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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광뢰마
마대위가 맹주와의 독대를 마치고 천룡전을 나오자 홍소미와 천비각주 소염옹 동방백은 즉시 천룡전으로 불려갔다.
아마도 맹주는 마대위의 말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뭔가 정보를 얻고자 하는 듯 했다.
마대위는 쌍칼등 아우들과 함께 숙소로 안내되었는데 각자에게 모두 방이 하나씩 주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마대위 방에 옹기종기 모여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마대위의 방이 가장 컸고,
큼직한 탁자와 의자까지 충분히 있었기에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그때부터 마대위와 쌍칼 등은 실컷 먹고 마시는 데 열중하기로 했다. 무림맹을 떠난 이후에 벌어지게 될 일들은 크나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이처럼 편안한 자리에서 두 번 다시 술잔을 기울일 기회조차 없을지 모르니 말이다.
쌍칼등은 무림사미의 한 명인 홍소미와도 함께 잔을 나누고 싶어 했지만 그녀는 첫날 한번만 찾아와 마대위를 잠시 만나고 갔을 뿐이었다.
그녀로서도 긴박한 무림정세 때문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던 것이다.
맹주가 약속했던 이틀은 삽시간에 지나가버렸다. 마대위와 쌍칼등은 정신없이 먹고 마시느라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였던 것이다.
마대위는 또다시 천룡전으로 가게 되었는데, 외관이 다소 부스스하긴 했지만 운기를 통해 술기운은 모두 몰아내었기에 정신만은 맑았다.
그가 천룡전에 들자 무제 사도헌이 홀로 앉아 있었는데, 마대위가 내공을 끌어올려 기척을 살펴보니 수신호위들 조차 한 명도 없었다.
무제 사도헌은 마대위가 들어오자 즉시 자리를 권했다.
“여기 앉게.”
마대위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자리에 앉았다.
사도헌이 마대위의 부스스한 모습을 보더니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틀 동안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술만 마셨다고 들었네. 허허, 대단한 주량일세.”
마대위도 싱긋 웃었다.
“후후, 역시 무림맹이더이다. 술과 음식이 최고였소. 반반한 계집만 옆에…, 험험. 그러니까 기루로 착각할 만큼 좋았다는 얘기요. 그건 그렇고…….”
그가 말을 멈춘 후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흠! 아무도 없는 걸 보니 내 말을 믿기로 했나 보오. 그렇지 않소?”
“천비각으로부터 여러 가지 상황들을 들어보았더니 자네가 한 말의 아귀가 그런대로 들어맞더군.
미심쩍은 부분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윤곽을 흐릴 수준은 아니었네.”
“당연히 그럴 거요. 얘기 안한 게 조금 있긴 하지만 거짓말을 한 적은 없으니 말이오.”
무제 사도헌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나? 천마존은 노부와 언제, 어떤 식으로 만나겠다고 하던가?”
“일단은 좀 기다려야 할 거요. 내가 천외패황궁으로 달려가 패황을 만나야 하니까. 패황도 여기에 동의를 하면 그때 다시 연락을 취할 거요.”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마대위가 코웃음을 쳤다.
“흥! 그러진 못할거요. 무림맹과 마교가 손을 잡는다고 하면 아마 버선발로라도 뛰어올 거요.”
무제 사도헌이 쓴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이 마교주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나 어이하랴.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은 찾을 수 없으니.
마대위가 갑자기 코를 바싹 들이 밀었다.
“헌데 궁금한 게 있소.”
사도헌이 흠칫 뒤로 물러서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뭔가?”
“내가 듣기에 패황의 둘째아들을 정파에서 처참하게 살해하는 바람에 이 난리가 벌어졌다는데, 정말 정파에서 그런 거요?”
