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202. 장자 수달다와 외도, 열 가지 삿된 견해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장자 수달다가 부처님께 와서 친근하고 공양하기를 좋아하였는데, 그는 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가 그곳에 간다면, 시간이 아직 이르므로 여래께서는 아직 선정에서 일어나시지 않았을 것이니, 나는 지금 저 외도들이 있는 곳에 먼저 가 보아야겠다.’
그리고는 즉시 그곳에 가서는 함께 서로 위문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외도들이 수달다에게 물었다.
“당신은 저 사문 구담께서 어떠한 견해를 갖고 계신지 나에게 말해 주시오.”
수달다가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을 나는 미칠 수 없나니, 그분이 알아 보시는 것은 나의 분수 밖에 있습니다.”
외도들이 말하였다.
“당신이 부처님의 견해를 모른다면, 그렇다면 비구들의 견해는 알고 있습니까?”
수달다가 대답하였다.
“그런 일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외도들이 또 말하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결국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만약 조그만한 견해라도 있으면 말해 주시오.”
수달다가 또 말하였다.
“당신이 먼저 당신의 견해를 말한 후에야 나도 나의 견해를 말하겠습니다.”
그러자 외도들이 수달다에게 말하였다.
“내가 보는 바로는 중생의 무리가 항상하니, 이것만이 진실이고 그 밖의 것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또 어떤 외도가 수달다에게 말하였다.
“내가 보는 바로는 모두가 다 무상이니, 이것만이 진실이고 그 밖의 것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또 어떤 이가 말하였다.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며,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니니, 오직 이것만이 옳고 그 밖의 것은 거짓말입니다.
세계는 끝이 있고, 세계는 끝이 없으며,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며, 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끝이 없는 것도 아니며,
몸이 곧 목숨이고, 목숨이 곧 몸이며, 몸이 다르고 목숨이 다르며,
중생의 신아(神我)도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며,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지 아니하며,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기도 하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기도 합니다.
이처럼 장자여! 우리가 보는 바로는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닙니다.”
그리하여 모든 외도들이 제각기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을 말하고서 수달다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말해야 합니다.”
수달다가 대답하였다.
“내가 보는 바로는 온갖 중생은 모두 유위(有爲)이니, 모든 인연의 화합으로부터 있는 것이다.
인연이라고 말한 것은 곧 업(業)이니, 만일 인연의 화합을 빌려서 있다면 바로 무상한 것이며, 무상은 곧 괴로움인 것이며, 괴로움은 곧 내가 없는 것이니, 이러한 뜻으로 인해 나는 온갖 소견에 대하여 마음에 집착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네들 여러 외도들은
‘온갖 법은 항상하니,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고 그 밖의 것은 거짓말이다’라고 말하는데,
그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뭇 괴로움의 근본이 됩니다.
이러한 온갖 삿된 소견에 집착하면 괴로움과 상응하여 크나큰 괴로움을 견디면서 나고 죽음 속에서 끝없이 괴로움을 받나니, 이 모두가 있다[有]는 생각에서 말미암은 것입니다.
‘세계도 항상하다’고 하며, 나아가 ‘죽은 후에 저기에 태어남도 아니고 저기에 태어나지 않음도 아니다’라고 하는 온갖 소견도 사실은 유위의 업으로서 인연이 모여 화합한 것이니,
이로 미루어 본다면 반드시 무상을 알아야 하고, 무상은 곧 괴로움이며 괴로움은 곧 내가 없는 것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다시 어떤 외도가 수달다에게 말하였다.
“장자여! ‘중생이 업이 모인 인연의 화합으로 있으니, 모두 다 무상하고, 무상함은 곧 괴로움이며, 괴로움은 곧 내가 없는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당신도 지금 온갖 괴로움의 근본을 짓고 괴로움과 상응함으로써 나고 죽음 속에서 끝없이 괴로움을 받게 됩니다.”
수달다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온갖 모든 소견에 대하여 마음에 집착하는 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도 그와 같은 소견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저 외도는 수달다를 칭찬하여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장자여. 당신은 그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수달다는 저 소견을 달리하는 외도들 속에서 사자후를 함으로써 외도들의 삿된 소견을 지닌 마음을 모두 쉬게 하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자기의 견해로 외도들과 함께 말했던 것을 부처님께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곧 그를 칭찬하면서 말씀하셨다.
“잘하였도다! 마땅히 그렇게 모든 외도들을 꺾어서 패배시킨 뒤에 바른 법의 바퀴를 더욱 치성하게 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