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록키'(1976)를 시작으로 '록키 4'(1985)까지 복서 아폴로 크리드를 실감나게 연기했던 칼 웨더스가 76세의 나이로 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가족이 밝혔다. 가족이 발표한 성명은 "잠을 자다가 평화롭게 죽었다"면서 "비범한 삶을 살았던 비범한 인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가족은 또 "영화, TV, 예술 및 스포츠에 대한 그의 공헌을 통해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고 전 세계와 세대를 넘어 인정받았다"면서 고인은 "사랑하는 형제, 아버지, 할아버지, 파트너, 친구였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출연작으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함께한 '프레데터'(1987), 아담 샌들러의 '해피 길모어'(1996)가 있다. 원래 북미프로풋볼(NFL) 라인배커 선수에서 배우로 변신했다. 액션과 코미디 장르에 고루 출연했으며 디즈니+ 히트 시리즈의 '만달로리안' 세 시즌에 모두 출연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슈워제네거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추모 글을 통해 "칼 웨더스는 항상 전설이 될 것이다. 비범한 운동선수, 환상적인 배우, 훌륭한 사람이었다"며
"그가 없었다면 '프레데터'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만드는 데 그렇게 멋진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948년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웨더스는 샌디에이고 주립대에서 연극 연기를 공부한 후 1970년 오클랜드 레이더스에 입단했다. 첫 해 7경기, 1971년 1경기에 출전한 뒤 레이더스에서 방출돼 CFL BC 라이온즈에서 2년간 뛰다가 1974년 은퇴하고 배우로 전업했다. 단역으로 활동하다가 '록키'에 발탁돼 스타덤에 올랐다.
'록키 4' 촬영 당시 이반 드라고와의 복싱 대결 도중 사망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당시 신인 배우였던 돌프 룬드그렌이 펀치를 날리자 웨더스가 "이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이탈하는 바람에 촬영이 나흘 동안 중단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나중에 드라고와 록키가 맞붙는 장면을 촬영할 때 2년 연속 유럽 공수도 챔피언에 올랐던 룬드그렌의 펀치를 가슴팍에 맞은 스탤론이 타박상과 혈압 이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일화도 있다.
영화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50년 넘게 경력을 쌓는 동안 그는 75편 이상의 영화와 TV 쇼에 출연했다. 2021년 '만달로리안'으로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두 에피소드와 '로 앤 오더'와 '시카고 메드'의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그 외 출연작으로 '액션 잭슨'(1988), '미지와의 조우'(1977), '8 크레이지 나이트', '리틀 니키'(2000)와 '토이 스토리' 프랜차이즈도 있다. 샌들러는 소셜미디어(SNS)에 "진정한 위대한 사람. 위대한 아빠. 훌륭한 배우. 대단한 선수"라고 적은 뒤 "대단한 녀석!!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고 썼다.
'브레이킹 배드'의 배우 잔카를로 에스포지토는 "친애하는 친구이자 형제인 칼 웨더스가 몹시 그리울 것이다. 당신은 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영광과 기쁨을 누렸던 가장 멋진 인간 중 한 명"이라고 돌아봤다. 지난해 디트로이트 뉴스 인터뷰를 통해 웨더스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불렀다.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많은 사람이 내 앞에 있었고, 그들이 만든 길을 따라 걸으며 성공을 찾아갈 수 있었다"며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하도록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액션 잭슨'에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무명의 샤론 스톤이 조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700만 달러 저예산 영화가 6500만 달러 흥행 대박을 거뒀다. 찰스 브론슨 주연 영화 '죽음의 추적자'(Death Hunt) (1981)에서는 캐나다 국경을 관할하는 리 마빈의 흑인 부하 '선 독' 역할을 연기한다. 무슨 이름이 그러냐고 마빈이 비웃는데 어처구니 없는 오발 사고로 죽은 뒤 마빈이 복수하며 비로소 선 독의 본명을 알게 되는데 황당하게도 '조지 워싱턴 링컨'이었다. 국내 개봉하지 않았는데 1990년대 초반 비디오로 나와 제법 인기를 끌어 공중파 SBS '영화특급'으로 방영됐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연출 솜씨도 있었다. '만달로리안'의 그리프 카가 역을 연기하며 시즌 2와 3의 4화를 직접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