마대위의 질문에 사도헌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어렵군.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네. 그리고 범인이 누구냐는 문제도
명확한 증거보다는 그 죽음과 관련이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네. 천외패황궁은 피살자가 정파의 무공에 의해 죽었으니
범인도 정파라고 했는데…, 천하를 삼분하는 대문파에 모두 바보들만 모여 있어서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할 수는 없네.
범인은 중원으로 뛰쳐나가 명성을 떨쳐보려 안달이 난 천외패황궁 내부인일 수도 있고, 천하를 집어삼키려는 암중세력일 수도 있겠지.”
마대위는 짐짓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저지른 거요?”
“내 말하지 않았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그럼 뭐가 중요하다는 거요?”
“천외패황궁은 중원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뜻을 굳혔고, 그 준비단계로서 제령에 새로운 궁을 건설하기 시작했지.”
제령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대위의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사도헌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 본맹은 소림과 무당으로 하여금 나서게 해서 고립시켰지. 그러니 보급로가 차단되어 궁의 신축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네. 그 상황에서 사건이 터진 거지. 천외패황궁내에서 중원진출을 원하던 세력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일이야.”
“말하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에다가…….”
마대위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사도헌이 끼어들었다
“불을 지른 격이지.”
그의 말을 끝으로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마대위는 더 말해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라 생각했다. 그는 이만 무림맹을 떠날 생각을 하고, 맹주에게 말했다.
“어쨌든 내 밤새 달려서라도 한달 안에는 담판을 짓고, 소식을 전하겠소.”
“한달이라…, 요동까지 가는 시간으로도 부족하겠군. 그래, 소식은 어떤 식으로 전할텐가?”
“일단 개방을 통하겠소. 그 내용은…….”
마대위는 대전 안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심이 되지 않는지 전음으로 이야기했다.
그의 전음을 들은 무제 사도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개방으로부터 그런 소식이 전해 온다면 즉시 약속장소로 나가도록 하지.”
“그럼 난 이만 가 보도록 하겠소.”
“자네의 임무가 막중하군. 조심하도록 하게.”
마대위는 사도헌을 향해 한번 시익 웃어주고는 대전을 나왔다. 그는 무림맹을 떠나기 앞서 홍소미를 한번 더 만나려고 했지만
그녀는 일이 있어 몸을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대위는 쌍칼등과 함께 무림맹을 떠났다. 그리고 관도를 따라 쉬지 않고 말을 달렸기에
보름 만에 제령 인근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마대위는 애초의 계획대로 사강룡만 자신과 동행하기로 하고 쌍칼등 동생들과는 헤어졌다.
그들은 물기 어린 눈으로 마대위를 바라본 후, 각자 자신이 맡은 지역으로 길을 떠났다.
아마도 그들의 무공이면 무림에서 크게 이름을 떨칠 수는 없겠지만 건달들의 세계에서는 거의 신으로 군림하고도 남을 것이다.
마대위가 그들과 헤어져 다시 요동으로 향한지 열흘이 흐르자 어느 듯 하북성의 경계에 이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나흘 정도만 더 간다면 천외패황궁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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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산등성이에 잠시 말을 멈춘 두 사람은 바위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룡아.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진주 언가로 가자. 이 형님이 도와주마.”
“아닙니다, 형님. 저 혼자로도 충분합니다. 가문의 일로 형님께 폐를 끼치긴 싫습니다.”
“그렇지 않다. 네 할아버지는 내게 있어서도 사부나 마찬가지셨다.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형님…….”
사강룡이 말을 잇지 못하자 마대위가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자, 다시 출발하자. 서두르면 내일까지는 천외패황궁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두 사람은 다시 말에 올랐다.
한동안 말을 달리던 두 사람은 산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관도로 가면 더욱 편한 길로 갈 수 있었지만 서두르다보니 산을 넘게 되었던 것이다.
벽력산(霹靂山).
끊임없이 천둥치는 듯한 굉음이 들려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그 산에는 엄청나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있어
그러한 굉음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급류가 되어 산 아래로 흘러가는데, 그 물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지류들과 만나게 된다.
