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래동에서 만난 제주의 봄
6개월의 제주살이를 마무리하고
제주에 미련이 남아 두 달 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다.
나는 다시 찾은 제주가 어떤 색으로 칠해질지 기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만약 그 색을 다 찾는다면 그때 후회 없이 제주를 떠나려 한다.
이번 제주의 봄은 분홍색 파스텔이었다.
제주의 봄
제주에 봄이 찾아왔다. 다른 지역보다 조금 빠르게 찾아온 제주는 앙상한 나무에 생기를 불어주었고, 칙칙한 색감에 따듯함을 더해주었으며, 차가웠던 바람은 조금은 따뜻해져 기분 좋은 시원함을 선물해 주었다. 나는 제주의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고, 여러 곳에서 제주의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찾은 제주의 봄 4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제주대학교
제주의 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던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 않고 제주대학교라고 말할 것이다. 제주대학교 입구부터 제주대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이어폰에 흐르는 노래를 배경 삼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담아보자. 분홍색 향연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봄의 제주도 여행지 1순위라 생각하는 이곳. 봄에 제주를 왔다면 꼭 가야 하는 곳 1순위로 정해도 좋을 것이다.
제주대학교로 향하는 대중교통이 많기 때문에 제주도를 뚜벅이로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만약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면 제주대학교 마지막 종착점까지 가보자. 그리고 천천히 벚꽃길을 걸으며 제주의 봄을 즐기자.
*도로에 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하자.
벚꽃이 만개한 제주대학교의 벚꽃길은 봄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잘 맞는 곳이었다.
전농로 벚꽃거리
이름부터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전농로 벚꽃거리. 총 1.2km, 폭 15m의 좁은 도로에 왕벚나무가 양쪽 도로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있다. 대부분 20~100년 이상 된 이곳은 봄이 되면 아름다운 벚꽃으로 가득 차게 된다. 제주시는 전농로의 왕벚나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1992년부터 전농로 벚꽃축제를 개최했다. 이후 매년 벚꽃 축제가 개최되고 있으며 매 축제마다 30만 명이 넘게 찾아오는 봄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벚꽃 축제가 개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의 벚꽃은 아름답게 피어있었고, 전농로만의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봄을 채웠다. 또한 전농로는 구석구석 예쁜 카페들과 소품점들이 있어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전농로의 좁은 도로는 벚꽃이 끝없이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1.2km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도로였다. 전농로의 왕벚꽃 축제가 열리면 도로가 통제되고 벚꽃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그렇기에 전농로의 벚꽃 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봄의 아름다움을 느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당연 옳지 못하기에 상황이 좋아져 많은 사람들이 봄을 즐길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번외
전농로 하빌리스 커피
전농로에서 반한 카페 하빌리스 커피. 봄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벚꽃 라떼를 마시자. 한층 더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커피 맛도 좋고 감성 넘치는 카페라 여유를 즐기기에도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또 전농로는 공항과 가깝기에 여행 마무리 단계에서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의 마무리를 벚꽃과 맛있는 라떼로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산방산 입구부터 유채꽃이 환영 인사를 한다.
산방산 유채
봄 하면 벚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홍색의 향연만큼이나 노란색의 향연도 만만치 않다. 제주 곳곳에 유채가 만개했다. 특히 서귀포의 유채는 서귀포 전체를 노란색으로 채웠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고, 아름답다. 그중 유채꽃 하면 떠오르는 곳은 산방산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산방산을 찾았을 때 그 일대는 이미 노랗게 물들어있었고, 산방산을 감싸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방이 유채였다.
유명한 만큼 대부분의 장소가 천 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그 입장료가 결코 아깝지 않다. 노란 유채 사이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봄의 기운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산방산과 서귀포의 바다 그리고 노란 유채는 치트키였다. 봄의 설렘이 마음을 간질였고, 죽어있던 연애 세포마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예래동
서귀포에 위치한 예래동은 인구 3천 명이 사는 작은 동네이다. 중문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이다. 남쪽으로 남해가 닿아있어 해안 경관 또한 아름답다. 하지만 이곳은 봄이 되면 벚꽃으로 만개한 벚꽃길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봄을 찾아 서귀포를 왔다면 예래동으로 드라이브를 하자. 아름다운 바다와 벚꽃 그리고 느리게 흘러갈 것 같은 이곳 동네의 분위기는 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한 예래동은 제주대학교와 전농로만큼 유명하지 않아 여유롭게 벚꽃을 즐길 수 있다. 도로에 차들도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롭게 즐기며 아름다운 사진들을 찍을 수도 있다.
제주도에 봄이 찾아왔고, 따뜻한 기운이 언제 겨울이었냐는 듯 제주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나무엔 분홍색 구름이 피었고, 땅엔 노란 유채가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봄의 제주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 다시 연애 초반의 설렘을 이곳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혼자여도 괜찮다. 없어진 연애 세포를 다시 되찾아 보자.
내게 제주는 분홍색이었고 멜랑꼴리했던 감정을 깨는 역할을 해주었다. 다른 곳보다 먼저 찾아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봄을 느끼고 싶다면 제주로 여행하자.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