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산행 못 간 일요일에 ***
일요산행을 시간까지 바꿔가며
완벽하게 준비완료한 금요일 밤.
영감과 도란도란 옛얘기 주고받다
집안의 어른으론 유일하게 남으신
숙모님 얘기까지 자연스레 나오고...
이제는 세월 흘러 우리 윗세대의
마지막 어른자리 홀로이 지키면서
흩어져 있는 자손들
그나마 모이게 하는 연결고리 역활에서
우리 모르는 집안의 옛날 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산증인이신
친정의 윗대 8남매의 막내며느리 우리숙모.
시집 와 우리집에서 시어머니, 동서시집
십수년을 말없이 해 내시던 막내숙모님을
어릴적 우리는 새아지매로 부르며
엄마보다 더 편하게 따라 다니곤 했었는데...
당신 자식 하나 소생치 못하시고
우리 자매들에게 각별한 정 쏟으시다가
뒤늦게
업동이 딸 하나 얻어
곱게곱게 키워 시집 보내고
지금은 홀로 외롭게 부산에 사시고 계신
항상 소녀같은 웃음 웃으시는 우리 새아지매.
"낼 모래가 숙모님 생신이네"
이 말이 내입에서 나오는 순간
벌써 일요산행의 뻐그러지는 소리가 들렸으니...
이 핑계, 저핑계 통하지 않고
기어코 내려 가자네, 부산으로....
"처삼촌 묘 벌초하듯 " 이란
옛날 속담을 거부한 우리영감의
처숙모님에 대한 효성스러움이
마누라로 하여금 평소에 없던 충동효도 불러 일으켜
부산으로 떠나게 하였으니...
떠나는 마누라 모양새 보소.
내 숙모님 생신을
시숙모님 생신인양 생색까지 내민서
용돈까지 챙겨가며
의기양양 번지수 못찾고
기고만장 증세까지 보였으니....
애고, 애고, 철 없는 것아!! 니 나이가 몇이냐??
울엄마 살았게셨더라면
한소리 듣고도 남았지를 .
일요산행의 미련을
토요일 밤까지 못 버리고 남은가닥 붙잡고 있다가
언니,동생한테 한소리에 두소리 듣고
할수없이 산악회장님께 전화 걸어
남은 한 가닥 내려놓고서
갑자기 결성된 "숙모님생신 축하방문단"에 끼어
일요일 새벽 부산행 승용차에 합류해
우선은 대전으로 ~~
자매들과 여행길 나서니 신은 나데.
대전을 한시간 반만에 달려
신나서 못살겠다는 얼굴로
달려나온 동생내외 합류시켜
우리는 본격적인 돌발 효도여행을 시작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치고 가제 잡고, 를
이번 돌발여행의 취지로 삼고
우선은 경주로 들어서 봄부터 타령하던
감포의 바닷가로...
감포로 가는길은 출발부터 순조로웠고
직업상 전국을 섭렵한 제부의
재치와 유모어 겯들인 유능한 가이드로
토함산 자락의 녹음짙은 푸르름 만끽하며
구비구비 첩첩이 나타나는 녹색의 다양함을
눈으로 찍고 입으로 감탄하면서 달리고 달렸다.
비릿한 바다내음 밤꽃향기에 묻어 전해오는가 했더니
멀리 아스라히 안개인가 바다인가
푸르스름 희뿌옇게 수평선 반원 그리며 다가올 때 쯤
만고 풍상 이겨내고 꿋꿋히 버티고선
감읍사지 빈터의 반듯한 탑 두개는
융성했던 신라불교의 자존심을 엿보게 했고
우리는 다같이
"엄마야!! 바다다!!~~ "
생전처음 바다구경 하는거 맹구로
마음들 들떠 바다위를 둥둥 떠 돌아다녔다.
말로만 듣던 수중 왕릉 대왕암!
바다 몇미터 앞에
작은 바위들 얼켜있는 그냥 평범한 그 곳
세상에~
그곳이 신라의 대왕 문무왕의 무덤이라니?????
대왕암이라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빈약한 바위 들숙날쑥 모여있는 돌무더기,
바다밑 깊숙히 모양 드러내지 않고
정말로 대왕암의 자부심을 느낄만한
대왕님의 진정한 그 무엇이 있을꺼라 애써 생각하며
그 보다 몇배 우리를 흥분시키는
하늘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청록색 물결
한눈에 보기엔 너무나 넓어
고개를 180도로 돌려서 보고도 또 남았어.
지금껏 고개가 아프네. ^^
회 먹고 대게 먹고
러시아산이라도 맛만 좋더라.