결국 지류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데 그게 바로 요동 제일의 강인 흑룡강이다.
그러니 이 벽력산의 폭포가 바로 흑룡강의 발원지가 되는 것이다.
마대위는 거칠게 흘러가는 급류를 따라 천천히 말을 몰았는데, 아무리 천외패황궁에 가는 일이 급하다고 해도 흰 거품을 뿜어내며
흘러가는 노도와 같은 물줄기의 장관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연신 감탄성을 터뜨리며 길을 가던 두 사람은 뭔가에 깜짝 놀라 멈추었다.
“이 보슈, 노인장!”
마대위가 급히 소리치며 말에서 내렸다. 약 십여 장 앞에 어떤 노인이 강둑에 뒷짐을 한 채 서 있었는데
급류가 코앞에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라 무척 위태로워보였다. 마치 자살이라도 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상황이었다.
사강룡에 노인에게 달려가려 하자 마대위가 붙들었다. 갑자기 놀라게 하면 둑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대위와 사강룡은 말을 내버려둔 채 천천히 노인에게 다가갔다. 점차 노인에게 가까워지는 가운데 마대위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노인으로부터 무공을 익힌 기색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사강룡 또한 경계하는 듯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마대위로서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흔히들 말하는 감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삼장 앞까지 다가서자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희끗한 백발에 단아한 용모의, 그야말로 선풍도골(仙風道骨)같은 느낌을 주는 노인이었다.
마대위는 현자처럼 깊이 있는 눈빛을 가진 이 노인이 거친 물살에 몸을 던져 자살 따위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노인은 다시 거친 물살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물살이 왜 이다지도 거칠게 흘러가는지 아느냐?”
이미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두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공을 잔뜩 끌어올린 채 금방이라도 무공을 발휘할 태세였다.
묵묵히 서 있던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엄청난 대자연의 힘이 이 안에 숨어있기 때문이지. 그 힘이 가장 부드러울 때에는 물이 되었다가 가벼워지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지. 결국 구름 속에서 이 기운은 하나로 모이게 되는데, 그걸 일컬어 뭐라 하는지 아느냐?”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마대위와 사강룡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
순간 마대위와 사강룡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한 기세가 그 노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이럴 수가…….’
마대위는 믿을 수 없었다. 천하에 이처럼 가공할 기세를 가진 사람은 처음 보았던 것이다. 아마도 마교에서 보았던 광운마나 천마존 조차
이 사람에 비한다면 손색이 있을 정도였다.
경악하는 마대위의 귀에 노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바로 뇌(雷)의 기운이다.”
말이 끝나는 순간 노인의 몸에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마대위는 본능적으로 사강룡을 감싸 안듯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도망…, 큭!”
사강룡에게 미쳐 도망가라는 짧은 말도 채 끝내지 못한 채 마대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강룡으로서는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단지 어디선가 번개가 치더니 마대위가 앞으로 쓰러지며 자신의 품에 안기는 게 아닌가.
“형님!”
그는 마대위의 등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시커멓게 탔다는 것을 발견했다.
번쩍!
순간 또다시 전광이 번뜩이더니 마대위가 끓는 물속으로 빠진 잉어마냥 튀어 올랐다. 그 충격에 사강룡은 마대위와 부딪쳐 늑골이 부러져 나갔다.
“크윽!”
비명과 함께 선혈을 토하며 사강룡은 훨훨 날아가 급류 속으로 빠졌다.
그때 뭔가 희끗한 그림자가 스치는 듯 하더니 노인의 신형이 어느새 사강룡이 떨어진 급류 옆 강둑에 나타났다. 마치 공간을 초월한 듯한 극쾌의 신법이었다.
번쩍!
그의 손에서 다시 한번 번뜩인 전광이 급류에 작열했고, 수백 수천 줄기의 번개가 급류 위를 타고 흘렀다. 아마도 사강룡을 확실히 죽이려는 듯 하다.
