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꿈<제 202회> 10장 하늘의 뜻(4)
중경현덕부 현주성.
밤이다.
현주성과 성루 주위는 칠흑같이 짙은 어둠에 싸여있다.
푸른 달이 교교히 하늘 높이 떠 잇을 뿐이다.
저자거리.
누군가가 소리없이 움직이고 있다.
흑의 차림에 복면을 쓴 검은 그림자 하나가 순라군들의 눈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성으로 접근하고 있다.
검은 그림자, 흐르는 땀을 딱아낸 뒤,다시 한번 성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잠시 후, 검은 그림자 성 안 잠입에 성공한다.
검은 그림자 조심스럽게 발걸믐을 옮긴 끝에, 황궁 복도로 들어가는 진입로까지 무사히 다다를 수 있엇다.
'휴,이제 곧 황상폐하가 계시는 내전이 나오겠군.'
검은 그림자, 조심스럽게 복면을 벗어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재갈을 들어 검은 그림자의 입을 막은 뒤, 복도 뒤로 끌고 가 버린다.
황궁 안 내전.
발해 황제 대영의, 홀로 책을 읽고 있다.
''한 나라의 개국은 황제 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를 개국하는 것은 하늘의 뜻과 더불어 문무를 갖춘 여러 개국공신들의 도움 역시 중요한 것이다. 발해가 복국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개국공신들에게 저마다 합당한 관직을 내려주어, 나라의 든든한 동량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모를 간택하여, 제국의 미래를 설게해야 할 것이다. 허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란과의 전쟁이다. 동단국을 공격하여 발해의 옛 황도를 탈환하여 발해 제국을 새롭게 건설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발해국에는 문무를 두루 갖춘 뛰어난 명장들이 많다. 거란과의 전쟁에 이들 중 누구를 출전시킬 것이며, 누구를 총사로 삼아야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대영의, 홀로 생각 중이다.
"황상 폐하, 채영 황녀 전하와 채명 황녀 전하가 폐하를 알현하고자 합니다.어찌 할까요."
대영의가 홀로 생각에 잠긴 사이, 내전 밖에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오라 하라."
대영의가 생각에서 깨어나 천천히 답한다.
채영 황녀와 채명 황녀, 내전에 들어와서 예를 갖춘 뒤, 자리를 잡고 있다.
"오라버니 폐하, 소녀 잠이 오지 않아 잠시 들린 것이옵니다."
채명 황녀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곧 거란 제국과의 전쟁이 시작된다.누구를 총사로 삼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느냐?"
황제 대영의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발해 국에는 뛰어난 명장이 많습니다. 허나 발해군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장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위상,오서불,번운학,보탑륙,맹경유 등 몇 명에 불과합니다. 저희 자매들의 생각으로는 그 들중에서도 번운학 장군을 이번 원정의 총사로 천거하고 싶습니다. 번운학 장군이라면 능히 발해군 전체를 통솔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채영 황녀가 차를 마시며, 침착하게 이야기한다.
"번운학 장군이라... 그 역시 뛰어난 맹장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그는 발해군 대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발해군 모두를 통솔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오. 또 위상 장군이나 오서불 장군, 보탑륙 장군 ,그리고 발해의 여러 호족들이 이번 일을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서운해 할지 모르오. 위상 장군이나 오서불 장군이 맡기 어렵다면, 이선 장군이나 이복 장군,하달 장군에게 발해군의 총사를 맡기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오. 그들 역시 문무나 지략이 뛰어나고 인망 또한 높은 편이니, 발해국의 군사들을 이끌어 가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생각되오."
대영의가 차분하게 말했다.
"폐하의 뜻이 정 그렇다면 그리 하시옵소서. 허나 이것만은 아셔야 할 것이옵니다. 한 나라가 개국을 하고 또 수성을 하려면, 황권이 튼튼해야 하고 외척이나 개국공신 세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뿌리를 내리게 내버려두어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위상 장군이나 오서불 장군, 보탑륙 장군, 맹경유 그들은 발해 내부에서 그를 따르고 보좌하는 세력이 적지 않습니다. 허나 번운학 장군의 경우 발해국에 투항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를 따르는 세력이 미미합니다. 저희 자매 외람되게도 번운학 장군을 천거한 것도 이 때문이옵니다. 제국의 미래를 생각하시옵소서."
채명 황녀가 차분하고 침착하게 말했다.
"흠..."
대영의가 무겁게 탄식을 한다.
"그 말도 일리는 있어. 허나 발해군들이 불만을 품지 않겟는가, 이 말이야..."
대영의가 무거운 어조로 말한다.
"염려마시옵소서. 그 해법은 너무나 간단하옵니다,황상페하. 번 장군에게 부월(황제가 장수에게 친히 하사하는 도끼. 전쟁이나 반란 진압시 총사 혹은 토벌군 대장에게 황제가 친히 내려주는 무기를 말함.)을 하사하시면 될 것이옵니다, 황상폐하..."
채명 황녀가 웃으며 말한다.
"음..."
대영의,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중경현덕부 현주성 어느 방안.
