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불볕더위다. 이런 날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힘들다. 이번 주간 일어난 감사한 일들을 나누고 싶다.
월요일 밤, 장염 증세가 있어서 일찍 누웠다. 나주에 사시는 이미숙 선생님이 실로암센터에 옷 몇 박스를 두고 간다고 했다. 옷가게를 하시는 분과 여기저기에서 모은 옷들을 정리해 오셨다. 이 옷들은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나누게 될 것이다.
그런데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글을 쓰는 게 상책이다. 생각의 흐름대로 따라가다 보니 지난주에 있었던 '한여름 낮의 꿈'이 생각났다. 삼복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온몸으로 더위를 받아내는 사람들에게 에어컨을 지원해 줄 뻔하다 무산된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 여섯 명이 생활하는 가정이 제일 눈에 밟혔다. 아버지와 큰 딸이 장애인이고, 아이들은 아직 어렸다. 주위에 몇 사람에게 말이라도 붙여서 시원한 바람과 나눔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하나님의 긍휼 하심과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화요일 오전에 이형일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인들에게 모금해서 에어컨을 후원하고 싶다고 했다. 마음 깊은 곳까지 은혜의 바람이 불어왔다. 곧바로 글을 완성하여 몇 분들에게 보냈다. 실로암밴드에는 7월 한 달 동안 이은선 자매의 치과치료를 위한 모금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지하지 않았다.
오후에 경기도 고양시에 사시는 김정희 사모님이 톡을 보내왔다. 카스에 올린 장경주 목사님 시집에 대한 글을 읽고 안부와 함께 시집 발행을 위해 마음을 보태주었다. "목회자셨던 부모님을 뵌 듯 마음에 와닿았다"는 것과 "하나님의 걸작품 같은 해맑은 실로암 가족들"이라고 했다. 먼 데서 온 희소식은 타는 목에 냉수와 같다. (잠언 25:25)
수요일 오전 7시,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광교협) 복지분과 모임이 있었다. 조찬을 겸한 첫 모임이어서 개인 소개가 있었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에어컨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말이 길면 잔소리가 되기 십상이어서 단체 톡방에 에어컨 이야기를 올리겠다고 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서정성 원장님(아이안과)이 한 가정의 에어컨을 후원하시겠다고 했다.
오후에 통장을 확인하니 만 하루만에 250만 원이 모였다. 이형일 목사님께 전화를 해서 놀라운 소식을 나누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소박한 바램으로 시작한 것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기울이게 한다. 야근을 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계속…)) (202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