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너더리통신 69/180214]악몽의 ‘노로 바이러스 장염’
국제스포츠의 축제 마당인 평창 올림픽뉴스에 ‘노로 바이러스’ 어쩌고 하여, 그것이 무엇일까? 하고 있는데, ‘그 작것’이 지난 토요일 새벽, 척허니 나에게 달라붙어 사람을 완죤히 녹다운을 시킬 줄은 정말 몰랐다. 새벽에 일어나는데, 무슨 쇠사슬로 칭칭 묶인 것처럼 온몸이 천근처럼 무겁고 사방팔방이 쑤셔대는데,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아침 먹을 염도 없고, 9시가 되자마자 간신히 동네병원을 가니 몇 군데 배를 눌러보고 코, 귀, 입안을 들여다보더니 진단이 의외로 간단하다. ‘노로 바이러스 장염’. 비몽사몽,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본다. 말하자면 겨울철 식중독의 일종이구나. 근육통, 몸살, 설사, 발열, 구토 등. 뒤로는 허리가 끊어질 듯하고 앞으로는 손으로 문지를 수도 없이 배가 씰씰 아프다. 이중고, 삼중고다. 원인은 낮은 기온에 찬 음식을 먹었을 경우 생긴다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니, 틀림없이 그 전날 점심으로 참치회를 먹은 게 사달이 난 모양이다.
하여간, 토, 일요일 이틀간 거실 소파에서 꼼짝을 못하고 끙끙거렸다. 무엇보다 배를 비워야 하니 아무것도 먹지 말란다. 나같이 ‘탄수화물 마니아’인 ‘밥보’를 어쩌라고? 미음 몇 숟가락 뜨고 나면 또 배가 아프다. 빙상 금메달이 어쩌고 하는 텔레비전 중계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낮잠도 들지 않는다. 와우- 이 노릇을 어이 할 거나? 늘 그렇지만, 아파 봐야 아픈 사람 세정을 알 수 있듯이, 세상 모르게 늦잠을 자는 아내가 매급시 미워진다. 뭐 안다고 뾰족한 수는 없지만도. 그것 참, 이런저런 책을 뒤적여 신문 연재물을 쓸 ‘숙제’도 있는데, 이 황금주말을 이렇게 골골골 보내다니, 저녁판에는 외로워지기까지 한다. 아들에게도 문자를 보내본다. 답문자가 없으니 서운하다. 마침 고향의 아버지 전화다. 이번 설연휴엔 셋째네가 오니까 오지 말란다. 억지로 힘을 내어 말한다. 그럼 그 다음주에 세배하러 가겠다고. 아버지 목소리가 반갑고 고맙다.
인터넷에서 바나나와 매실차가 좋다고 하자, 원래는 굼뜬 아내가 금세 사갖고 와 먹기를 강권한다. 고맙다. 역쉬, 아내 밖에 없다. 일요일 새벽 잠을 설치며 부릉부릉 ‘오토바이’(설사를 이른다)를 서너 차례 타고나니 배가 텅 비었다. 그래도 증상 중의 하나라는 얏!하는 ‘태권도’(구토)를 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대체 언제나 나으려나? 과연 낫기는 할 것인가? 건강한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사흘 내에 낫는다는데. 지난해부터 여러 가지 조짐이 안좋았다. 오십견, 목디스크, 전립선 어쩌고저쩌고…. 재밌는 현상이 하나 있었다. 연말 의료비정산에서 가족 네 명(부모, 아내)중 내가 290만원으로 1등을 기록한 것이다. 오 마이 갓! 오로지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다. 하지만 이날 이때까지는 그래도 건강한 편이었다. 고질적으로 고혈압약을 복용한 지 15년, 하루 두 알 당뇨약 먹은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런 복통과 몸살로 아파보기는 처음이다. 억지출근, 월요일 새벽 몸무게를 재보니 2kg가 빠졌다. 엄살이 아니고 단단히 아팠던 거다.
연전에 읽은 <병중사색(病中思索)-아플 때 깨닫는 삶의 가치>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옛 선비, 이규보, 이색, 권근, 서거정, 김종직, 신흠, 이식 등의 ‘병(病)에 대한 생각’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들은 피부병, 요통, 치통, 눈병, 술병 등으로 모진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삶의 지혜가 있었다. 요즘말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듯, 병을 친구로 삼아 농(弄)까지 읊조렸다. 우리같은 범생이가 그 본을 어찌 따르랴만, 그 책을 읽으며 그들의 마음의 여유가 부럽기도 했었다. 흔히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지당한 말씀인 줄을 누가 모르랴? 누가 아프려고 아픈 사람이 있던가?
일요일 저녁, 몸이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그럼 그렇지. 후딱후딱 나아야지. 그래야 세배하고 설 쇠러 ‘하삐’(3살 손자가 부르는 할아버지의 약칭이다)집에 오는 손자와 놀아주지. 그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빌빌거려서야 될 일인가. 세뱃돈도 준비해야겠군. 문방구에 나가봐 같이 놀 장난감도 찾아봐야 하리. 아내가 안쓰러운지 모처럼 흰 밥을 지었다(당뇨 탓에 세 끼 모두 잡곡밥이다). 얼마만인가, 맛있는 김으로 몇 장 싸먹었다. 역시 김은 흰밥에 간장을 쳐 싸먹어야 제격이다. 은근히 걱정이다. 괜찮을까? 아니나다를까, 그 새벽, 또 난리블루스다. 이것 참. 그 조금을 못참고, 병을 키운 것이다. Oh, my God! Always, be careful food for your body and health! Sound body, sound mind. It's love for your family and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