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여인, 클라라 가이드>
머나먼 타국에서는 고향까마귀만 만나도 반갑다 했다. 여행 2일차. 프라하 반나절의 워킹 투어에 나선다. 팔라디움 백화점 앞에서 상봉한 여자 가이드가 우리 일행을 반겼다. 그날 투어 인원은 모두 10명. 첫 방문지 화약탑으로 가는 동안 그녀는 자기의 이력을 잠시 소개한다.
본인의 이름은 클라라(Krara)이며 고향이 강원도이고 2007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 현재 체코인 신랑과 3년 연애 끝에 체코에서 결혼하여 정착한지 14년이 되었단다. 그녀는 외국 항공사 승무원까지 합격하였으나 신랑과의 양자택일에서 신랑을 택했다 한다.
지식이 풍부하고 방송 아나운서 및 성우의 톤으로 체코 역사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하는 멘트는 역사에 젬병인 내 머리에도 쏙쏙 들어왔다. 반나절 투어의 일정이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각 투어 장소를 이동하며 틀어주는 다양한 음악은 다음 장소가 어떤 곳이지 연상되는 브릿지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멘트 중 아직 내 머리 속에 각인돼 있는 내용이 있다. 체코는 오스트리아에 300년의 지배를 받았고 아직도 역사적 건물 등을 유산으로 남겨 그때의 사실을 교훈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정신무장을 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잊은 국가는 미래가 없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본 식민지의 잔재 소탕(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민지 시대 자체는 우리나라의 수치일 수 있지만 식민지 시대도 역사다. 그런 유산을 때려 부수는데 열을 올리지 말고 잘 보존하여 후대에게 산역사 교육을 시켜 정신, 경제적으로 앞서 나가는게 일본에 대한 깔끔한 복수다. 조선총독부 자리를 생방송으로 철거했던 것도 아쉽다. 비록 건물은 사라졌지만 우리 가슴엔 남아있는데...
글 내용이 빗나갔다.
가이드를 해준 고향까마귀는 투어가 끝날즈음 내 질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고향이 어디시냐 물으니 내 직감에 명중했다.
"춘천이에요."
그래서 "저도 춘천에서 고등학교 나왔다"고 하니 엄청나게 반가워 한다. 고향까마귀 두마리가 기념촬영을 하며 한국 오시면 막국수와 닭갈비는 제가 사고 다시 체코에 오면 가이드는 클라라 가이드님이.ㅎㅎ
나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가이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은 홍보대사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만난 클라라 가이드님은 프로가이드로서 여행을 만족하게 하며 웃음을 채워준 진정한 '프라하의 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