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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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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정맥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영덕 칠보산은 산삼, 더덕, 멧돼지 등 일곱 가지 귀한 물건이 있어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특히 자연휴양림과 동해바다가 함께 있어 더욱 인기 있는 명산으로 알려지고 있다. |
3년 전인가 우연히 지인들과 등산을 다녀왔다. 그리고 나서 등산이 건강에 좋아 본격적으로 정기 등산을 해보려고 작정하던 터에 개인 일로 영덕에 들렸을 적에 일을 빨리 끝내고서 고향 뒷산인 칠보산에 올라가 보았다.
산에 올라 필자는 유년시절을 떠올리면서 시를 썼으니 `고향땅, 칠보산에 올라`라는 제목의 시다. 힘들게 살았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한 편의 연가였다.
“동해바다를 향해/ 부대끼는 그리움의 칠보산은/ 내 유년기를 지배한 무지개였다./ 일곱 보물이 묻힌 산이라/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다 가졌음 정말 좋겠다며/ 동심의 소박한 욕심을 안았다.// 참꽃 붉게 물든 만큼이나/ 눈물 아롱지던 옛 시절/ 꿋꿋한 칠보산의 풍경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며/ 산위에서 홀로 부르던 노래,/ 그 곡조가 그리워지는 날에/ 고향땅, 칠보산(七寶山)에 오른다.”
물론 고향산을 소재로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시로 승화시켰으니 아름답게 비쳐나지만 내 어린 시절은 시대와 환경이 주는 어쩔 수 없음의 가난하고 막막한 시대였다. 사실 끼니때만 되면 밥 한번 배불리 먹고, 부모형제들과 오순도순 살았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었으니 말이다.
숲 체험·산림욕장 등 바다·휴양을 동시에… 해돋이 명소로도 각광 소나무·떡갈나무길 걷다보면 산삼·더덕·철 등 7가지 보물 나올 듯
필자가 태어난 곳은 영덕군 병곡면 백석리 248번지인데 그 뒷산이 칠보산이다. 그러니 어려서 칠보산과 백석 앞바다를 보고 자랐고, 일찍부터 무슨 보물이 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마을 뒷산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기대와 관심보다는 그 당시에 현실로서 다가오는 칠보산은 내게 있어 힘듦을 준 산이고,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낙 없이 보냈던 어린 시절의 사연으로 가득 차 있다.
1960년대 중반, 그때까지만 해도 도시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농촌에서는 끼니가 걱정되던 때였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쉬는 날이면 지게를 지고 칠보산으로 나무하러 다녔다.
바가지에 보리밥 한 그릇을 담고 지게 위에 올리고서는 2시간 걸어서 칠보산에 도착해 나무땔감을 줍고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산길을 2시간 내려와서는 나무를 모아 영해장날이 서던 날에는 걸어서 3시간 정도 걸리는 장에 가서 나무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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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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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금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법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
그리고서 나무 판돈으로 장을 봐서 백석리 집까지 걸어오면 녹초가 됐는데 그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으니 고생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지금 생각해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던 시대적 상황이라고 수긍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지만 그 당시 고향 백석리에서의 어린 시절은 막막하고 눈물 많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강산이 너댓 번 바뀔 만큼 세월이 흐르다보니 고생스러웠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그리움으로 피어나고 동화 속에 자리한 듯 느껴지는 이제는 고향땅 백석리 마을과 칠보산, 그리고 고래불해수욕장은 그리움의 화신처럼 가슴에 새겨지는 옛 추억들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리움을 안고 칠보산에 오른다. 사십년이 훌쩍 넘은 그 시절에 보아왔던 형태로 우두커니 서 있는 칠보산이지만, 지금은 이곳에 대해 밉던 곱던 뼈에 사무친 회한들을 떠올리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자동차로 칠보산 자연휴양림관리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칠보산 휴양림은 1993년에 개장해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곳인데, 최근에 들어 등산로를 정비하고 주변 시설을 잘 정비해 놓았다.
몇 년 전에 산림청에서 `겨울바다와 휴양을 동시에 즐기는 국립자연휴양림 6선`을 발표했는데, 영덕 칠보산자연휴양림 등이 포함돼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특히 매년 1월 1일 동해 일출을 보러 오면서 이곳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인근에 있는 고래불해수욕장은 전국에서 가장 긴 명사 20리 해수욕장으로 겨울철뿐만이 아니라 여름 등 사계절 이용하기가 편한 곳으로 1일 최대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칠보산자연휴양림관리소(054-732-1607)에서 이용객들을 위해 휴양림 단지 내에 울창한 소나무 숲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져 있어 최고의 숲 체험코스, 삼림욕장의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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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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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는 칠보산 등산은 편안하다. |
칠보산 등산 코스는 칠보산, 등운산 정상으로 가는 2개의 등산로가 개설돼 있는데, 크게 보면 등운산을 거쳐 칠보산 정상에 오르는 단일 코스다.
