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선택, 정의로운 사회
2020.8.2.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에우티프론(Euthyphro) 의 딜레마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에우티프론에게 “경건하기 때문에 신의 사랑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신이 사랑하기에 경건한 것인지 묻는다.” 독일의 수학자이자 자연 철학자인 라이프니츠는 이를 다시 “신의 뜻이기에 선하고 정의로운 것인지 아니면 선하고 정의롭기에 신의 뜻이 되는지 묻는다.” 결국, 신의 뜻과 무관하게 정의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그를 판단할 수 있다. 반면에 신의 뜻이기에 정의롭다면 이는 우리의 판단을 초월한다. 만약 후자가 옳다면 정의는 물리 법칙처럼 우리는 정의에 대해 숙고하거나 판단할 필요 없이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 사회의 정의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나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인간 사회에서 무엇이 정의이고 어떻게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우리가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다.
플라톤의 <<공화국>> 에서 Thrasymachus는 정의란 강하거나 교활한 지배자가 강요하는 이해관계라고 했다. 바로, 힘에 의한 정의이다. 하지만, 이는 정의라기보다는 강요된 질서이다. 정의의 이름을 한 불의이다. 그러기에 왕이나 압제자들은 자기의 권력과 폭력을 신의 뜻으로 정당화하려 했다. 아무튼, 신의 명령에 따른 정의라는 사고는 신이 세계를 지배하던 중세까지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John Locke가 설파한 자연법도 모든 행동과 선택에서 물리 법칙처럼 당연히 존재하는 법칙으로 마땅히 개인과 집단이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 정의라 했으니 이는 신의 뜻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Utilitarianism) 는 사회 전체의 행복의 극대화 (Welfare-maximization)를 이루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지 않고 개인을 사회 전체의 행복을 계산하는 한 항목으로 여기며 쾌락과 고통을 모든 도덕적 판단의 유일한 기준으로 봄으로서 마이클 샌델의 ‘기관사’의 예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공리주의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정의를 자기방어적인 복수심과 타인에 대한 연민 때문에 생기는 종속적인 가치로 본다. 그는 개인이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유일한 행동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동이 실제 얼마나 많을까?
사회 계약론의 옹호자들은 정의란 관련된 모든 사람이 평등과 치우침이 없는(absence of bias)공정한 조건에 동의하는 데서 생겨난다고 본다. 이는 일부 사람에게 불공정하거나 불평등한 조건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John Rawls 는 사회 계약론을 이용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지 모르는(a veil of ignorance) 상황에서 우리는 모두에게 공정한 사회 체계를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정의로운 사회의 두 원칙은 “1) 누구나 사회에서 동등한 기본적 자유가 있고, 2) 후세가 지속해서 정당한 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현세대가 충분한 물적 자본을 아끼는 정의로운 절약 원칙(just savings principle)과 맥을 같이 해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가장 이롭게 그리고, 기회의 평등을 전제로 공직과 사회적 지위가 모두에게 개방되게 사회와 경제를 불평등하게 조직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는 정의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공정과 분리할 수 없다고 봤다. 그렇기에 그는 공정한 분배가 중요하다고 봤다.
분배의 정의는 무엇(부, 권력, 존중, 기회, 또는 이들 중 몇몇)을 어느 만큼(재산권에 기초하거나, 동등하게 또는, 실력이나 사회적 지위나 필요 또는 기여에 따라) 누구에게(살아 있거나 죽었거나 미래의 사람, 분별력 있는 존재, 한 사회나 국가 전체 사이에서)분배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주장 중 로버트 노짘은<<무정부, 국가, 유토피아>> 에서 분배 정의란 기준에 따라 배분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역사적으로 가질 권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즉, 1)일을 해서 소유되지 않은 것을 취득했거나 2) 강요나 사기나 도둑질 같은 방법이 아니라 자발적 선물이나 판매 또는, 동의를 거쳐 권리가 이전됐어야 가질 권리(재산권)가 있다. 이런 자산은 그의 동의 없이 국가가 재분배를 위해 빼앗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기초 소유물의 정당성 입증이 곤란하고, 무엇보다 사회 제도의 도움 없이 번 부는 없다.
