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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란도란얘기 스크랩 글쓰기는 이렇게! 초등 1학년이 쓴 요절복통 백일장 계획서
에쉴리 추천 0 조회 204 13.11.04 13: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굄돌 책 보러가기

 

 

 

계절이 계절인 만큼 학교마다 각종 글쓰기 대회들이 많다. 가르치는 아이들이 수상을 하면 참 기쁘지만 그렇

다고 대회에 대비하여 모든 아이들에게 미리 글을 써보게 할 수는 없다. 고등학생들 중 꼭 상을 받고 싶어하

는 아들이나 부모가 대회에 대비하여 준비시켜 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만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에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정해진 수업 대신 백일장 대회가 있다며 미리 글을 써 보면 좋겠다는 요청을

왔다. 아이들의 청을 묵살할 이유가 없어 준비를 시켜봤다.

 

먼저 글을 쓰기 전에 숙지해야 할 것들을 설명했다. 초등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들이라면 얼개를 어떻

게 짜고 글을 어떤 식으로 전개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설명하면 알아 듣는데 그 자리에는 3학년들 외에 1학년

아이까지 끼어 있어서 수준에 맞춰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 먼저 글을 쓸 때는 뭘 쓸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고 그걸 메모하는 거야. 그러니까 글쓰기를 하기 전에

계획을 짜는 거지.(얼개짜기) 그런 다음 주제에 어긋나지 않게 글을 써 내려가야 해.

........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모두가 상을 받고도 남을 것 같은 태세다. 마치 시인이라도

된 듯 한동안 상념에 잠기더니 쓱쓱쓱쓱 글씨 쓰는 소리만 들린다.

 

한참만에 완성된 초등 1학년 은미의 얼개(계획서)이다.

 

 

은미는 얼개를 "백일장 계획서"라고 명명했다. 그런 다음 그동안 내게서 직접 들었던 것과 남의 수업

서 귀동냥했던 것을 모두 열거해 글쓰기의 기본을 제대로 썼다. 은미가 쓴 계획서를 잘 읽어보면 그 안

에 글쓰기의 기본이 모두 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백일장 계획서

1. 글을 길게 쓰겠습니다!! (최대한)

2. 제멋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꼭

3. 가을에 대하여 쓰겠습니다.

4. 가을을 생각하여 글을 쓰겠습니다.

5. 집중을 다하여 하겠습니다.

6. 사람들이 이에(이해)를 하게 쓰겠습니다.

7. 열심히 하겠습니다.

8. 가을 풍경을 생각하고 쓰겠습니다.

9. 내용의 주제를 맞게 쓴다.

10. 글씨를 아주 예쁘게 쓴다.

 

한 가지를 빼면 그동안 내가 가르쳤던 내용들인데 은미의 계획서 안에는 글쓰기의 기본이 모두 들어 있

다. 중 몇가지를 풀어본다.

 

1. 글을 길게 쓴다.

 

글이 꼭 길어야 할 이유는 없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면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담아낼 수

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글이 아니겠는가. 물론 글의 길이가 주어진다면 그에 맞게 쓸 필요는 있다. 글을

길게 쓰라고 가르친 적은 없는데 은미가 제대로 이해를 못한 것 같다. 요즘은 서술형 문제들이 대

아이들에게 글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쓰라고 지도한다. 문제에 대한 답만 쓰지 말고 답 하나하나가 모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도록 쓰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야 문장력도 늘고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출제

되든 겁내지 않고 써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제 멋대로 쓰지 않는다.

 

빨리 쓰겠다는 의욕만 앞서다 보면 아무 말이나 쓰다가 어느 순간 글이 막히는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깊이 생각한 다음 그걸 메모하고(얼개짜기) 그에 맞춰 글을 써 내려가면

언부언하지도 않고 매끄러운 글을 쓸 수 있다.

 

5. 사람들이 이해를 할 수 있게 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모든 글은 독자가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만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쓰면 안 되는 것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이 생기지 않게 써야 한다"는 말을 은미는

이에(이해)를 할 수 있게 쓰겠다고 한 것이다.

 

9. 주제에 맞게 쓴다.

 

글을 쓰다 보면 주제에서 빗나갈 때가 있는데 평소 글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재빨리 궤도를 수정하거

나 아예 주제를 바꾸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제자리를 찾아오기가 쉽지 않다. 주제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글이 길을 잃었거나 중언부언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주제에 맞게쓰는 건 매

우 중요하다.

 

10. 글씨를 예쁘게 쓴다.

 

어른들이야 손수 글씨를 써서 글을 쓸 일은 드물지만 아이들이라면 경우가 다르다. 반드시 글씨를 예

쁘게 써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서술형(혹은 논술형) 문제들은 더 많아질 테고 글씨가 괴발

개발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씨가 엉망일 경우, 채점하는 선생님들이 내용을 잘

못 이해하거나 대충 채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여 탄생한 은미의 동시는 다음과 같다. (아무런 첨삭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날 아이들이 썼던 글들을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 글은 쓸 때마다 다를 수 있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는데 연습했던 글을 가져가면 그대로 베껴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입상여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얼개를 짜고 자신만의 깔로 자유

롭게 글을 써본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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