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도치기현(栃木県) 닛코시(日光市)로. 토부 철도(東武鉄道)의 특급열차로 닛코선 시모이마이치(下今市)역까지 단숨에 간 후에 키누가와선(鬼怒川線)의 보통열차로 갈아타 신타카토쿠(新高徳)역에 도착한것 까지가 전편의 줄거리였습니다. 왜 여기까지 왔냐고 하면... 근처의 적당한 장소에서 곧 다가올 '그 열차'의 사진을 찍어보려고 한 것이었지요.
그 전에는 잠시 몸풀기(?)로 다른 열차들 사진을 촬영해보면서... 적당한 위치와 구도를 시뮬레이션해 봅니다. 실은 나름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와서, 이곳에서 1시간정도는 머물러야 하니 그냥 오가는 열차들 보면서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것일 뿐이지만요. 열차 하나 등장할때마다 셔터를 하도 많이 눌러대서 이번편은 사진이 좀 많을 것 같으니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ㅠㅠ
키누가와선 보통열차로 운행되는 토부 철도의 20400형 전동차. 사진에 나오는 위치는 사실 키누가와(鬼怒川) 강을 건너는 철교인데요. 분명 아래로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지만 이 구도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으므로 이렇게 대충 설명으로 때워봅니다ㅋㅋ
도로 구석에 박혀있는 '경계(境界)'라고 써있는 표지. 찾아보니 토지 구획의 경계를 확정짓기 위한 용도로 설치해 놓은 표시라고 하는군요.
다음으로 신타카토쿠역 방면에서 등장하는 문제의 열차. 뭐가 문제냐고 하냐면... 이번에는 셔터를 연사모드로 해서 찍었더니 사진 풍년이 와서 이제 편집하려고 보니 쉽지 않네요ㅋㅋㅋㅋㅋ
이어붙여서 gif 사진파일로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실제 열차의 속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철교를 건너는 토부 철도 100계 특급열차. 스페이시아(スペーシア)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100계 전동차는 1990년~91년 사이에 제작되어 저와 동년배인..... 토부 철도에서는 고참급에 속하는 우등열차 차량인데요. 안타깝게도 2020년대 들어 스페이시아X(スペーシアX)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토부 철도 N100계의 등장으로 서서히 대체가 이루어지면서 하나둘씩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연사촬영을 해서 사진이 많은데요. 어디 미술관에 사진 전시회 놀러왔다... 긴 통로를 따라 관람하고있다... SL타이쥬는 전시관 맨 마지막 방에 있다... 라고 생각해주시고 아무쪼록 양해를 부탁드립니다ㅠㅠ
오쿠와(大桑)역 방면에서 철교를 건너 다가오는 '리버티(リバティ)' 토부 철도 500계 전동차. 아사쿠사(浅草)역을 출발하여 키누가와온센(鬼怒川温泉)역으로 향하는 특급 리버티 키누(リバティ鬼怒) 열차로 운행중입니다.
강 이름인 키누(鬼怒)는 그냥 한자만 보면 귀신(오니)의 분노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무척이나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이름인 것 처럼 보이는데요. 실은 일대의 옛 지명인 毛野(케노 혹은 케누) → 衣 또는 絹 → 鬼怒로 비슷한 발음을 놓고 표기 한자만 바뀌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지명들이 다 그렇죠 뭐...ㅎㅎ
타카토쿠역, 키누가와온센역 방면으로 떠나가는 특급 리버티 키누. 이 특급열차는 신타카토쿠역에도 정차합니다.
양쪽 방향으로 오가는 보통열차. 위에는 '24431' 아래에는 '24445'라고 써있는 서로 다른 차량입니다ㅎㅎ
그리고 드디어... 시모이마이치역을 출발해 키누가와온센역으로 가는 SL타이쥬의 등장! 제가 온갖 현장(?)을 함께한 이 DSLR 카메라(캐논 650D)를 사고 11년만에 처음으로 RAW파일 저장세팅을 하고 사진을 찍어보았는데요. 솔직히 별 의미는 없었음...ㅜㅜ
SL타이쥬의 통과 예정시각. 그 직전부터 멀리서 들려오는, 육중한 움직임 소리와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는 SL타이쥬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알려주었고, 저는 시뮬레이션을 마쳐둔 자리에서 촬영자세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마침내 선두의 증기기관차가 키누가와교량(鬼怒川橋梁)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철교 구간에 진입하는 SL타이쥬.
