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키스' 그림 해부하니 깜짝…"스타일리시한 정자들"
뉴시스 기사 등록 2024.01.16. 00:04:00, 수정 2024.01.17 10:23:09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 (1907년 작품)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황금빛 옷에 파묻혀 입맞춤 하는 남녀, 극강의 황홀함을 전하는 이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의 위대한 걸작 '키스(The Kiss)'다. 1907년 제작된 이 그림은 장식적이고 지극히 관능적인 '금빛 화가' 클림트 예술을 대표하는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키스' 작품은 남성의 성기 모양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 구체적인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클림트를 해부하다'를 쓴 유임주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키스 그림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클림트는 정자의 형태를 스타일리시한 도식으로 표현하였다"며 비밀스럽고 신비한 클림트의 예술세계로 안내한다.
"클림트는 세로로 긴 직사각형을 남성의 성기 모양의 상징으로 써왔다. 따라서 남자 옷에 표시된 검은 직사각형이 남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클림트는 정자의 형태를 스타일리시한 도식으로 표현하였다. 여자의 옷을 살펴보면 도라지꽃 같은 다각형이 많이 관찰된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이 다각형에 물결치는 듯한 꼬리가 붙어 있는데, 이것이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200~400배 확대된 정자의 모습이다. 이미 19세기에는 광학 현미경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어, 이 정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156쪽)
이 책은 '키스' 속 연인의 옷자락에 숨겨진 문양과 상징을 실마리로 삼아, 클림트가 일생을 통해 추구했던 테마, 바로 ‘인간의 생로병사’를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는지 해부학자로서 탐색한다.
키스를 나누며 황홀경을 경험하는 남녀의 모습은 정자와 난자의 만남, 그 이후 수정과 발달의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남성의 옷자락에는 무채색의 직사각형들이, 여성의 옷자락에는 빨간색, 보라색의 원형과 타원형의 문양들이 그려져 있다. 저자는 클림트가 세로의 직사각형을 남성의 성기로, 원형과 타원형의 문양을 난자와 세포를 상징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에 기반해, '키스'가 표현하는 인간 발생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클림트는 당시 ‘예술인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듣고 자신의 작품에 해부학의 코드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높은 생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그림에 정자와 난자, 착상, 임신, 세포분열을 상징하는 요소를 빼곡히 새겨 넣었다.
"클림트는 어느 날, 의대 해부학 실습실을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1903년 주커칸들 교수가 진행하는 ‘예술인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듣게 된다. 주커칸들 교수는 인체의 육안적 구조와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조직의 사진을 랜턴(환등기) 슬라이드를 통해 소개하였으며, 특히 정자와 난자로부터 발달하는 인간 발생의 신비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다. (…) 클림트는 주커칸들 교수의 강의와, 그와의 교류를 통해 해부학, 발생학, 조직학에서 표출된 이미지에 깊은 인상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그림 속 중요한 재료로 사용하게 된다."(90쪽)
저자는 "의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키스'에서 시작해 '죽음과 삶'에 이르는 클림트의 모든 작품은 인간이 태어나 죽음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발생학과 진화론적 관점에 기반해 그린 ‘연작 시리즈’"라고 정의했다. 그는 '키스'하는 클림트의 그림에 빼곡히 그려진 문양을 해석한 연구로 세계 3대 의학저널인 'JAMA'에 실어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전 세계 석학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책은 ‘클림트를 사랑한 해부 학자’인 저자가 지금까지 모아온 연구 성과를 엮어낸 첫 책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이자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은 “클림트의 그림은 과학과 예술의 아름다운 통섭"이라며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클림트의 '죽음과 삶'은 내가 강연 중에 가장 자주 언급하는 그림이다. 화면 가득 음습함과 화려함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죽음과 삶'을 걸어놓고 나는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속성이 죽음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그림과 더불어 '키스', '다나에', '포옹' 등에 빼곡히 그려진 작은 문양들이 정자와 난자에서부터 인간 초기 발생 과정의 세포와 조직들을 형상화한 것인 줄은 정말 몰랐다…. 의학박사인 저자가 펼쳐 보이는 예술의 경지가 놀랍도록 화려하고 흥미진진하다."
클림트의 작품 속 인간 발달을 상징하는 도상들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책에는 프리다 칼로, 에곤 실레, 에드바르 뭉크 등 클림트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 예술의 영감을 얻었던 화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당대 과학자들의 연구 스케치, 과학 전문서의 삽화 등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오래전 인간 탄생의 비밀을 추적하듯 색다른 미술 관람을 제공한다.
미술계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 대표작 '키스', NFT로 탄생하다
기자명 조민수 기자
아이티데일리 기사 입력 2024.01.29. 13:27
[아이티데일리]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벨베데레 박물관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NFT(대체불가능토큰)로 제작해 대중에게 공급한다. 벨베데레 박물관의 첫 디지털 수집품 세계 데뷔라고 BNN브레이킹이 전했다.
이는 벨베데레 박물관과 디지털 수집품 고문 니미(Nimi) 간의 새로운 파트너십에 따라 예술품 컬렉션을 디지털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로써 일반인들이 거장의 예술품을 소유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먼저 벨베데레 박물관의 가장 상징적인 예술 작품인 클림트의 '키스'가 NFT로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의 문화 기관이 수행한 최초의 프로젝트이며, 대중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기관의 NFT 발매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클림트의 키스는 디지털 방식으로 1만 개의 조각(100x100 그리드)으로 나누어 각각을 NFT로 제작, 개당으로 판매된다. 각 디지털 토큰의 가격은 1925달러(약 257만 원)이다.
벨베데레 미술관은 120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궁전이다. 미술관은 디지털 미술 컬렉션의 추세와 시장을 수용하면서 클림튼 작품의 NFT 상품화를 계기로 포스트모던으로의 도약을 과감하게 선언했다.
키스 NFT의 이미지 각각은 매주 금요일 구매자에게 무작위로 할당된다. 각각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전체 그림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겹치는 이미지가 없다.
박물관의 목표는 MZ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층 관객과 디지털 세계에 친숙한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NFT 소유자는 별도의 커뮤니티로 조직돼 박물관 소속감을 높이게 된다. 또한 박물관의 각종 특별 이벤트에 초대되고, 집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예술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BNN브레이킹에 따르면, 벨베데레 박물관의 계획은 고전 예술과 현대 첨단 기술의 교차점이 예술작품에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도달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는 혁신을 단행하고, 시장을 확장한다는 박물관 전략의 일환이다.
벨베데레 궁전은 1700년대 건축된 것으로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상징이다. 여러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전 국민의 존경을 받은 오이겐 폰 사보이 장군이 건립했다. 오스트리아가 독립을 회복한 곳도 바로 벨베데레였다.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벨베데레 궁전은 현재 전체가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벨베데레 상궁에는 키스를 포함한 클림트 컬렉션이 상설 전시중이다. 하궁에서는 특별전이 주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