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노작문학상
달 같은 할머니 / 조정
할무니 애렜을 때도 달이 저라고 컸어요?
아먼 시방하고 똑 같었재
할무니는 추석에 뭐 했어요?
우리 아바님 지달렸재
할무니도 아부지 있어요?
그라재 아배 없이 난 사람이 있다냐
으디서 지다렸어요?
동네 앞에 사에이치 비석 있지야 전에는
거그 큰 소낭구가 있었는디 거그서 지달렸재
할무니 혼자요?
아니 우리 성허고 동상허고 항꾼에 지달리재 아바님은 저녁에 해가 지우러야 오싱께
혼자 지달리먼 무서와 그때는 할무니도
똑 너 같이 생겠어야
할무니가 나랑 똑같았어요?
그라재 할매도 너같이 열 살일 적 있었고
열한 살일 적도 있었니라
와~ 최고 이상허네
이상헌 거이 아니라 사람은 다 애기로 나서
할아부지 할무니가 되는 거시여
그럼 나도 나아중에 할무니가 돼요
안 그라믄 좋재 좀도 좋재 그란디 누구나
다 그리 된단다 악아
할무니는 추석날 되먼 머 했어요?
우리 아바님은 먼 데 장사 다니신께 집이
를 잘 못 오세 글다가 추석 되먼 우리 댕
기도 끊고 저구릿감도 끊어서 가꼬 오셌재
우리 아바님이 사온 국사로 엄니가 밤
새와 추석빔 맹글어 주먼 그 옷 입고 달
맞이 허고 강강술래도 뛰고 그랬재
그때는 할무니도 여기 팔뚝 살이 훌렁훌
렁 안 했어요? 다리도요?
아이고 이노무 새깽이 그때는 할매 살도
희고 탄탄했재 너마니로
진짜로 할무니가 열 살일 때가 있었다고?
아먼 진짜재
할무니 그란디 왜 달은 안 늘그고 계속
그때랑 지금이랑 똑 같어요?
금메마다 달은 안 늘근디 어찌 사람은
이라고 못 쓰게 되끄나이
할무니 못 쓰게 안 되얐어요 달 같이 이
뻐요 참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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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선정작에 대해 "이번 시집은 전라도 서남 방언을 바탕으로 모어의 확장 가능성과 그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면서 "동시에 현대사에서 격락되거나 묻힌 부분을 여성 주인공들의 목소리로 복원, 재구조화한 점에서 여성서사의 새로운 진경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관계자는 "서남지역 여성언어의 전경화, 구술성의 효과적 구사는 암묵적으로 메나리조 민요 채록과 민요시 운동을 펼친 바 있는 노작 홍사용의 정신에도 부합되고 있다"며 "동아시아적 세계의 일원론적이고 순환론적 세계관을 비롯한 종교관, 사생관, 페미니즘, 화해관 등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봐야 할 주요 문제들이 제기되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