에 의한 주주 소유분)으로 나눈 값으로 1미만이면 주가가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 상태임을 의미한다.(중략)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주식시장의 '바닥 논쟁'이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제 빠질 만큼 빠졌다. 아직도 빠질 룸이 있다'는 주장이 평평히 맞서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하락국면에 접어들면 기본적으로 '가격조정'과 '기간조정'을 거치게 됩니다.
가격조정은 가격이 고점 대비 떨어진 정도를 의미하며, 기간조정은 가격이 떨어진 후에 옆으로 이동하는 정도를 의미 합니다.
현재 글로벌 주요 증시는 고점 대비 20~40%가 떨어져 가격조정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옆으로 이동하는 기간조정은 6개월 이상 이어질 전망이어서 아직까지 공격적인 투자는 제한적인 환경입니다.
우리나라 증시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84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평가 되었다는 의견에는 선듯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있어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산업 구조조정을 거친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증시가 당시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미리 경험한 외국인투자가들이 우리나라 증시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저평가의 한 요인입니다.
일본의 경우 산업 구조조정기에 종합주가지수(니케이225)는 10년에 걸쳐 고점대비 80%가 하락 했으며, 외국인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주가지수선물 중심의 '양방향 트레이딩'에 아직도 갖혀 있습니다. 물론 PBR(주가순자산비율)도 0.8배 이하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종합해보면 투자수익률을 결정하는 90% 이상은 개별 종목의 선택이나 특정 아이템이 아닌 자산배분전략(Asset Allocation)입니다.
현시점이 주식 중심의 공격적 투자시점이냐? 아니면 채권 및 현금(MMF) 중심의 방어적 투자시점이냐?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산을 내려와 골짜기를 걸어가는 중입니다. 중국의 상해증시도 홍콩증시도 마찮가지 입니다.
양시장 모두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나, 공통적인 점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주가지수선물 중심의 밴드 트레이딩(종합주가지수를 특정 지수대에 가두어 두고 양방향 레버리지 투자)으로 상승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분간 '리스크 베팅 보단 리스크 헤지' 중심의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권고합니다.
2016.2.17 글. 이길영/전 한국경제TV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