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증금 25억원에 매달 내는 월세가 429만원이나 하는 임대 아파트가 있다. 임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임대료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작은 주택형인 87㎡형(이하 공급면적)도 보증금이 5억원을 넘는다. 이쯤되면 무늬만 임대 아파트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학교 터에 들어선 민간 임대 한남더힐 얘기다.
2011년 1월 입주한 이 아파트가 요즘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임대 의무기간(5년)의 절반이 지나면 분양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 전환 가격은 서울 강북권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벌 2~3세 대거 분양 받아
한남더힐은 87㎡ 133가구, 215㎡ 36가구, 246㎡ 131가구, 281~284㎡ 204가구, 268~303㎡ 60가구, 330~332㎡ 36가구 등 총 32개 동 600가구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 전환 임대 형식으로 2009년 초 분양됐다.
임대료는 215㎡형이 보증금 15억2810만원에 월 260만원, 246㎡형 보증금 17억7760만원에 월 302만원, 284㎡형이 보증금 20억3280만원 월 346만원이었다. 민간 임대 사상 최고가였음에도 분양 때 청약 경쟁률이 수십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배산임수의 매력을 갖고 있는 한남동에 위치한 데다 주거환경이 쾌적한 저층으로 설계된 덕분이다. 쉽게 말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고급 타운하우스다. 교통도 나쁘지 않다. 남산 1호터널만 지나면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광화문·을지로로 이어진다.
단지 바로 앞의 한남대교만 건너면 강남이다. 이 지역은 특히 전통적 부촌이다. 건너편엔 유엔빌리지가 있고 인근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산다.
그러다 보니 유명 연예인은 물론 재계 총수와 재벌 2~4세, 의료·법조계 인사가 대거 분양 받았다. 요즘 이 아파트가 다시 관심을 끄는 건 입주 2년6개월이 다 돼 가기 때문이다.
분양 전환되면 손바뀜도 예상
이 아파트의 분양 전환 가격은 시행사가 정하기 나름이다. 민간 임대는 법적으로 인근 시세를 참고하도록만 돼 있지 별다른 규제나 규정은 없다.
하지만 한남더힐의 경우 주변에 딱히 비교 대상으로 삼을 만한 아파트가 없다.
2009년 분양 당시 업계는 이 아파트의 가치를 3.3㎡당 3000만원 이상으로 봤다. 시행사 측도 당초 3.3㎡당 3000만~3500만원에 분양하려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가.
인근 유엔빌리지 등 비슷한 유형의 고가 고급 주택 시세가 3.3㎡당 2500만~300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3.3㎡당 3500만원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한남동 A공인 관계자는 “한강 조망권이 약한 것 빼고는 단점이 없다”며 “초고층 주상복합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에는 다소 못 미치는 3.3㎡당 3500만~4000만원 선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갤러리아포레는 분양가가 최고 3.3㎡당 4300만원에 달했다. 인근의 또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고급 고가 주택이라는 특성상 수요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매수 문의가 이어진다”며 “분양 전환되면 적지 않은 손바뀜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 한남더힐의 분양전환가격이 3.3㎡당 30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