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5일
람사르환경재단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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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열렸던 10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서 부대 행사로 인상 깊었던 것이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사토야마 정책이었습니다. 어떻게 되가는 소린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사토야마의 정의
(1) 기본 정의
사토야마는 영어로 Satoyama라고 하고, 우리 말로 하면 마을숲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기본 정의는 간단합니다. 우리 나라에도 마을숲이 있고, 마을어장이 있듯이, 일본에도 마을숲이 있고, 마을어장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마을어장을 사토유미라고 하기도 합니다.
(2)확장된 정의
그런데, 제가 여기서 글을 쓰려는 것은 이제 사토야마가 확장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페디아에도 이미 영어단어로 실어두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atoyama
여기서 사토야마는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도록 가꾸어나가는 자연경관 전체"를 뜻하는 말로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일본 정부는 자신의 문화적 전통에서 찾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세계적이고 현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2. 사토야마와 생물다양성
왜 사토야마(마을숲)가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도록 가꾸어나가는 자연경관 전체"를 뜻하게 되었을까요? 우리 나라 전통에도 있는 마을숲은 사실, 공유지의 비극에서 초래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류의 대안이기도 합니다. 즉, 영국에서도 원래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공유지 목장에 울타리를 침으로써 사유지로 만들어버리는 엔클로져 운동이라는 것이 바로 공동체 경제에서 자본주의 경제로 변해가는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Enclosure
그런데, 이렇게 공동체 소유에서 개인 소유로 변해가면 저 제목, 공유지의 비극이 말하듯 비극이 시작됩니다. 어리석은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토지를 공동체가 소유했을 때 오히려 남획의 문제라는 비극이 벌어진다고 말하지만, 천만에 말씀, 그것은 역사적인 사실과 다릅니다. 오히려 전세계의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은, 토지를 공동체가 소유하고 관리했을 때 비극이 아니라 자연과의 아름다운 공생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사토야마는 바로 그런 진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서양의 어리석은 경제학자들은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이 소유권을 개인에게 배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하늘을 나눠 가질 수 있나요? 바다를 나눠가질 수 있나요? 하늘과 공기를 나눠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바로 기후변화라는 공유지의 비극이 벌어집니다. 그러므로 공유지의 비극을 개인 소유권 배분으로 해결하겠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틀렸습니다.
그에 반해 사토야마는 공동의 자산을 공동체가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오늘날 공동체는 바로 정부이죠. 그러므로 정부가 적극 나서서 그 지역의 자연환경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토야마 정책이야말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사토야마 정책의 실현과 외국의 반응
잘은 모르지만 사토야마 정책을 일본은 벌써 10년 넘게 추진한 모양입니다. 2008년 창원에서 있었던 람사르총회에서도 사토야마에 관련한 부대 행사를 크게 열어서 홍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사토야마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인, 대학교, 기업 등이 모두 힘을 합쳐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도 그렇게 협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토야마 정책은 일본의 이치가와 현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http://satoyama-initiative.org/en/case-studies/asia/agriculture/kanakura-wajima-city-ishikawa-prefecture-japan
또한 사토야마에 관한 생태학, 농업 등 연구와 세계적인 네트워크는 일본에 있는 유엔 대학에서 진행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www.unu.edu/publications/briefs/policy-briefs/
사토야마 정책에 대한 외국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일단 내용도 멋이 있는데다가, 일본 정부에서 그 홍보를 위해 돈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회에서 부대 행사로 열린 사토야마 발표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인 아메드 조글라프 Ahmed Djoghlaf가 직접 와서 구구절절이 일본 정부 칭찬을 하고 갔습니다.
4. 한국에 대한 의미
(1) 파트너쉽 가입
우선 일본이 하고 있는 사토야마 국제 파트너쉽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파트너쉽은 전세계 곳곳에서 사토야마와 비슷한 정책-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경관 조성-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서로 정보를 모으고 협력하기 위한 파트너쉽입니다. 관심 있는 지자체들은 여기에 가입해서 협력할 수 있습니다.
(2) 주도권
그런데, 저는 이것보다 어떤 운동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가는 모습이 영 부러웠습니다. 사실 마을숲은 우리 나라에도 많이 있고, 마을 어장도 우리 나라 해안 마을 곳곳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화적 자원은 우리도 충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자신의 문화적 자원에서 세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찾아낸 다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세계적인 운동의 주도권을 확보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했고요.
우리 나라도 이런 거 좀 하면 안될까요? 다른 나라를 따라가는 것 말고, 우리 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문화적 전통이면서도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거 말이죠. 그래서 그 단어를 아예 새로운 개념의 영어단어로 만들어버리고...예를 들어 태권도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은 모두 한국어라고 하지요? 그런 것처럼...환경 분야에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는 없을까요? 그러기 전에 일단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라면 이 파트너쉽에 가입해서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서 부대행사로 사토야마 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장들의 특별강연이 있었습니다.

이 행사에 생물다양성협약 총장 아메드 조글라프도 참여해서 일본 정부 칭찬을 많이 하고 갔습니다.

시민들과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200-300명 정도가 참여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점심과 선물을 푸짐하게 준 덕도 있지만...

사토야마 정책을 펴나가는 데는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일본에 있는 유엔대학 동경지부에서 사토야마 정책을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사토야마 했더니 생물다양성이 이렇게 높아졌음을 과학적으로 조사했답니다.

사토야마 정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려면 생태계 서비스를 항목별로 조사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토야마-자연경관-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표입니다.

그 다음엔 사토야마 정책을 펴고 있는 이시카와 현 (우리 나라의 도와 비슷)의 지사가 직접 강연을 했습니다.

기업과 도시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답니다.

사토야마 관련 인증제도도 도입했답니다.

사람들의 활동을 통해서 자연의 생물다양성이 높아진답니다. 여러 방면의 행위주체들을 참여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했답니다.

사토야마 정책은 아예 지방정부 조례로 만들어서 체계적인 추진이 가능하도록 했답니다.

그래서 생물다양성 증진 비젼을 지방정부의 장기 과제로 삼았다네요.
그림에 보이는 새는 따오기인데, 원래 따오기는 이시키와 현의 북쪽에 있는 사도 섬에서 방사했는데, 방사한 따오기가 이시카와 현으로 넘어왔답니다. (제가 오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따오기가 넘어왔다는 것은 이시카와 현에서 경관 정비를 아주 잘해서 야생동물들이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따오기 복원은 사도 섬이 속한 니가타 현에서 했는데, 오히려 칭찬은 따오기가 넘어간 이시카와 현에서 듣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시카와 현에서도 따오기를 자기 동네 새로 지정했답니다.

올해 12월에 사토야마를 홍보하기 위한 국제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답니다.
[출처] 일본의 사토야마(마을숲) 정책 소개|작성자 장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