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3탄>
“아부지야~아!”
황소가 나무 그늘에서 게슴츠레 졸고 있고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유월의 한낮, 조용한 농촌마을의 적막을 깨는 고함이 터진다.
“아부지요~오!”
동네 앞 저수지 건너 비탈밭에서 밭 매는 아버지를 선머슴 같은 막내딸이 점심을 차려 놓고 부른다. 존대의 뜻을 가진 경상도 특유의 호격조사 '요'를 붙여 큰 소리로 불렀으나 귀가 좀 어두운 아버지는 대답이 없다.
“아부지예~이!”
이번에는 조사를 ‘예’로 바꾸어 더 큰 소리로 호소하듯 불렀으나, 또 대답이 없다.
“아부지야~아!”
이제는 화가 난 듯 좀 불경스럽게 조사를 ‘야’로 바꾸어 아주 큰 소리로 불러 젖힌다.
“오냐~아!”
그제야 겨우 알아들은 노인은 밭고랑에서 부스스 일어나 대답한다.
6.25 때 서울서 피란 온 카페지기가 시골마을에서 직접 겪은 실화다. 서울서는 그냥 “아버지!” 하고 부를 것을, 경상도 특유의 어미를 바꾸어가며 3단계 크레센도(crescendo)로 아버지를 부르는 사투리의 음악적 억양이 인상 깊어, 그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깔깔웃음은 안 나와도 입가에 미소가 흐르니 이 또한 우스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