노인은 다소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살진 못하겠지…….”
그때였다. 어디선가 고통에 찬 신음성이 들려온 것은.
“으…….”
노인의 시선이 한쪽에 휴지조각처럼 처박혀 있는 마대위를 향했다.
“과연 대력금강기로구나.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걸 보면.”
마대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는데 그의 등은 마치 가뭄의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다. 게다가 검붉은 핏물이 검게 탄 상처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그가 힘겨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 사마의 대형인…, 광뢰…, 광뢰마로구나…….”
노인, 아니 광뢰마(狂雷魔) 단벽(單檗)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자애로워 보여,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바라보는 듯 하다.
“아이야. 본좌가 사람을 죽여보지 않은 지가 이십년이 넘었는데, 네 덕분에 그걸 깨어야겠구나.”
마대위가 이를 갈며 쥐어짜듯 말했다.
“개…, 개소리.”
“사실이니라. 본좌는 그동안 중요한 무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살생은 금해 왔느니라.”
그의 말에 마대위의 얼굴에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서, 설마 무상광천뢰(無上廣天雷)를 완성했다는…….”
노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짙어졌다.
“무상광천뢰공은 과거에 임시로 불렀던 무공이니라. 원래 이건 대암흑마교의 위대하신 암흑마신으로부터 유래한
천상천하유아독존무극무상신공(天上天下唯我獨尊無極無上神功)이니라.”
무슨 이야기꾼이 절세의 신공을 과장하기 위해 떠벌리는 걸 듣는 느낌이었지만 마대위로서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이름을 가진 무공이 있다면 방금 광뢰마가 시전한 이것보다 더 잘 어울릴 만한 무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천하에 그 무엇으로도 뚫지 못했던 대력금강기를 종잇장 찢듯 찢어발기고 들어와 깊은 외상까지 입혔지 않은가.
마대위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느냐?”
“허허, 너무 많은 걸 묻는구나. 좋다. 곧 죽을 아이이니 본좌가 특별히 말해 주도록 하마. 본좌는 천외패황궁의 태상장로이니라.”
“태상장로…?”
마대위는 천외패황궁의 태상장로가 어느 정도의 실세를 갖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궁의 원로들의 수좌가 바로 그라는 생각을 하니
결코 가벼운 자리는 아니리라 생각했다.
그가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
“대종사님…, 대종사님께서 돌아가셨는 줄 아느냐? 아, 아직까지 살아계시다.”
마교에서 광운마는 대종사의 후광만으로 도망치고 말았기에 마대위는 다시 그의 이름을 끄집어낸 것이다.
그러나 광뢰마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게 아닌가.
“허허허, 아이야. 본좌가 천산의 후예를 두려워하는 줄 아느냐? 이제는 그가 다시 살아온다고 해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느니라. 허허허.”
“그, 그런 거짓말을……. 네 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왜 지…, 지금까지 숨어서 암계 따위나 꾸몄느냐? 벌써 천하를…,
천하를 발아래 두어도 모자랄 판에…….”
“네 녀석에게는 백번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겠구나. 천하란 자고로 명분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고, 덕이 있어야만 다스릴 수 있느니라.
힘으로 얻은 자는 결국 힘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는 숱하게 보아왔지 않느냐..”
“배, 백년…, 천년을 살 것도 아닌데…….”
광뢰마 단벽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오늘 본좌로 하여금 꽤 말을 많이 하게 만드는구나. 본좌는 지금 왕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느니라. 천년, 만년을 이어갈 암흑의 제국을 말이다. 허허허.”
마대위는 고통속에서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떠올렸다.
‘미, 미쳤어. 왕국이라니…….’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의 뜻이 실제로 실현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싹텄다.
마대위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내공을 끌어 모아 보았다.
“아…….”
그의 입에서 절망에 찬 탄성이 흘러나왔다.
