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예대학 출신 작가 작품>
시니어 친구
김영근
내 초등학교 동기생 친구 한 사람은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허전하고 무엇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외출할 때 잊고 안 챙겼을 때는 다시 집에 와서 가지고 간다. 본인이 연락할 때나 다른 데서 연락이 오면 서로 편리하도록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즈음은 전화기 용도로 사용하는 것보다 시간 나면 카톡 보내기, 동영상, 유튜브를 보고 즐기고 있다. 생활이 즐겁고 때로는 자신이 아는 것을 잘 모르는 친구에게 자랑하면서 가르쳐 주고 있다.
내 친구 김 씨는 친구가 많지 않다. 외출도 하지 않고 특별히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없이 매일 혼자 집에서 TV만 보고 지낸다.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시력이 나빠져서 독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두류공원 둘레를 걷거나 대구 신천 강변에 걷기 운동을 한다. 쉼터에 모인 사람들과 바둑을 두는 것이 하루 생활의 전부였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게임이나 오락하는 데 사용한다. 친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 무용지물이었다. 설치된 기능은 모르니 걸려 오는 전화만 받았다. 사용법을 몰라도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지금 무엇을 시작하여 배운다는 것은 늦었다는 생각만 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녀들이 문자를 보내와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녀들이 휴대전화기를 왜 보지 않느냐고 물으면 자신이 못한다는 말이 부끄러워 그것 안 해도 불편한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자세히 가르쳐 주려고 하여도 귀찮다고 싫어했다. 그래도 자녀들이 계속 가르쳐 주었다.
지난해 초등학교 동기 모임 장소가 변경되었다고 문자가 와도 확인치 않고 갔다. 변경된 곳으로 찾아가는데 기분이 상한다고 투덜대기만 하였다.
모임 장소에서 친구들이 휴대전화를 하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자신도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아야 하겠다고 구청의 정보화 교육장에 등록했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없었다. 하나를 알면 또 다른 하나를 잊어버렸다. 배울 때는 잘했는데 집에 와서 혼자 하니 순서도 생각나지 않고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지나니 잘하지 못해도 좀 알 것 같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배운 것이 기억나지 않을 때는 걱정이 되어 머리가 아프고 잠이 오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럴 때는 TV를 보지 않고 혼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화장실에서 손 씻고 나오면서 스마트폰을 두고 온 적도 있다. 대구 신천 냇물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미끄러지면서 물에 빠뜨려 잃어버리기도 했다. 휴대전화가 있을 때는 편리한 줄은 몰랐는데, 가지고 있지 않으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 아니었다. 새로 사려니 많은 돈이 든다는 걱정으로 마음이 아렸다. 자식들에게는 잃어버렸다는 것이 창피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녀들이 알고 새 핸드폰을 마련해 주었다. 앞으로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끈을 매달아 목걸이처럼 걸고 다녔다.
친구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친구가 되었다. 곁에 없으면 하루도 못 살 것 같다. 진작 사귀어 놓을 걸 하고 혼자 말하는 때도 있다. 자녀들도 아빠가 새 친구와 잘 사귀도록 돕고 있다. 앞으로는 말을 알아듣고 행동으로 옮겨주는 스마트폰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노인보다 가지고 있는 노인이 더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친구는 곁에 있지 않다. 스마트폰 친구는 항시 곁에 있다. 함께 있어 외로움을 달래주고 길도 가르쳐주고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해 준다.
참 좋은 시니어 친구, 스마트폰.
(《수필문예》 제20집, 2021. 수필문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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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프로필
《문학세계》 등단.
수필문예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생활문인협회, 대구수필과비평작가회의, 토벽문학회 회원.
2016 등대문학상 가작, 2016, 2017경북일보문학대전 가작.
대구수필문예대학 24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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