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 드러난 네 힘줄을 잘라 피도 마르지 않은 채로
때론 네 어린 자식들의 발목을 도려 그냥 통째로
누렁소 밥도 짓고 할배 할매 등 따습게
그 땐 모두들 그랬지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쓰라림 부여안고 맴돌다 주저앉아 옹이 되어 박힌 세월
이제 난 네 굳어진 상처에 걸터앉아 아픈 다리를 쉰다
용케도 살아남아 흠 없이 늘씬늘씬 큰 그늘 드리우는
네 푸른 핏줄들의 싱그러운 향기를 음미하며
<시작노트>
천안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봉서산엔 언제나 산책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 사이 길을 따라 산책하는 재미는 언제나 즐거움 그 자체다.
산책로
위로 뻗어 나온 소나무 뿌리들이 사람들의 발길에 반질반질 신음하고 있다.
더욱이
해묵은 소나무 일수록 등걸이며 뿌리에 큰 상처들이 많다.
그런
안스런 모습들을 바라 보며 먹거리뿐 아니라 땔감마저 부족하던 어린 시절
동생들과 함께 고향
뒷산에 올라 밖으로 들어난 소나무 뿌리를 도끼로 자르고
때론 어린 소나무들의 밑둥치를 낮으로
도려 소죽솥 불 쏘시개며 군불용 땔감으로
사용하던 옛 시절이 생각나고 소나무에 대해 죄스런
생각이 들었다
– 2010년 2월 5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