진기라고는 티끌만큼도 끌어 모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무상광천뢰에 적중 당했을 때 내부가 크게 진탕된 모양이다.
그 충격으로 심맥이 흔들려 내공이 모두 흩어져 버렸음이 분명했다.
파지지지!
광뢰마의 우수에서 푸른 전광이 튀기 시작했다.
“이만 그만 죽어주어야겠구나. 그동안 네 녀석이 본좌의 일을 망친 걸 생각한다면 지옥의 고통을 겪게 하고도 모자라겠지만…,
본좌가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에 든 기념으로 고통 없이 죽여주도록 하마.”
수백, 수천의 광망이 그의 우수로부터 사방으로 뻗쳐 나갔다.
파바바밧!
매캐한 냄새와 함께 주위에 있던 풀과 나무들이 삽시간에 재가 되어 부서졌다.
곧이어 전광이 마대위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광뢰마가 돌연 가슴을 움켜쥐며 물러섰다.
“으음!”
무거운 신음성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거무스름하게 변했고, 숨을 쉬기조차 힘든 듯 가슴을 헐떡였다. 광뢰마는 튀어나올 듯 부릅뜬 눈으로 마대위를 노려보았다.
“도, 독이라니…….”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신공을 완성하는 순간 이미 만독불침과 금강불괴의 신체를 이루었지만, 이를 간단히 뚫고 들어와 중독시키는
무서운 독이 있을 줄 어찌 알았으랴.
광뢰마 단벽은 즉시 그 자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동시에 그의 온 몸에서 무시무시한 전광이 사방을 휩쓸었다.
파지지직!
그의 백회혈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내공을 극성으로 운용하는게 분명했다.
한편 마대위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광뢰마에게 다가가 일장만 쳐낼 수 있다면 그를 꼼짝없이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대위의 얼굴은 마치 묵인의 그것처럼 검게 변해 있었다. 중단전에 뭉쳐져 있던 만독혈지의 독을 무한정 개방해버린 결과였다.
푸쉬쉬쉬!
지독한 냄새와 함께 녹색의 연기가 그의 주변에서 피어났다. 마대위 주위의 땅이 독기를 이기지 못하고 녹아들었던 것이다.
마대위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의 영혼은 이미 반쯤은 구천에 가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의 몸이 녹아내리지 않는 것은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대력금강기의 마지막 힘 때문이었다.
마대위의 신형은 녹아들어가는 땅을 따라 아래로 점점 파묻혀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가 있던 장소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급류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우르릉! 콰콰콰콰!
어느 사이엔가 광뢰마 단벽이 강둑에 서 있었다. 처음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력이 충만해 보여 중독은 이미 풀린 듯 했다.
천하에 가장 강력한 절독인 만년혈지의 독을 해독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뢰마는 마대위가 녹아 꺼져 들어간 자리와 물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은은히 노기 띤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형체조차 남기지 못할 미물 따위가…….”
그로서는 잠시나마 마대위의 독공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수치스러웠던 모양이다. 만약 그 자리에 또 다른 고수가 있었다면,
천하에 다시없을 신공을 익혔어도 꼼짝없이 죽고 말았을 게 아닌가.
광뢰마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고는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던져 홀가분해진 기분을 만끽하는 듯 하다.
사실 그로서는 광운마가 마교에서 천산파의 후예와 마주쳐 대업을 이루지 못하고 도망갔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가슴이 다 내려앉는 듯 했다. 수백 년 간 자신들의 발을 잡아온 천산파의 후예를 제거하기 위해 들였던 공(功)과,
그 후 수십 년 간 천하를 도모하기 위해 각파에 간자를 심어놓는 등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위대한 대천산지학(大天山之學)의 마지막 전승자가 사라졌으니 천하를 다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공을 성취한 지금으로서도 천산지학은 천하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공이니 말이다.
“크하하하하하!”
