或有衒行人 혹유현행인
才藝過周孔 재예과주공
見罷頭兀兀 견파두올올
看時身侗侗 간시신동동
繩牽未肯行 승견미긍행
錐刺猶不動 추자유부동
恰似羊公鶴 흡사양공학
可憐生氃氋 가련생동몽
수행을 자랑 삼아 말하는 이들
자기 기량이 성현들보다 낫다고 하네
처음 볼 땐 우뚝해 보이더니만
다시 보니 경박해 보이는구나
밧줄로 끌어줘도 따라 나설 생각 않고
송곳으로 찔러봐도 꼼짝달싹 않는구나
그 모양이 양숙자 자랑하던 학을 닮아서
춤 못 추고 털만 터는 게 가련하구나
▶ 周孔(주공): 주공周公과 공자孔子
▶ 兀兀(올올): 우뚝한 모양,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움직이지 않는 모양
▶ 侗侗(동동): 무지한 모양
▶ 羊公鶴(양공학): 남조 송宋의 유의경劉義慶(403~444)이 후한 말부터 동진까지의 명사들의 일화를 기초로
쓴 《세설신어世說新語 배조排調》에 양숙자羊叔子의 춤추는 학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昔羊叔子有
鶴善舞, 嘗向客稱之, 客試使驅來, 氃氋不肯舞(옛날 양숙자라는 사람에게 춤을 잘 추는 학이 있었는데 사람
들에게 그 자랑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보는 데서 춤을 추게 해보라고 했으나 학은 털만 털어낼 뿐 춤을 추
지 않았다).”라는 것인데, 이로부터 실제 모양이 이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불무지학不
舞之鶴’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겨났다.
▶ 氃氋(동몽): 털이 흩어지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