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넘어
하광호
오늘 달력을 보니 8월은 붉은 글씨가 유난히도 크게 보인 날짜가 눈에 들어온다. 15일이다. 날짜 아래는 광복절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작게는 내 고향 진안 은천마을에서 연래행사로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술과 음식으로 화합잔치를 갖는다. 올해도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날은 객지에 있는 자녀들도 부모님과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보는 날이다. 또한 올해는 광복 74주년을 기념하는 제54회 마령면민의 날이기도 하다. 면민 모두의 마음이 하나 되는 화합한마당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지난 2003년도부터 마령면사무소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하며 추진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얼마 전 한국일보에서 조정래의 대하소설 광고판을 보았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도서로 생각되어 신청했다. 작가정신의 승리, 한국문학의 쾌거, 조정래 문학의 강은 오늘도 흐른다! ‘아리랑 12권, 태백산맥 10권, 한강 10권’이다. 먼저 ‘아리랑’을 구입하여 보고 있다.
몇 년 전 재직시 업무 중에는 임업소득에 관심이 많아 충남 공주에 있는 산림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전국에서 산림소득에 관심 있는 분들이 함께 주말마다 배우고 전국으로 우수한 현장을 돌아보곤 했다. 그 이후로 동창회가 구성되어 운영되었다. 몇 개월 전 상반기 현장학습으로 군산근대문화유적지를 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리랑을 읽으면서 군산 근대문화유적지가 궁금하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사전 검색도 해보았다. 우리 민족의 처절한 삶을 겪어야했던 현장과 역사를 볼 수 있다는 설렘과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고 있기 때문이리라.
총12명이 관광차로 서울, 대전에서 함께 동승하여 군산으로 오고, 나도 전주에서 출발하여 합류했다. 군산대학교 학생인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근대문화유산의 역사 속 탐방을 시작했다.
모든 행사와 관광은 날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27일~28일 이틀간 진안고원수박축제가 열렸다. 진안고원지역에서 생산된 수박은 당도가 12브릭스 이상으로 여름철 제일 선호하는 과일이다. 행사일에 많은 비가 내려 기념식과 기본행사는 잘했지만 불편한 일이 많았다. 행사가 반감된 것 같다. 다행히 요즈음 무더운 날씨로 수박값이 오르고 있어 농민의 마음은 좋으리라 생각된다. 다행히 근대문화유산의 역사 속 탐방 날씨는 쾌청했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내내 둘러볼 수 있었다.
해설사의 알찬 소개로 그 시대의 실상을 느낄 수 있었다. 군산은 북남으로 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바다가 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무역항구로서 완벽한 지역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만큼 외부의 침입이 용이한 곳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호남평야의 곡물의 직접적인 수탈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군산 근대사여행은 근대문화유산거리가 조성된 해망로 일대에서 시작된다. 예전에 이곳은 장미동으로, 장미(藏米)는 '쌀을 저장하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일제는 군산항을 호남지역에서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실어가기 위한 거점으로 삼았다. 장미동이라는 지명은 일제가 우리 쌀을 수탈했다는 증거다.
근대 건축관을 방문했다. 너무나도 자세히 군산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군산의 일제강점기의 현실들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구)조선은행은 식민지 개발을 위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일제의 경제수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인데 그걸 보수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강점기에 한국의 경제수탈을 목적으로 세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개항이전의 군산과 개항 직후 군산의 사진도 있고, 전시관은 금고실과 지점장실, 응접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층에는 쌀가마니를 지게에 지고 있는 농민들이 일본경찰에게 수탈당하는 장면도, 1926년 쌀가마로 쌓은 축항기공 사진도 걸려 있었다. 우리에겐 깊은 상처이자 씻을 수 없는 아픈 역사이다. 근대역사교육도시 군산답게 그 당시의 현장을 보존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한복차림으로 돌아보는 모습도 보였다.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도시, 군산', 군산으로 떠나는 시간여행도중에 사적으로 등록된 군산세관도 보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였던 초원사진관, 고우당 쉼터, 일본의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보존된 히라스가옥의 정원도 둘러보았다. 맛있는 간장게장이 일품인 한주옥에서 오찬을 들며, 고우당이란 찻집이 있는 근처공원도 돌아보았다.
요즈음엔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관련 뉴스가 도배를 이룬다. 그동안 일본의 움직임과 경제보복을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그동안 튼튼한 경제를 쌓았는데 문제가 없을지 점검도 해야 한다. 전 국민이 이번기회에 똘똘 뭉쳐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생활에 일본제품이 깊숙이 파고들었으니,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조정래의 아리랑을 숨죽이고 읽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당했던 수난과 설움에 마음이 아팠다. 이번 기회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반성과 각오를 다져야할 때다. 스스로 반성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스스로 동참하리라 다짐한다. 국가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발전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제2의 광복운동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