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도 교육이다.'
얼마전까지 날 좋은 날 출근시간에 경남대학교 앞 사거리에서 학부모들이 들고 있던 피켓의 문구입니다.
최근엔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잘 보이지 않더군요.
대신...제가 사는 아파트촌 베란다 밖 곳곳에 묶어놓은 것은 봤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우연찮게 요식업을 시작하여, 어찌어찌 식당을 운영한지 어느덧 만 3년이 되어버린 교육학과 졸업생입니다.
'밥상머리 교육도 교육이다.'
옳은 말입니다.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 것을 배우지만, 또 사람이라는 게 그렇지 못하여
식당에 들어오는 손님들의
언행이나 식사습관 등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늠해보는 것이 장사치의 버릇인지라
여러 사람의 식사습관을 보고 다음에 그 손님이 재방문 하였을 때, 접객이 저도 모르게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이것 저것 가릴 형편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수월하고 좋은 사람이 좋은 것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어느덧 3년, 대충 10만명이 저희 가게에서 밥을 먹은 것 같기도하고 아닌거 같기도한데요.
대단하죠 10만명 밥 먹는 모습을 봤습니다.
얼마나 진상이 많은지 모르시죠?
그렇습니다.
밥상머리 교육도 교육입니다.
아이 똥귀저기 식탁에 버리고 가는 부모
아이가 식당에서 뛰건 말건 내두는 부모
아이가 소리지르고 식기로 탁자를 두드려도 내두는 부모
아이가 식당 바닥에 구토를 해도 그냥 가는 부모
당신 밥 먹는 데 아이가 귀찮게 한다고 스마트폰 영상 틀어주고 방치하는 부모
아이가 가게 기물을 때리건 부수건 내두는 부모 (잘 있는 내 장난감들이 무슨 죈데....)
기타 등 등 진상 손님들 일일이 열거하려면 한도 끝도 없죠 (웃음)
가게에 아이들 데리고 오는 부모들 10 중 9.5는 저러고 있습니다.
물론...
맞벌이다 살림이다 바쁜 와중에 잠시 휴식을 위해서 외식을 나오셨으니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종일 일하는 몸이라 아침마다 애들 도시락 못싸주는 마음 이해합니다.
제가 마산시 급식 1세대라 국민학생 때 '엄마 4학년 부터는 도시락 안싸도 된데. 급식한데.'
라고 했을 때 하루 13시간씩 일하시던 어머니께서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기억하기에,
더운 땡볕아래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무료급식 폐지에 대한 울분을 토하는 부모님들의 마음
십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우리 가게에 얼굴을 자주 보이는 손님이 있어도, 그 손님이 위에 포함된다고 하여도
그 마음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은
학교급식소에 쓰는 말이 아닙니다.
급식소는 식사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급식소는 eat하는 곳이 아니라 feed하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영양사님과 조리사님들의 정성을 배재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 하나하나의 특성이 아닌 집단으로써의 음식에
부모의 정성어린 식사를 돈과 바꿔서 제공하는 곳에서 식사를 바래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식사는 사람을 위한 행위입니다.
급식소는 당신들의 아이에게 먹이를 주는 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먹이를 주는 곳에서 인정과 교육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 '밥상머리 교육도 교육이다.'를 외치고 싶으시면
바쁘신 시간 쪼개어서 도시락이라도 준비해 주십시오.
그리고 아이가 식사를 하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가져 주십시오.
철없는 고등학생 아들의
'엄마. 나 엄마 밥 먹고, 공부하고 싶어.'라는 한 마디에
전 고교생활동안 점심 저녁을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당신들은 급식소에 '교육'을 바라는 것입니까? 아니면 줬다 뺏은 것에 대한 화풀이 인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