검은 그림자가 누군가들에 의해 붙잡혀 있는 곳이다...
누군가, 이들은 누구일까...
"황상 폐하를 암습하려는 자객이 누구인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나이 어린 계집이로군."
그 목소리는 뜻밖에도 야율의덕이다.
그랫다.
황궁에 들려오려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아닌 서문명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회-201회- 참조.)
그리고 그녀를 붙잡은 사람들은 야율의덕,야율의선,야율의양 세 사촌자매 그녀들인 것이다.
"넌 누군데 겁도 없이 이 야심한 시간에 황궁에 몰래 잠입을 한 것이더냐? 황상 폐하를 암습하려 한 것이냐?"
야율의덕이 단호한 어조로 묻고 있다.
"..."
서문명, 침묵을 지키고 있다.
"괜찮으니 어서 말해보거라. 우린 널 해치거나 죽일 생각이 조금도 없다. 낭자가 자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말이다."
야율의선이 조용하게 말한다.
"..."
서문명,여전히 말없이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잇는 것일까.
"소녀,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 말을 확인해보고 싶어 온 것일뿐이옵니다. 다른 뜻은 전혀 없엇사옵니다."
서문명이 뭔가 생각하다 조심스럽게 말한다.
"누구의 지시가 있어 황궁에 들어온 것인가? 그 자가 누구인가? 또 무슨 말을 낭자에게 한 것인지 솔직하게 말해 보거라. 그렇지 않으면 여길 무사히 나가긴 어려울 것이다."
야율의양이 서문명의 말에 단호한 어조로 묻고 있다.
"저,맹경유 님의 말이었습니다. 맹경유 님이 일전에 한 주막에서 소녀에게 장차 이 나라의 황후가 된다고 하셔서, 그 말을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사옵니다."
서문명이 침착하게 말한다.
조금의 망설임이나 흔들림도 찾아볼수 없는 것이다.
'만만한 계집이 아니야. 참으로 당돌하기까지 한 계집이군.'
야율의덕,야율의선,야율의양 세 사촌자매는 내심 이렇게 생각하고 잇는지 모르는 것이다.
"맹경유, 그 자가 또 헛소리를 한 모양이로군."
야율의덕이 웃으며 한마디한다.
일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당혹한 것은 서문명이다.
서문명, 뻥한 표정이다.
하지만 이내 뭔가 생각하더니 침착한 표정이다.
"보아하니 낭자의 말은 거짓없는 사실임이 분명합니다. 여기서 일을 마무리짓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야율의선이 조용히 말한다.
"언니, 둘째 언니의 말이 옮습니다. 그만 집으로 돌려보내지요. 누군가의 말을 잘못 이해하여 황궁으로 겁도 없이 온 것이 분명합니다. 암습이나 다른 목적이 있엇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야율의양 역시 고개를 그덕이며 말한다.
"아우들의 말에 일리가 잇는 듯 하네. 낭자는 이만 집에 돌아가도 좋네. 다른 목적이 있던 것도 아니니, 이만 돌아가보록 하게. 허나 다신 이런 장난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야. 오늘은 이 쯤에서 끝나지만, 다음에는 용서를 하지 않을 것이야. 내 말 알겠는가?"
야율의덕이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예!"
서문명이 고개를 숙이며 그녀들에게 답한다.
서문명, 이윽고 문을 닫고 퇴장한다.
'참으로 당돌한 소저야. 앞으로 일이 참 재미있게 되엇군...'
야율의덕,야율의선,야율의양 세 사촌자매 뭔가 모를 미소를 지으며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있다.
'오늘 당한 치욕은 잊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일은 잘 기억해 두어야겠어...'
서문명, 내심 이렇게 생각하며 처소로 되돌아가고 있다.
서문명, 어두운 저자거리에 문득 멈추어 선다.
뒤돌아 서서 어둠에 짙게 싸인 황궁을 쳐다 본다...
그 시각 정연 황녀의 처소.
정연 황녀 그리고 뜻밖에도 발해의 장수 조현신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드세요. 차가 뜨거우니 조심해서 천천히 드시기 바랍니다."
정연 황녀가 웃으면서 차를 권하고 있다.
"예! 황녀 전하."
조현신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조현신, 조심스럽게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고 있다.
"장군! 장군에게 긴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야심한 시각이지만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마련해 장군을 부른 것이오. 무례한 부탁이 아니겠지요."
정연 황녀가 조심스럽게 차를 마시며 묻고 잇다.
"말씀하시옵소서, 공주 전하..."
조현신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답한다.
"발해는 복국되었어요. 허나 만약 발해가 거란의 침공으로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나와 조 장군은 서로 부부의 연을 맺고, 평범하게 살게 되었을 것입니다. 즉 발해의 멸망만 없었다면 저는 한 나라의 공주이자, 한 남자의 부인으로 그리고 그대 조 장군은 나와 혼인해 한 나라의 부마가 되어 황실과 사돈의 연을 맺게 되어 대대손손 귀족으로 영광을 누리며 살게 되엇을 것입니다. 허나 운명은 그렇지 못하였어요.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까... 발해의 멸망으로 인해 그대와 나는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하고 거란 제국군에 추격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내가 거란군에 추격을 당하는 와중에도 아우 정요 황녀와 같이 그대 형제의 집을 찾아가 몸을 피한 것도 내가 그대를 다시 한번 더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리 한 것입니다. 허나 나는 발해군 장수들에 의해 발해 부흥군을 지휘하는 지도자가 되엇고, 그대 조 장군 또한 사모하는 이가 잇으니
우리의 인연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우리가 부부의 연을 다시는 맺지는 못할 것입니다."