오늘 등산팀은 단출하다. 대구에서 함께 온 사진작가 전 선생과 고향 선배 등 세 명이다. 우리 일행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필자 일행이 오를 코스는 관리사무소 주차장 왼쪽에서 시작해 전망대, 등운산을 거쳐 갈림길에서 칠보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20분 정도 되돌아 나와 산사랑쉼터에서 등산로를 타고 유금사 쪽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전망대 쪽으로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자연휴양림이 소재하는 곳이라 깨끗하다. 산림청의 특색 있는 명소 조성 사업으로 등산로 정비가 잘 돼 있어 편안한 산길이다.
전망대를 지나 산길을 오르는데 소나무들이 즐비한 산속 길이다. 등운산까지는 산등성이에 오르는 일부 구간이 다소 가파른 길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등산로는 완만한 편이다.
칠보산 등산에서는 고향 선배와 사진작가와 함께 가면서 이곳의 추억을 더듬으며 옛 이야기도 하고, 멀리 동해바다를 보면서 걸으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칠보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단선 코스니 그리 급할 것도 없다.
함께 가는 사진작가 전 선생은 연세가 일흔이지만 왕년에 마라톤 선수 출신이라 산타기가 익숙하고, 고향 선배도 동네 산이니 지형을 잘 알아서인지 걸음걸이가 가뿐해 보이는데, 정작으로 필자만 정기적으로 산행해오고 있지만 걸음으로는 그들을 못 당한다.
출발한지 1시간20분이 돼 등운산에 도착했다. 등운산은 울진 백암산의 산줄기가 뻗어 내린 낙동정맥의 끝자락에 위치해있는데, 바위 하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정상에 올라왔지만 솟은 봉우리 없이 밋밋하고 표지석마저 없어 산 맨 위에 오르고도 정상에 올랐다는 맛을 못 느낄 정도니 보기에 따라서는 초라한 산이다.
그러나 주변으로 보이는 풍경은 조망이 좋다. 동쪽을 향하면 동해바다가 한 없이 펼쳐지고 잇는데, 그리운 고향 산이라 그런지 눈앞에 다가오는 풍경들이 예사스럽지 않다.
우리 일행은 다시 칠보산 쪽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등운산에서 칠보산 정상까지는 3.5km다. 능선을 따라 완만한 하산 길을 계속 걸어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가면 자연휴얌림 단지가 나오고, 곧장 가면 칠보산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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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보산 정상 표지석. |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빽빽한 능선 등산로를 따라 20분 정도 가니 유금치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 20분 정도가면 유금사가 나오는데, 직진해 칠보산에 등산해도 유금사로 가려면 이곳 유금치까지 내려와야 한다.
유금치에서 400m정도 걸어 헬리콥터장을 지나니 정상이 보인다. 우리 일행들은 조금 빠른 속도로 걸어 정상에 도착해서 동해바다 등 조망을 보고 사진을 찍고서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칠보산은 원래 등운산으로 불렸으나 고려 중기 때 중국사람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샘물을 마셨는데, 맛이 특이한 것을 알고서 “샘물 맛이 보통 물맛과는 다르니 이 산에 일곱 가지 귀한 물건이 있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귀한 물건을 찾아본 결과 돌옷, 산삼, 더덕, 황기, 멧돼지, 구리, 철 등이 나와 그 후에 칠보산으로 이름을 바꿔 불렀다 한다.
며칠 전에 독도사랑산악회를 창립한지라 홍보물을 내걸고 몇 컷 사진을 작가에게 부탁했다. 전 선생은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고서는 동해바다를 보니 마음이 다 후련하다고 말한다.
가까이 보이는 동해바다, 더욱이 필자가 어려서 산 곳이다 보니 눈을 감고 있어도 눈앞에 훤하게 펼쳐지고 있다. 고향 선배와 옛 시절을 잠시 이야기하다보니 마음이 옛날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리움을 마치 고기 낚시하는 듯 건져 올리며 회한에 젖는다.
정상에서 쉬다가 다시금 출발해 유금치에 도착했다. 여기서 고향 선배는 자연휴양림 쪽으로 내려가 차를 몰고 유금사에서 만나기로 하고, 사진작가와 필자는 유금사 방향으로 내려섰다.
여기서 유금사까지 거리는 2km다. 편안한 길을 따라 30분 정도 내려가니 계곡이 있고 그곳에서 조금 내려가니 유금사 절이 나타난다. 아침에 산행을 시작한지 6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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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유금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법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대웅전 뒤뜰에 있는 3층석탑과 석탑 기단부에서 출토된 금동불상이 국보로 지정돼 현재 경주 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필자는 대웅전에 들러 경배를 드리고 나서 사진작가와 함께 유금사 경내를 거닐면서 칠보산 등산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감회에 젖어본다.
하늘이 높아져가는 가을날 초입에 고향땅 병곡에 와서 늘 마음에 담아두고 꿈에도 그리워했던 곳, 칠보산을 등산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가슴 벅차다. 산삼, 더덕에 황기까지 일곱가지 보물이 있다고 해 칠보산이 된 금곡리 뒷산에 올라보면 솔 향내 은은한 가운데 저 멀리 펼쳐지는 고향바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 모습이다. |
첫댓글 몇해전 부모님을 모시고 칠보산 자연휴양림을 다녀온적 있었는데 산행을 못해 아쉬웠지요. 좋은 정보를 갖고 다시 도전해 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