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거대한 피라미드식 이자 사기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만일 이것이 사기라면, 현대 경제 전체가 사기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것은 속임수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이 지닌 놀라운 능력에게 바치는 헌사다.
은행(그리고 경제 전체)을 살아남게하고 꽃피게 만드는 것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신뢰다.
오로지 이 신뢰가 세계의 돈 대부분을 뒷받침하다고 볼 수 있다.
빵집 사례에서 도급업자의 계좌에 들어 있는 액수와
실제로 은행에 있는 돈의 액수의 차이는 곧 맥도넛의 빵집이다.
그리디는 언젠가 그것이 이윤을 불릴 것이라고 믿으면서 은행의 돈을 투자했다.
빵집은 아직 빵 한 덩이리도 굽지 않았지만
맥도넛과 그리디는 앞으로 1년 후면
그 빵집이 매일 수천 개의 덩이리삥, 롤 빵, 케이크, 쿠키를 팔아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면 맥도넛은 이자를 붙여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 시전메 스톤이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기로 마음먹으면,
그리디는 그 돈을 내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기업은 이처럼 상상된 미래에 대한 신뢰 위에 세워져 있다.
기업가와 은행가가 자신들의 꿈꾸는 빵집에 보내는 신뢰에,
그리고 은행의 미래 지불능력에 대해 도급업자가 지니고 있는 신뢰에,
앞에서 보았듯이 , 돈은 무수히 많은 것들을 대표할 수 있고
무엇이든 다른 것의 모든 것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대단한 존재이다.
하지만 근대 이전에는 이 능력이 제한적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돈이 대표하고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것뿐이었다.
이것은 성장에 심각한 제약을 가했다.
새로운 사업에 돈을 조달하기가 극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빵집을 생각해보자,
만일 돈이 실제로 손에 잡을 수 있는 대상만을 대표한다면,
맥도넛은 빵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
아니다. 현재 그녀에게는 꿈은 많지만 구체적인 자원은 없다.
빵집을 짓는 유일한 방법은 도급업자 중에서 외상으로 일해주고
몇 년 후에 돈을 받을 용의가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 몇 년 후에 빵집이 돈을 벌기 시작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도급업자는 드물다.
따라서 우리의 기업가는 곤경에 처한다.
빵집이 없으면 케이크를 구울 수가 없고, 케이크가 없으면 돈을 벌 수 없으며,
돈이 없으면 도급업자를 고용할 수 없고, 도급업자가 없으면 빵집도 없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이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결과 경제는 얼어붙어 있었다.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근대에 이르러서야 발견되었다.
미래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한 새러운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이 시스템 내에서 사람은 '신용'이라 불리는 특별한 종류의 돈이
상상 속의 재화(현재 존재하지 않는 재와)를 대표하게 하는 데 동의했다.
신용은 미래를 비용으로 삼아 현재를 건설할 수 있게 해준다.
신용은 우리의 미래 자원이 현재 자원보다 훨씬 더 풍부할 것이라는 가정을 토대로 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미래의 수입을 이용해서 현재에 무엇을 건설할 수 있다면,
새롭고 놀라운 기회가 수없이 많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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