광뢰마 단벽은 하늘을 향해 광소를 터뜨렸다. 마치 천하가 이미 자신의 것이 된 듯 하다.
동시에 그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약 십장 높이까지 떠오른 그의 신형은 어느 순간 환영처럼 흐려지더니 희미한 잔영을 남긴 채 북쪽 하늘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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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여명주가 빛을 뿌리는 종유동. 천정 어디선가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아니라면 완벽한 침묵 속에 잠겨 있을 곳이다.
낮과 밤을 가리기조차 불가능한 황량한 동굴. 어느 순간 뭔가 시커먼 그림자가 스치더니 검은 옷에다 복면까지
한 흑의인 한 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하듯 나타났다.
마치 지옥의 입구처럼 보이는 이 음산한 동굴에 들어온다면, 웬만한 간담을 가진 자라도 두려움에 몸을 떨 만 하거늘, 그는 뒷짐까지 지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천천히 동굴을 둘러보는 그의 몸에서는 어떤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만인을 압도하는 위엄이 자연스럽게 배어있었다.
이런 일대종사의 기도를 지닌 인물이라면 설사 진짜 지옥이 눈앞에 있다 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동굴을 살펴보던 흑의인의 시선은 수천, 수만 년에 걸쳐 아래에서부터 자라난 거대한 종유석에 가서 멎었다.
“음.”
그의 입에서 희미한 신음성이 흘러 나왔다. 마치 뭔가를 보고 놀란 듯 하다.
종유석 위에는 두 사람이 마주본 채 앉아 있었는데, 한 쪽은 온 몸에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사
람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고, 또 한쪽은 비교적 깨끗하고 체구가 자그마해 여인임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가부좌를 한 채 서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두 눈은 이미 감겨져 있었다.
흑의인은 즉시 내공을 끌어올려 두 사람의 기척을 살펴보았지만 살아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입에서 가벼운 냉소가 터져 나왔다.
“흥! 죽었든 살았든 상관이 없지. 본좌가 친히 목숨을 거두어가마.”
흑의인은 우수를 천천히 들어 올렸는데 그의 손등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점점 밝아지더니 가운데 부분이 뻥 뚫린 원반의 모양으로 압축되었다.
바로 사마 중 한 명인 광운마의 마환강(魔環剛)이다.
그는 마교에서 천마존을 죽이기 직전, 마대위의 대력금강기를 보고는 깜짝 놀라 도망칠 듯 쫓겨나왔다.
그 후 광풍마, 광우마등 을 만나 차후의 일에 대해 협의를 한 후, 마침내 무당파의 금마동으로 직접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광운마의 마환강은 서서히 회전을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공기를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휘리리리리!
그 회전의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동굴 안에 있는 공기가 원반을 따라 회오리바람처럼 돌기 시작했다.
한동안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던 마환강은 마침내 광운마의 손을 떠나 대종사가 앉아있는 석순을 향해 날아갔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붉은 섬광이 칼날처럼 튀어나와 마환강을 향해 섬전처럼 내려 꽂힌 것은.
스팟!
마환강은 두 조각으로 갈라져 소멸해버렸고, 어느 사이엔가 석순 옆에는 봉두난발의 괴인이 서 있었다.
광운마 단벽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괴인의 우수를 바라보았다.
괴인은 거무튀튀하고 길쭉한 물건이 들려있었는데 대충 보니 검과 비슷한 형상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쇠몽둥이 앞쪽에 불쑥 튀어나온 붉은 광채였다.
광운마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거, 검강이라니……. 그, 그럼 수라마왕(修羅魔王)…?”
검강이라면 마환강을 완벽하게 이룬 그에게 있어 그다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이다. 자신이 알기에 금마동 안에는
대종사와 함께 늙어 죽지 못해 다 쓰러져가는 폐물인 오마왕들이 있을 뿐이었다.