반면에 징벌적 정의(retributive justice)는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이다. 공리주의는 최대의 행복을 위해 과도한 처벌도 용납하지만, 회복적 정의(Restorative(reparative) justice)는 희생자와 가해자의 필요에 초점을 두고 가해자의 잘못이 국가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대한 것으로 보고 가해자가 사과, 배상, 공동체 봉사 등을 통해 책임을 지게 한다.
마이클 샌델은 롤스의 정의론처럼 사람은 어떤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는 무지의 장막이라는 허구적 가정에 기초해 복지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애와 공동체, 공동선 때문에 복지에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생존 투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우리 선조는 어떻게 공평한 대우를 하게 됐을까? UCLA 등의 연구는 쥐나 원숭이도 불공평을 피하려 하고 공평하게 처우 받을 때 기본적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Hippel William von은 그의 저서 <<The Social Leap>>에서 인류의 선조가 협동을 통해 가까스로 생존 투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런 우리 선조는 함께 힘을 모아 위험에서 안전을 지킬 동료가 필요했고, 누가 사냥감을 찾거나 잡아 배고픔을 해결할지 모르는 롤즈의 무지의 장막과 같은 상황에서 모든 구성원을 공평하게 대하는 최상의 선택(正義)을 했다고 본다. 이것이 서로를 돕고 평등하게 대우함으로써 전체의 선을 지향하는 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롤즈와 샌델이 대립하지 않고 둘의 주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공평성이라는 정의는 무력이든 재력이든 견제할 수 없는 큰 힘을 쥔 세력이 등장함으로써 위협받고, 끝내 사회 성원 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힘으로 정의가 정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왕국, 제국으로 심화해 갔다.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 명예혁명, 미국 독립선언, 프랑스 대혁명 등은 이러한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되돌리기 위한 힘겹지만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분투의 과정이라고 본다. 이런 운동은 모두의 생존권과 인간 존엄성이 존중되는 공평한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업적을 민주주의를 통해 계승하고 발달 시켜 가고 있다.
프랑스 작가 Anatole France는 법은 거대한 평등으로 부자와 빈자 모두 다리 밑에서 자지 못하고 거리에서 구걸하지 못하고 빵을 훔치지 못하게 한다며 법적 평등이 약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진정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려면 롤스의 주장처럼 불리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불공평하게 우대를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시대와 사회의 필요와 여건, 그리고 개인의 타고나는 능력과 환경과 적응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무한 경쟁이라는 시장 원리만을 따르는 승자 독식이 아니라 우리의 선조가 한 공평한 처우라는 선택처럼 공동선과 공존공영을 추구해 모든 성원이 동등한 생존권과 동등한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분배를 해 주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믿는다. 그 안에서 개인은 무제한은 아니지만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사회라면 사람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미덕에 기초해서 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 롤스의 분배의 정의, 모든 사람이 같은 사람이기에 동등한 품격을 지니는 아비샤이 마갈릿의 품위 있는 사회와 샌델의 공동선이 지향하는 꿈이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참고 자료
https://ko.wikipedia.org/wiki/%EA%B3%B5%EB%8F%99%EC%B2%B4%EC%A3%BC%EC%9D%98%EC%A0%81_%EA%B3%B5%ED%99%94%EC%A3%BC%EC%9D%98#:~:text=%EB%AC%B4%EC%97%B0%EA%B3%A0%EC%A0%81%20%EC%9E%90%EC%95%84%EB%8A%94%20%EB%8C%80%ED%95%99,%EB%A1%9C%EC%84%9C%20%EC%A0%95%EC%9D%98%EB%A5%BC%20%EC%83%9D%EA%B0%81%ED%96%88%EB%8B%A4.
https://en.wikipedia.org/wiki/Euthyphro_dilemma
https://en.wikipedia.org/wiki/Justice
https://sevenpillarsinstitute.org/glossary/just-savings-principle/#:~:text=John%20Rawls%20is%20credited%20with,savings%20principle%E2%80%9D%20(JSP).
https://namu.wiki/w/%EC%A0%95%EC%9D%98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atoz_story&logNo=220922150465&proxyReferer=
https:%2F%2Fwww.google.com%2F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7432 https://en.wikipedia.org/wiki/Social_capital https://www.collinsdictionary.com/dictionary/english/social-capital#:~:text=noun,Collins%20English%20Dictionary. https://en.wikipedia.org/wiki/Communitaria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