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8곡】 "스틱스의 분노한 자들, 디스의 문"
이어서 얘기하자면 사실 우리 눈은
그 높은 탑의 발치에 다다르기 오래전부터
탑 꼭대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서 타오르는 두 개의 불꽃 때문이었다.
또 다른 불꽃이 눈에 아득하게 보였는데,
마치 멀리서 신호를 보내며 화답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의 눈은 탑의 발치에 다다르기 오래 전부터 탑 꼭대기의 두 개의 불꽃을 보았는데 이 불꽃들은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오는 것을 보며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입니다.
작은 배 한 척이 오고 있었습니다.
그 배는 쏜살같이 몰고 오는데 플레기아스(분노의 화신, 전쟁의 신 마르스의 아들)가 뱃사공입니다. 플레기아스는 아폴로가 자기 딸 코르니스를 쏘아 죽이자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래서 분노의 화신으로 불립니다. 아폴로는 플레기아스를 죽여 하계로 보냈습니다.
단테는 플레기아스를 분노의 화신으로 만들어 스틱스의 뱃사공으로 삼았습니다.
그 사공이 외쳤습니다. "여! 이 망할 영혼! 또 왔는가!"
선생님은 "플레기아스! 이번에도 쓸데없이 소리를 지르는 구나, 이 진구렁을 우리가 배로 건너가 해다오." 라고 합니다.
마치 터무니없는 속임수에
불끈 성을 내는 사람처럼,
플레기아스는 분노로 펄펄 끓는 듯 했다.
나의 길잡이는 침착하게 배에 발을 들여놓았다.
나는 그의 부름에 따랐다.
내가 타자 배는 비로소 뭔가를 실은 듯 느껴졌다.
단테가 타자 배는 짐을 실은 것같이 기우뚱 했습니다 . 단테는 영혼이 아니어서 무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낡은 배는 여느 때보다 더 깊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간다고 표현했습니다.
진흙탕 수로를 달리는데 이곳이 ‘분노의 원한이라는 죄를 지은 자들이 벌은 받는 스틱스 늪’입니다. 이곳에는 분노의 원한이라는 죄를 지은 죄인들의 영혼이 진흙 속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7곡과 이어집니다.
두 사람은 스틱스 늪을 가로 질러 탑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진흙 속에서 흙을 뒤집어 쓴 머리가 나타나 단테를 알아봅니다. 단테도 그가 진흙으로 더러워 졌어도 누구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흑당으로 단테를 괴롭혔던 필리포 아르젠티입니다.
그는 손을 뻗쳐 배를 침몰 시키려 했지만 베르길리우스가 손으로 밀쳐냈습니다.
저자는 세상에서 거만했던 사람이었지
일생동안 누구도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 준 기억이 없어서
그의 그림자가 이렇게 사납게 구는 거란다.
세상에서는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지만
여기서는 진흙탕 돼지처럼 뒹굴며
야비한 기억만 떠올릴 자가 얼마나 많을지!
단테는 그자가 진흙탕 속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습니다.
곧바로 내 눈에 흙투성이의 무리가
그자를 난도질하는 것이 보였으니
나는 그 광경을 보여 준 하느님께 아직도 감사드린다.
단테는 복수(?)를 했다.
그는 필리포 아르젠티로 흑당에 가입해서 단테와는 늘 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정치적 적이었지만 지옥에서 난도질당하는 적을 보며 하느님께 감사라니 그 정도로 적개심이 강했나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알리기에르 가문에서 피렌체가 압수한 재산을 불하받았다고도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단테는 지옥편을 쓸 당시 필리포 아르젠티로가 살아있었는데 지옥에 있다고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디스(지옥의 마왕 루키페르가 있는 지옥의 맨 밑바닥)라는 이름의 도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섯 번째 고리입니다.
디스(Dis)는 원래 디스파테르(Dis Pater), 즉 ‘부(富)의 아버지’라는 뜻으로 로마 신화에서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플루톤 또는 하데스에 해당합니다. 단테는 지옥에서 반역한 천사들의 우두머리인 지옥의 마왕 루키페르, 또는 그가 자리 잡고 있는 지옥의 맨 밑바닥을 부르는 말로 사용합니다.
우리는 이 도시를 둘러싼 해자에 도착했습니다. 도시를 둘러싼 성벽은 쇠로 만든 듯 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디스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하늘에서 추방된 천사들이 문 위에서 성을 내며 죽지도 않았는데 죽은 자들의 왕국을 활보하는 자는 되돌아가라고 했습니다. 단테는 절망하여 베르길리우스에게 같이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분이 그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으나 그들은 서둘러 몸을 감췄고 선생님 면전에서 육중한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누가 감히 이 고통의 집을 내게 금지한단 말인가?”
저들의 이런 반항은 새롭지도 않다.
언젠가 더 밖에 있는 문에서고 그랬는데,
그 문은 아직도 열려 있단다. (림보로 들어가는 문)
넌 이미 그 문에 새겨진 죽음의 글귀들을 보았지.
지금 길잡이도 없이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가 지나온 고리들을 가로지르는 분이 계시니,
그분(천사)이 이 도시를 열 것이다.
베르길리우스가 디스(Dis) 성벽의 문을 열지 못하고 하늘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천사가 와서 문을 열어 준 것은 그리스도의 세 번의 강림 중 첫 번째 강림을 비유한 것입니다.
인간 이성이 디스 성벽의 문을 열지 못하고 신앙의 도움으로 문이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