오마왕은 한때 사마인 자신들과 함께 대단한 고수들로 알려졌었지만, 수십 년 전 단전이 파괴당한 채 이곳에 갇혔기에 지금은 살아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운 노물이 되었을 게 아닌가. 그런데 그러한 자들 중 한 명이 검강을 펼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헛!”
광운마가 돌연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뒤로 퉁기듯 물러섰다.
치익!
동시에 그가 서 있던 곳의 돌무더기가 삽시간에 녹아버리며 더운 김을 뿜어내었다.
광운마의 시선이 우측으로 향했다.
그곳에도 역시 봉두난발의 괴인이 서 있었는데, 체구가 장대한 것으로 보아 한때 혼세마왕(?世魔王)으로 불렸던 자가 분명했다.
“이럴 수가, 적양멸천장(赤陽滅天掌)이라니……. 네놈은 혼세…, 헉!”
광운마는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또다시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좌측으로부터 또 한줄기의 경력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다지 위력적이지도, 현묘하지도 않은 일장이었지만 광운마의 얼굴은 아예 노랗게 변해버렸다.
지독한 비린내와 함께 암갈색을 띤 경력, 바로 만독혈왕(萬毒血王)의 지존독황공(至尊毒皇功)에서 발휘되는 독강이었다.
광운마는 허공에서 수차례 신형을 바꿔가며 독장을 피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신묘해 감탄을 자아낼 만 했다.
푸쉬쉬쉬!
듣기에도 끔직한 소리와 함께 장력에 적중된 석벽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타들어갔다.
이 모습을 본 광운마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약 사람의 몸에 저러한 독장이 적중한다면 형체도 없이 녹아버릴 게 아닌가.
광운마가 미처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이번에는 붉은 손 그림자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바로 혈영마왕(血影魔王)의 천라혈수공(天羅血手功)이다.
선기를 잃은 그로서는 반격할 틈이 없었다. 단지 신법에 의지해 피해내는 수 밖에는.
타닷! 탓!
광운마의 신법 또한 가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수없이 몰려오는 수영(手影)의 파도 속에서 찰나의 순간 발생하는 변화의 틈을 파악하고, 그 짧은 간격 속으로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피빗! 핏!
칼날 같은 경력이 귓전을 스쳐갔지만 광운마의 두 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몇 차례의 타격이야 강기공의 힘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하지만 얼음처럼 차갑던 그의 두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또 하나의 인영이 천라혈수공의 수영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뒤에 바짝 붙었던 것이다.
광운마는 즉시 알아차렸다. 천하에 비천마왕(飛天魔王)의 신행백변(身行百變)이 아니고서야 어찌 자신의 마왕현신(魔王現身)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동굴 안은 삽시간에 붉은 수영과 두 사람의 그림자로 가득 차 버렸다.
한동안 계속되던 광운마와 비천마왕의 신법대결은 혈영마왕이 내공을 거두어들임으로서 끝났다.
붉은 수영이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비천마왕과 광운마는 일장씩을 맞받아친 후 멀리 떨어졌던 것이다.
“음!”
비천마왕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가벼운 일장은 교환이었지만 자신의 내공이 광운마에 비해 많이 달린다는 것을 확연히 느꼈던 것이다.
사사삭!
오마왕들이 일제히 신형을 날려 광운마를 포위했다.
세상을 태워버리고도 남을 것 같은 원독에 찬 광망이 오마왕들읜 두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혼세마왕이 동굴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하늘이 무심치 않아 이 늙은 폐물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시는구나. 크하하하하!”
그는 입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러나와 무성하게 자란 수염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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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일년 전,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으리라 여기고 대종사 곁에서 생을 마치리라 결심했던 그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여인이 있었다.
나이가 다소 들었음에도 고운 자태를 여전히 간직한 이 여인은 놀랍게도 무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마왕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동안 대종사의 발치에 매달려 울음을 터뜨렸는데, 감정에 복받쳐 실신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만 하루가 지나자 그녀는 오마왕들을 모두 불러 모은 후, 자신이 대종사와 함께 무공을 익혔으며 북해에서 왔다고 했다.