증기기관차라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에 진작에 사라져 버린, 그야말로 과거의 유물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런 유물이 지금 2025년에 살아서 정규 열차가 운행되는 선로 구간을 달리고 있습니다. 오로지 이것 하나를 위해... 이 맛 한번 보려고 제가 이곳까지 찾아온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SL타이쥬는 여객운송보다는 팬서비스(?)를 위한 관광열차이고, 그래서인지 상당히 느릿느릿하게 움직입니다. 모든 역에 정차하는 보통열차도 30분이면 주파하는 시모이마이치-키누가와온센 구간을 SL타이쥬는 37분 걸려서 가는데요.
대신 선로 주변의 도로나 공터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승무원들이 손을 흔들어주는 등 서로 호응해주고, 가끔 기적도 울려주고 하면서 마치 퍼레이드를 벌이듯이 위풍당당하게 철길을 지나갑니다. 이 열차가 지나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축제인 셈이지요.
증기기관차의 시끄러운 기적소리와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 이것도 여행객들에게는 낭만이겠지만 주변 거주민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않은 것일 수도 있겠는데요. 토부 철도 측에서도 이 열차의 원활한 운행을 위해 주민 협조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입니다.
토부 철도에서 운영하는 SL타이쥬 홈페이지에 이러한 지역 협력에 대해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기도 하지요.
기차가 다니는 모습을 나타내는 '칙칙폭폭'이라는 단어. 일본에서는 '슛슛폿포(シュッシュッポッポ)'라고 표현한다는 것 같은데요. 지금도 달리는 기차를 말로 묘사할때 흔히 '칙칙폭폭' 하고는 하지만... 실은 고속열차나 전동차가 이런 소리를 내지는 않잖아요... 그 유래를 알고 싶으면 이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되겠습니다ㅋㅋㅋ
흰 연기와 검은 연기를 같이 내뿜으며 달리는 증기기관차. SL타이쥬는 실제로 석탄을 때서 달리기때문에 검은 매연이 제법 나오는 편인데요. 예전에 시즈오카현(静岡県)에 있는 오이가와 철도(大井川鉄道)의 증기기관차 관광열차를 타본적이 있는데, 한여름이어서 창문을 다 열고 다니는 바람에 터널에 들어갈때마다 피부가 온통 검댕범벅이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드디어 철교를 건넌 증기기관차. 토부 철도에서는 운행이 가능한 C11형 증기기관차를 3대 보유하고 있는데, 위의 SL타이쥬 열차는 1947년에 제작된 C11 123호가 이끌고 있습니다. 원래 이 기관차는 C11의 1호였다고 하는데 토부 철도에게 양도되면서 당시 설립 123주년을 맞이하려고 하던 토부 철도의 이런저런 의미를 담아서 123호로 바꾸었다고 하네요.
저에게도 손을 흔들어주며 SL타이쥬는 지나갔습니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요. SL타이쥬의 '타이쥬(大樹)'는 그냥 보면 '큰 나무'라는 뜻이지만 장군을 달리 일컫는 말이기도 하여서, 일본에서는 전국시대를 완전히 끝내고 에도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애칭이었다고 합니다. 이게 뭔 상관이냐고 하면... 닛코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닛코 동조궁(日光東照宮)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를 주신으로 삼고 있는 신사이기 때문에 연관이 있게 된 것이지요.
드디어 철교 앞에서 1시간의 머무름을 끝내고 철수합니다. 저 말고도 같은 장소에 SL타이쥬를 찍기 위해 오신 한분이 더 계셨었는데, 열차가 지나간 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한마디를 건네고 왔습니다. 거기에 제가 좀더 앞쪽에 나와있었어서 혹시 방해가 되지 않았나 여쭤보았는데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 이제 저는, 아까 먼저 가버린 SL타이쥬를 잡기위해 보통열차를 타고 키누가와온센(鬼怒川温泉)역으로 가보겠습니다! 보니까 아까 철교에서 봤던 보통열차군ㅋㅋ
첫댓글 좋은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SL타이쥬를 타려면 시모이마이치까지 가야 해서 저같이 JR패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가기가 그리 쉽지는 않지만 치치부철도 SL팔레오랑 같이 SL을 수도권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며 좋은 경험 하신 것 같습니다. 20400형 사진을 편성도감에 올리려 하는데 가능하시죠? 소중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행기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여행기도 재미있게 만들어 보겠습니다ㅎㅎ 물론 도감에 올릴 사진이라면 얼마든지 사용하셔도 됩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이날 날짜는 2025.3.22(토) 입니다!
@여기 감사합니다 ^^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은 시즈오카에 있는 쿠노잔 토쇼쿠에 있습니다.
토쇼쿠(동조궁)의 총본산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maps.app.goo.gl/6QoDiN49TpJCnsUC8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시즈오카에서 죽어서 실제 무덤이 있는것이군요...ㅎㅎ 여행기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