정연 황녀가 차를 마시며 그 동안 있었던 여러 사연을 이야기하듯, 침착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조현신, 침묵을 지키고 잇을 뿐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실 뿐이다.
"조 장군, 하 낭자는 어찌 생각하는지요?"
하 낭자는 하여란을 말하는 것이다.
정연 황녀의 뜻 밖의 질문에 조현신, 놀란다.
"..."
조현신, 침묵이다...
"하 낭자가 조 장군을 사모한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잘 못 안 것입니까?"
정연 황녀가 다시 한번 더 조심스럽게 묻는다.
"..."
조현신, 말없이 차를 마시고 있다.
"대답하기 곤란하면, 굳이 답을 주셔도 안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대화에는 차보다 술이 제격이겠군요.아니 그렇습니까?"
정연 황녀가 웃으며 말한다.
조현신, 여전히 말 없다.
그러나 정연 황녀와 조현신 모두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정요 황녀가 이 대화를 알게 모르게 엳듣고 있던 것이다.
정요 황녀는 처소로 향하다 자신도 모르게 이 대화를 엳듣게 되엇던 것이다.
"가엾은 우리 언니... 언니가 하루 빨리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인데... 흠..."
정요 황녀,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황녀 전하,무슨 일로 여기 서 계신지요?"
여진,여정 자매가 놀란 표정으로 정요 황녀에게 묻고 있다.
"아,아니다. 아무 일도 아니니 그대들이 놀랄 것은 조금도 없다. 밤도 깊었으니 처소로 돌아가 그만 쉬도록 하거라."
정요 황녀가 태연한 표정으로 여진,여정 자매에게 말한다.
정요 황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처소로 향한다.
거란 황도 상경용천부...
금개초의 객점이다.
거란 여장수들이 머무르고 있는 객점이다.
월명도,소율발,아희지,장미,은란,안해령,이향,오보금,주령,채하 그녀들이 양초사와 유사의 등의 눈길을 피해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금개초,그녀들이 머무르고 있는 밀실 앞에 멈추어 서더니, 이윽고 객실 안으로 향한다.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낭자들,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식사를 들기 바랍니다."
금개초가 말한다.
그의 말에 거란 여장수들, 일제히 식사를 시작한다.
거란 여장수들이 식사를 다 마치자, 금개초는 사환들과 같이 객실 박으로 나온다.
그 때 공교롭게도 정정인,상언홍 두 여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어디를 다녀 오시는 길입니까?"
정정인이 조심스러운면서도 단호하게 묻는다.
"그게,저... 보시는 바와 같이 식사를 가져다주고 오는 길입니다."
금개초가 말한다.
"그것을 누가 몰라서 그대에게 묻는 것입니까?왜 저 방에 머무르는 손님들은 객점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하루 세 끼 모두 객실에서 식사를 하는 것인지요? 그 손님들이 도대체 누구길래 그러는 것입니까?"
상언홍 역시 단호하다.
"어디에서 식사를 하든 그것은 손님 자유이니,우리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요."
금개초가 침착하게 말한다.
"따라오세요. 할 이야기가 잇습니다." 정정인이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금개초가 사환들에게 뒷 일을 부탁한 뒤, 정정인과 상언홍 등을 따라간다.
그녀들이 들어간 곳에 따라 들어가니, 그 객실에는 술율태후의 호위무사 8인방이 모두 모여 있다.
정정인과 상언홍 그리고 노연화,오은영,강소천,강염,범소부,임설애 모두 모여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대가 누구를 숨겨주고 잇는지 잘 알고 잇습니다. 허나 염려마세요. 아무도 모르게 이번 일을 처리할 것입니다."
금개초, 그녀들의 말에 뻥한 표정이다.
"우리들이 그녀들 모두를 아무도 모르게 무사히 구출하도록 할 것이니, 금개초 그대는 아무 걱정말고 심려 놓으세요."
호위무사 그녀들이 다시 한번 침착하게 말한다.
이야기는 바뀌어 상경임황부 근처 마을.
천애선,소미령,은소소,당약란,양수향,임선옥,장홍련,왕숙영,장염미,서설랑 그리고 황보율상,초한구,여량,옥패문,강검성 강호 5인방을 비롯하여 명귀,해오묘,고경덕,곽의 등이 붙잡혀 있는 창고 안이다.
그들은 마침내 이 곳 마을을 탈출할수 있는 좋은 계책을 생각한 뒤, 이 곳을 탈출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이다...
그들이 생각해 낸 좋은 게책은 무엇이며, 또한 그들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지 다음 회에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