오마왕들은 그녀가 보인 태도를 보아 대종사의 사매이자 연인이었음을 직감하고, 북해성모님이라 부르며 깊이 공경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녀는 오마왕들이 그동안 금마동 안에서, 수십 년 간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면서도 대종사를 극진히 받들어 모신 데 깊이 감동했다.
아울러 마대위가 천산에서 은거하고 있던 자신을 직접 찾아와 대종사의 현 상태와 위치를 일러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마대위의 단전을 고쳐주었고, 그는 지금 대단한 고수가 되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북해성녀는 그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한 후, 바람처럼 금마동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닷새 후 다시 돌아왔는데,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금마동에 들어서자 짙은 약향이 진동을 했는데,
알고 보니 짐 속에 온갖 약초들이 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다.
오마왕들은 희망에 들떴고, 그녀는 한달에 걸쳐 오마왕들의 단전을 모두 치료해 주었다.
하지만 오마왕들은 오랫동안 진기를 움직이지 못했기에 온 몸의 경맥들이 잔뜩 굳어있었고,
따라서 그녀는 최후의 한 방울의 진력까지 모두 짜내어 그들의 경맥을 타동시켜주어야 했다.
결국 오마왕들은 다시 온전한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었는데, 북해성녀가 준 단약을 먹고는 예전의 무공을 모두 되찾았을 뿐 아니라
더욱 깊은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건 그들이 그동안 내공 수련을 하지 못했을 뿐, 무학에 대한 정신적인 진보만큼은 결코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북해성녀는 오마왕들의 무공을 되찾게는 해 주었지만, 그로 인해 정작 자신은 몸을 크게 헤치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내공을 모두 잃어버린 채, 대종사의 바로 앞에 마주앉아 가사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오마왕들은 당장이라도 금마동을 벗어나 세상을 보고 싶었다.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정파를 뒤집어버리고, 사마를 찾아 찢어죽이고 싶었다.
굳이 자신의 진력을 희생하면서까지 무공을 회복시켜 준 북해성모의 뜻도 그러하리라.
하지만 대종사와 북해성모만 이 어두운 동굴에 남겨둘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의 죽음이 아직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니 설사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할지라도, 어찌 이 차갑고 어두운 동굴 속에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오마왕들은 복수의 칼날을 접기로 했다. 대종사와 북해성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마동에서 보낸 사십 여년에 가까이 참오 해 온
심오한 무학의 깨달음이, 원한 따위는 그냥 잊어버리라고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모든 걸 잊어버리고 동굴 속의 유령이 되기로 작심한 오마왕들의 눈앞에, 철천지원수들 중 한 명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왔으니,
이 어찌 신의 오묘한 뜻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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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마 견자성은 오마왕들의 포위망 한 가운데 갇혀 있으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선기를 잃은 상태에서 오마왕들의
연수합격(連手合擊)을 받았기에 잠시 허둥대었을 뿐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싸운다면 자신의 대형인 광뢰마를 제외하고는 천하에 그 누구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광운마의 여유로움은 그의 태도에서 묻어났다. 그는 천천히 복면을 벗었는데,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피어나 있었다.
“오랜만이군.”
오마왕들은 능글스럽기조차 한 광운마의 태도에 더욱 분노했다.
“닥쳐라, 이놈!”
“더러운 주둥아리를 놀리지 마라.”
광운마가 주위를 스윽 둘러보더니 조소를 머금었다.
“후후, 역시 네놈들은 쓰레기더미 위에서 살아야 어울리는군. 그래. 본좌가 오늘 버러지처럼 죽게 해주마.”
번쩍!
그의 두 손에서 섬광이 번뜩였고, 두개의 마환강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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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하네요
잘봅니다.
감사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광운마를 죽이고 대위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감사 드립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