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새밭에 절로 자란 '쇠무릎'입니다.
밭가에 흔하다고 하여 예초기 날로 베고 씨가 옷에 들러붙으면
영판 떼내기가 귀찮아서 개똥처럼 피해다니는 왈 잡초지요만,
한약명 '우슬'은 나이들어가는 우리들 세대의 어깨동무나 다름없습니다.
왕성한 생장력과 번식력을 갖춘 만큼
그 뿌리 또한 다발져서 한 평만 캐내어도 분량이 꽤 돼지요.
농부의 입장에선 천하의 잡초를 일부러 심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겠지만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삐걱거리는 허리며 무릎 발목을 생각하면
모른 척 따로 심어두거나 자란 데를 보아두었다가
요긴하게 쓰기도 하는 탕약재입니다.
꽃도 피어 암술수술이 보이죠?
씨를 받거나 간간이 옳겨 심어서 한 자리를 잡아주고픈 의욕은
거두어서 달여먹고 싶은 기대를 앞지르지 못해 몇 해 째 지나치며 본체만체 하였답니다.
쉽게 사서 썼던 일년 간의 우슬 양이 600g 3봉지 정도이니
가격이 대충 얼말까? 3만원? ㅎ 그러니 손이 안 따라갈 밖에!
그래도 내년 봄엔 두세평 뒷터에 심어봐야겠습니다. 하초의 어혈을 흩으면서
유일하게 보(補)도 되는 늙은 농부들의 명약!
당귀 밭에 단골손님 홍줄노린재.
인삼, 방풍, 당귀, 구릿대, 미나리, 당근 등 산형과의 식물을 좋아합니다.
애벌레들은 꽃대, 꽃, 씨앗 가리지 않고, 씨앗이 성숙하여 갈색으로 변해도 즙을 빨아먹습니다
농부들은 싫어하고 곤충마니아들은 홍줄의 무늬를 장식용 액자 속에 두고 즐깁니다.
아이러니하죠...
시골할머니들은 이 삼복더위의 햇살을 피해 엄지와 집게를 들고 새벽 밭길을 나섭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살충무기로 찝어서 걍 터트려버리지요^^!
나같은 초보자는 어떻게 할줄을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근처에 있는 손삽을 들고 와서 탁구 치듯 "딱" 한 방 먹이면 어디론가 나가 떨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 까지가 내 농사 간섭의 끝!
그것들이 잠시 기절하였다가 다시 기어오르는 것은 하는 수 없으며
그것은 전적으로 너 홍줄노린재의 운!!
밤새 외등 아래서 빛의 축제를 즐기는 나방들을 밤참으로 두꺼비가 시식하고 나면
이른 아침엔 새들이 몰려 와서 큰 나방과 풍뎅이 무리를 이차 시식하죠.
낮엔 새들이 잔디밭을 걸어다니며 여기저기 늑대거미류를 먹어치웁니다.
남은 거미들은 풀잎을 스치며 또 놀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작은 메뚜기류들을 잡고
섬서구메뚜기 송장메뚜기 방아깨비 새끼들과 사마귀들은 풀잎을 사이에 두고
먹고 먹히는 각축이 쉴새없이 은밀하게 전개됩니다.
내가 종자를 늘려 내년에 작은 밭을 내일 생각인 귀한 하수오(큰조롱)들이
어째서 션찮다 하였더니 이런!
잎도 잘근잘근, 줄기도 댕강댕강 끊어 먹어버리는 '중국청람색잎벌레'.
도담 언덕 첫 해에 잔디밭에 메뚜기 떼가 조금 많다 하였더니
거미가 와서 그 수를 조절하고, 어쩐지 이듬 핸 거미들이 유난히 많다 싶더니
시시때때로 새들이 와서 조율해주는 것을 본 뒤로 전에 압촌시절에도 경험했던 그
무농약 뜰의 생태계에 대한 믿음이 다시 일어난 것이죠.
하였지만 저 사랑스런 당귀 씨앗들을 쭉쭉 빨아먹는 홍줄노린재와
요 자랑스런 하수오 줄기를 싹뚝싹뚝 잘라버리는 잎벌레에 대해서 만큼은
내 손에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오늘부로 도담언덕에 선포하였답니다.
나도 이 마을 생태계 순환의 한 고리임을 이 아침에 부르르 깨닫습니다.^^!
첫댓글 중국청람색잎벌레는 워낙 이뻐 좋아하지만 홍줄노린재는 본적이 없는지라 보고 싶네요 ^^
농사를 짓는 너른 농부나 나처럼 꾀죄죄한 텃밭인 사람의 아침이라도 조뇨석들이 예쁠 까닭이 한나도 없어요. 몇 달을 공들인 녹두를 다 빨아먹어버리는 녹두노린재나 (톱)가시허리노린재들은 게다가 어찌나 빠른지 잡을 방법도 마땅찮아서 걍 "내년 농사는 포기할란다." 하고 푸념을 쏟아내는 아내의 볼멘소리를 내게 합니다. 그러면 또 이 정의의 사또의 마음을 야차게 후리죠. 냅다 쫓아가 사그리 잡아버리고 싶어요. 그래도 홍줄노린재는 병모가지만 받치고 살짝씩 건드리면 백발백중으로 함정포획할 수 있으니 그놈이 그래도 '이뻐'서 워낙 이뻐합니다.ㅋ...
@김진수 농부들의 마음은 충분히 그럴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