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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가?방가!>는 가난하고 ‘가방끈도 짧은’ 한국 청년이 ‘백수’ 생활에서 탈출하고자 이주노동자 행세를 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 주인공이 ‘가짜’ 이주노동자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진짜’ 이주노동자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 영화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면서도 이들의 삶과 현실을 현실감 있고 진지하게 다룬 참 좋은 영화다. 나는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웃고 또 웃었다.
나와 이 영화를 함께 본 이주노조 동지들은 때로는 너무 웃겨서 박장대소를 했고 때로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너무나 잘 드러내서 ‘맞아 맞아’ 하며 키득거렸다.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조차 우리의 바람과 희망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속이 후련해 기뻐서 웃어 제쳤다.
이 영화를 함께 본 이주노조 위원장 미셸 동지, 올 여름 향린교회에서 함께 농성을 한 네팔 출신 PB 동지는 주인공 태식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욕들의 뜻과 그 여러 ‘파생어’를 강연하던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그리고 미셸과 PB도 그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다!
PB 동지는 영화 속에 나온 욕들 대부분이 공장에서 매일 들었던 소리라고 했다. 그런데 “낮에는 이런 욕 들어도 참을 수 있는데, 밤 새워 일을 할 때는 몸도 너무 힘든데 욕까지 들으면 정말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사실 노래 가사처럼 우리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그런 장면이다.
이들은 이 영화가 한국에 오려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교육용으로 정말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장밋빛 환상과는 너무나 다른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투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공장 안에서 연좌시위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이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투쟁은 적지 않게 일어났다. 가장 대표적으로 2002년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모르가구’ 공장에서 9개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1백여 명이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여 승리했다.
또 이 영화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항의해 이주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행진을 하는 장면도 2002~2005년까지는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행동들이었다. 나 역시 종종 그 현장에 있었는데 그때 함께 행진을 했던 이주노동자들이 지금은 대부분 강제 추방됐다는 것이 참 씁쓸하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관점으로 우리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이 영화가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