짭잘한 바다 내음 담겨진
조약돌 주으며 자매들은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철 이른 해수욕장 모래밭을
한참을 뛰고 뛰고 또 뛰고...
"너 어디냐?"
산행 끝나고 2차 합류하겠다 약속한 이뿐친구가
전화 걸어와, 감포라 했더니
남한산성 산아래 식당이름인줄 알았대여 글쎄,
산악회장님과 접선하라 일러주민서
몸은 감포 바닷가에서 마음은 또 산으로 달려가네.
"애구, 못말려, 너도....한 군데만 집중해라'
어느새 눈치챈 언니구박 들으도 싸지.
금방 반성의 기미 보이며
감포 바닷가로 잽싸게 돌아았지롱.
지도의 가장자리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해송들 사이로 보이는
해송보다 더 짙푸른 바다를 끼고
감탄사 연발하며
여섯명 합쳐 평균 육십의 어른들이
마음은 평균 16세라.
울산을 지나 부산으로...
"아이구 야~들아~ 이키 먼길을!!!"
반가움이 복받쳐 말을 잇지못하고
들어오는 늙은 질녀 질서들
연달아 잡으며 눈물로 맞으시는 숙모님.
고왔던 새아지매의 옛모습
아직도 우리눈엔 남아있고
소녀처럼 맑은웃음 연신 끈이지 않고
우리들 번갈아 쓰다듬고 만자며
좋아서 좋아서 못살겠다 하시네.
오기를 정말로 잘했네.
비로소 오늘의 결정을 내 스스로 칭찬하며
집안의 구석구석,혼자서 할수없는
방충망 고쳐달고 형광등 손들보고
테레비젼 조정까지...
군데군데 남정네들 손 볼곳이 어디한두군데 이던가?
일들 할 동안
우린 숙모님 모시고 수퍼마켓으로
괜찮다, 필요없다시는 숙모님 의견 뒤로하고
이것저것 요긴히 쓰실물품
알뜰히 챙겨담고 생신상 차릴 시장까지 봐서
그날저녁 상 다리가 부러질가 겁들 내민서
생신 전야제를 거하게 차려드리고
숙모님 즐기시는 고스톱에서 번갈아 돌아가며
위안용 가무까지, 완벽한 공연에
일년치 웃을것 다 웃었다며
발거래한 얼굴이 너무 환한 숙모님
부산까지 왔는데
광안대교 밤야경을 꼭 보여주고 싶어하시는
숙모님의 마음 헤아려
옥이네 집에서 보인다는 광안대교 드라이브를 나갔다.
잠수교도 아닌데 2층 다리라.
칠흑 같은 밤바다에
찬란한 불빛이 나선형을 그리며
휘어져 달리는 다리위를 지나가며
건너 보이는 높다란 아파트 어느곳에
옥이가 있을꺼라 생각하며
빠듯한 일정에 연락할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새벽녘 잠이 깬 우리들 사이에서
도란도란 깔깔깔 밀린얘기 끝도 없고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숙모님의 모습 보며
자매들 함께 엄마를 생각했고
엄마대신 자주 찾아뵙자는 약속을
마음속으로 주고받았다.
촛불켜고 생신노래 숙모님 울리고
친구분 몇분 불러 대접하며
숙모님께도 든든한 울타리있음을
은근히 알리고
우린 헤어짐을 아쉬워하시는 숙모님께
자주 찾아뵙겠다 약속드리며
부산을 떠났다.
오는길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고속도로 들어서자
제법 주룩주룩 내리고
그 와중에도 상주를 들렀다 가자는
못말리는 의견들로 신들이 나고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상주 장날일쎄.
새로뚫린 고속도로 들어서서 선산 거쳐 상주로..
점심은 상주에서
믿고갔던 복라이 친척식당은 문이 닫혔고
식당찾느라 뺑뺑 돌면서
인해한테 전화하고 싶었는데 안했어.
그런데로 고향의 맛 느끼며 점심 먹고
명태 껍데기에서 양대 잎파리
이것저것 손이 모자라게 주렁주렁 사서들고
행여나 동창생 우연히 마주칠까? 기대하며
시장통을 돌았지만 아무도 눈에 안띄더라고.
쪼께 아쉬웠지롱~~~~~~~~
상주여중 바로건너 시청안주차장
벚지나무아래서 까만 벚지 몇개 털어
새콤쌉쌀한 고향의 맛 입속 하나가득 담고
다음에 오면 인정스런 정자도
친구 좋은 인해도 시청의 안성대도
회장님 천근배도 불러내야지.
