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화학 성분 넣어 대량 생산… 딱딱한 풀은 립스틱 보고 만들었대요
풀
신문 스크랩을 하시고 있나요? 나중에 쉽게 찾아보기 위해 재미있고 유익한 기사들을 오려서 모아놓은 다음, 기사에 풀을 발라 공책에 붙이면 스크랩북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종이와 종이를 붙여주는 풀은 과거엔 나무 수액이나 우유 같은 물질을 활용했어요. 석기시대에는 돌과 돌을 서로 붙여 도구로 사용하려 할 때 나무의 수액을 이용했습니다. 자작나무 껍질을 가열하면 끈적끈적한 수액이 나오는데 이걸 접착제로 쓴 거죠. 또 식물에서 채취한 고무 액체에 황토를 섞어서 접착제로 쓰기도 했습니다. 벌집에서 채취한 밀랍도 접착제로 곧잘 쓰였습니다.
우유나 동물 가죽, 생선 머리, 부레 등도 접착체용으로 자주 활용됐습니다. 이 재료들을 물과 함께 가열하면 카제인이나 콜라겐 성분이 나오는데, 끈적이는 성질을 이용해 접착제로 썼죠. 미국의 대표적인 접착제 '엘머스 글루'에는 황소가 그려져 있는데요. 과거 우유의 카제인 성분을 활용해 접착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황소를 내세웠던 거예요.
우리 선조들은 감자 등을 갈아서 만든 가루를 물과 섞어서 풀을 만들었습니다. 편지봉투처럼 붙여야 할 면적이 작거나, 다시 뜯어내도 되는 경우는 아예 밥 알갱이를 풀 대신 쓰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밥알을 '밥풀'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어요.
자연에서 얻은 재료는 유통과 보관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출신 윌리엄 르페이지가 생선으로 만든 풀에 탄산수소나트륨을 첨가하면서 보존성을 늘렸어요. 1922년 스웨덴의 알렉스 칼슨이 영화업계에서 쓰고 남은 셀룰로이드(플라스틱의 한 종류) 필름으로 최초의 합성수지 풀을 개발하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물풀'이 탄생했어요. 이때부터 풀의 대량 생산이 시작됐죠.
요즘 학생들은 물풀보다는 딱딱하고 원기둥 모양으로 생긴 풀을 쓰고 있을 거예요. 스틱형 풀은 1969년 독일의 헨켈 제품인 '프리트 스틱'에서 시작됐습니다. 헨켈의 연구원인 볼프강 디리히는 1967년 비행기 안에서 립스틱을 바르는 여성을 보고 립스틱처럼 돌리면서 사용하는 고체 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2001년 우주 정거장에서도 사용됐습니다.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에서 접착제가 필요할 때 이 고체 풀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고체 풀은 흔히 '딱풀'이라고 불리는데요. 딱풀은 사실 아모스라는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스틱형 풀의 상품 이름이었어요. 1984년 처음 출시된 후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널리 쓰이게 되면서 스틱형 풀을 가리키는 일반 명사처럼 된 거죠. 스틱형 풀은 나사를 돌려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액체 풀이 흘러내리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액체 풀을 빠르게 대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