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또 절대 교만을 몰랐다. 옷만 다른 사람보다 낫게 입어도 마음이 교만해져서 다른 사람을 낮추어보게 된다고 낡은 검정색 무명옷만 입었다. 먹는 것 입는 것이 거지만도 못하였다. 한번은 어떤 분이 식혜를 갖다 드리면서 선생님께서 잡수시고 싶어 하신 음식이라 올렸다고 했더니 두어 번 떠 잡수신 후에 숟가락은 놓고 “이놈이 진즉 나무끄렁에라도 치어죽지 않고 이때껏 산 것이 이것을 못 잊어 못 죽었는가?” 하며 통곡하였다. 또 찰밥을 해오자 찰밥을 붙들고 가난한 사람들 생각이 나서 잡수시지 못하고 눈밭을 누비며 찰밥을 할 수 없으리만큼 가난 한 집들을 찾아다니며 나눠주셨다. 올기 쌀이 생기면 가난해서 농사도 짓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다 돌려주신 다음에야 비로소 당신 입에 넣으셨다. 그이는 언제나 세상의 명리를 뜬구름처럼 생각하고 어디를 가던 이익을 구하지 아니하였다. 꽃 한 송이를 볼 때도 탐이 나서 가면 허방에 빠져 넘어지고 다리가 부러질 것으로 생각했다. 남에게 덕을 베풀기를 좋아하였고 빼앗기는 것을 얻는 것보다 즐거워하였다. 일가친척들이 와서 빼앗아 가고 행패를 부려도 그들의 요구보다 더 많이 베풀었다.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주고 송사하여 속옷을 갖고자 하는 이에게는 겉옷까지 주고자 했다. 한번은 그이의 살림살이를 욕심내서 빼앗고자 위조문서를 세우고 위증을 내세워 그의 살림살이가 모두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섰다. 그러나 그는 일언반구의 반론이나 변론도 없었다. 그이는 오직 탄식하며 말하길 “이제 내가 죽을 때가 당도한 것이라” 했다. 길을 가다가 훼방하는 이가 있으면 언제까지라도 기다리다가 그 사람이 허락해야 길을 떠났다. 핍박과 능욕을 하나님께서 주시는 면류관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