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왜 그렇게 끊임없이 화제에 오를까? 일부 언론에서 화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행성이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옳지 않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를 1로 본다면 태양으로부터 금성까지의 평균거리는 0.72, 화성까지의 평균거리는 1.52가 된다. 따라서 우리 이웃 두 행성 중 금성이 화성보다 지구에 더 가까이 접근한다.
화성이 인류의 관심을 끌어온 이유는 여러 면에서 지구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제2의 지구’로 여겨질 정도이다. 화성의 하루는 약 24시간40분으로 우리 지구의 경우와 겨우 40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전궤도면에 대한 자전축의 경사각도 24도로 우리 지구의 경사각 23.5도와 놀라우리만큼 비슷하다. 또한 희박하나마 대기도 존재하고 4계절의 변화가 지구에서 관측되기도 한다.
올해 화성은 다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80여년 만에 지구에 대접근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 ‘전쟁의 신’ 이름
지구와 화성이 태양을 공전하다 보면 태양·지구·화성 순서로 일직선을 이루는 경우가 있게 된다. 지구의 공전주기는 1년이고 화성의 공전주기는 약 2년이므로, 태양·지구·화성이 일직선을 이루고 나서 2년 뒤에 다시 일직선을 이루게 된다. 즉 지구가 태양을 2회 공전하는 동안 화성이 1회 공전하여 다시 만난다는 말이다.
실제로 화성은 780일마다 지구에 접근한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올해 8월, 2005년 10월, 2007년 12월 순으로 주기적으로 지구에 가까이 다가온다. 하지만 지구~화성 사이의 거리는 매번 달라지는데 이는 화성이 지구에 비해 더 찌그러진 타원 모양의 궤도를 그리며 공전하기 때문이다. 태양과 화성 사이의 거리는 약 2억700만㎞(근일점)와 약 2억4900만㎞(원일점) 사이에서 변한다. 따라서 화성이 근일점에 있을 때 태양·지구·화성이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화성은 지구에 대접근을 하게 된다.
화성은 올해 8월 27일로 1924년 이후 80년 만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게 되며 앞으로 2287년까지 이보다 더 가까운 접근은 없다. 따라서 우리 평생 올해보다 더 밝은 화성을 볼 기회는 다시 없다. 육안으로 보면 화성은 이름 그대로 붉게, 마치 ‘붉은 악마’의 별처럼 보인다. 영어 이름인 마스(Mar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이다.
화성은 8월 말 거의 금성(샛별)만큼이나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을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얼룩진 붉은 표면과 함께 흰색을 띤 북극과 남극이 보인다. 이 흰 부분이 마치 화성이 관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극관(極冠)이라고 부른다. 시민천문대 망원경 등을 이용하면 쉽게 극관을 관측할 수 있다. 올해 8월 전국의 시민천문대들이 ‘화성 축제’를 열 계획이고 ‘대한민국 별 축제 2003’ 같은 행사들도 기획되고 있어 올해는 ‘별 볼 일 많은’ 여름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화성을 향한 인류의 짝사랑
네덜란드의 호이겐스는 1659년 최초로 망원경을 이용해 화성을 관측했다. 이를 통해 자전주기가 약 24시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666년 이탈리아의 카시니는 극관을 발견했다.
근세에 이르러 영국의 허셜은 화성의 극관이 얼음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즉 화성에는 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극관을 관측한 결과 여름에는 작아지고 겨울에는 커진다는 사실이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했다. 허셜은 화성의 궤도경사각이 24도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러자 마침내 독일의 가우스는 눈으로 덮인 거대한 시베리아의 평원에 커다란 낙서를 해서 화성과 교신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스키아파렐리가 1877년 약 40개의 줄무늬를 화성 표면에서 관측하고 ‘운하’라고 이름지었다. 그 뒤 미국의 로웰은 화성인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화성을 연구하기 위해 애리조나주의 플래그스태프(Flagstaff)라는 곳에 로웰 천문대를 세웠는데, 19세기 말까지 적어도 160개가 넘는 ‘운하’를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