속으로 다짐하고 잘있거라 상주야
올 8월에 다시오마.
먼길 재촉하며 상주를 떠나왔다.
그리고 쭈~~~~~~~~욱 서울로 서울로...
밤중에 부산 옥이가 전화로..
"향수가 너 부산왔다메? 지금 어디냐??"
카페 들어갔다가 부산 온줄 알았다며
지금 나 있는곳으로 달려 오겠다네.
"아이구 미안해라, 나 지금 서울 도착했어."
"찌랄하고, 연락도 안하고.... "
아이구 무시라.
카페 땜에 가마이 뭔~짓을 못해여.
전국으로 연락이 다 되네.
친구찾는 고마분 옥이마음
부산서 본것이나 진배없고
나 없어도 재미꼴꼴 산행즐긴 친구들
쪼께 심통은 나지만 듣기 좋았고
2000회 축포에 잔치에 글 올린 여러님들!!
정말로 고마바요.
그리고 사랑도 한다구요.
하~도 여럿이서 어디를 갑자기
갔었냐고 물어와서
시원하게 미주알 고주알 밝혔으니
길다고 지루하다 잔소라들 마소.
독후감 받을끼구만요.
독후감 당첨 되신분
상주서 가져온 명태껍데기
반찬 만들어 드립니다요~ㅇ
울매나 맛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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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박2일의 돌발여행.----대전에서 감포로, 감포에서 회먹는 상상을하니 군침이 돌고.----부산에서 숙모님 모시고 잔칫상 생각하니 목에서 꼴깍소리 절로나고.---상주 소식에 고향 가고픈 마음 달랠길 없고.---성의껏 쓴 보고서 대충대충 읽을 수도 없고.---열심히 전경을 그려가면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읽다 보니.---
눈도 침침 속도 울렁울렁 머리도 어질어질.---옆사람에게 이 증상을 얘기 하니.---이 증상에 특효약이 있다네.---구하기 좀 힘들겠지만.---명태껍데기 반찬이 특효약이레여.---꼭 네가 가져온 명태얘기 하는것 같아 미안스럽구만.---난 괜찮아여 좀 힘들겠지만 참지 뭐.---아이구! 또 머리가 아파 오네.~~~~
홀로사시는 숙모님 생신상 차려드리는 모습들이 감동스럽다. 재매들이 모이면 못 할끼 없겠다. 오가며 좋은데도 들리고 상주까지 갔으니 1박 2일이 너무 뿌듯하겠다.명태껍데기도 파나?
네글 자~알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너그 자매들 똘똘 뭉친 우애가 부럽고 어른 공경하는 마음씨에 내뒤가 돌아보인다 요샌 몸보다 마음이 늙는 속도가 더 빨라여 만나지 못해 많이 아쉽드라 먼길 오기도 쉽지 않은데
독후감은 내가 잘 쓰는데 태지니 머리 땀시 양보 할 수 바께 없구만,하여튼 재미있게 잘 봣다.그데 갑자기 머리가 어질 어질 .나도 그 약 먹어야 되나?
1박2일의 돌발여행도 니가쓰면 4박5일짜리가되는구나, 나도 태지니처럼 눈도침침 속도 울렁울렁해여, 여기에 명태껍디기 반찬이특효약이랴며? 난 돌라소리는안할께, 아이구 또머리도 아파오네.
정말 감동이다... 홀로 사시는 숙모님 사랑하는 질녀,질서들 마음이 이리도 환하고 이쁜지.. 그 모습이 눈에 선하네. 참 착하고 예쁜 자매들이다. 덤으로 재미있는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도 싫건 먹고..보기만 해도 같이 신이 난다. 사진도 좀 올려줘. 숙모님 사진도...
외로우신 작은숙모 얼마나 반가워셨겠나.나이들면 사람들이 그립다는데...형제들의 마음마음들이 너무 이쁘고 네 글도 감동스럽다.명태껍데기 맛은 꼬소한가..
진한 감동이 온다. 사람 사는 맛이 듬뿍!!! "나는 행복합니다!!!" 소리가 들리네.
행복을 싸들고 다니는 향수기는 복 받을겨. 월매나 좋아하셨을까 연로하신 숙모님이..
숙모님 생신상 참어려운긴데---자매님이 단합하니 않되는것이 없구려 ---복받을기구만요!!!그나저나 이리소상하게.재미있게 표현을...찬치상 .바다가 .상주 .모두다 좋으나 줄줄이-----이어지는 글귀에 난 아무 할말이 없구려...입만 딱 벌리고 있습니다...며칠후에 제자리로 돌아올지 걱정이네요...누가보면 않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