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 |
지난 2006년 클래식의 대중화를 목표로 시작된 공연 '김정원과 친구들'이 오는 23일 오후 7시30분 부산시민회관대극장에서 프리미엄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부산을 찾는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자신의 지인들과 우정을 바탕으로 한 무대를 만들어온 이 공연은 4년 연속 전석 매진과 매해 공연 예매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를 두고 국내 클래식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프리미엄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대중가수인 김동률 양파 등을 초청해 이뤄지던 종전 진행방식과는 달리 클래식 본연에 충실하도록 짜여졌다. 김정원은 "스스로는 단 한 번도 클래식 연주자라는 음악적 정체성이 흔들려 본 적이 없는데, 주위에서는 대중음악가와 함께하는 것에 더 눈길이 갔던 모양"이라며 "이번에 나의 진정한 음악 세계를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두 대의 피아노만이 등장하는 피아노 듀오 콘서트로 지역에서 만나보기 쉽지 않은 형태다. 게다가 한 피아노에 두 명의 연주자가 함께하는 투 피아노 공연까지 마련됐다. 김정원과 함께하는 피터 야블론스키 또한 뛰어난 연주로, 스웨덴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 음악가다. 김정원은 "야블론스키는 제가 대학을 다닐 무렵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였다. 콩쿠르 한 번 입상하지 않고 유명 지휘자인 아쉬케나쥐에게 발탁돼 음반을 내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섭외는 지인을 통해 연락이 닿자 야블론스키 측에서도 흔쾌히 동의해 이번 콘서트가 성사됐다고 한다.
피터 야블론스키 | |
공연 전반부가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라면 후반부는 두 남성 연주자들이 주는 압도적인 강렬함으로 구성된다. 첫 곡은 폴란드 출신 작곡가인 루토슬라브스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아주 화려하고 난해한 기교를 선보이는 파워풀한 연주가 특징이다. 마지막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제1번 환상곡-정경' 사단조 작품5로 장식한다. 흔히들 라흐마니노프라면 쉽게 연상하는 화려한 곡이 아니라 내면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노래다. 특히 러시아의 부활절을 부제로 한 이 작품에서는 많은 성당들이 동시에 종을 울려 나오는 장엄한 소리를 표현해 낸다. 두 피아니스트의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김정원은 "피아노는 혼자 연주를 준비하고 무대에 올라야 해 고독과 싸우는게 일상이다. 그래서 앙상블은 준비나 연주 모두 아주 행복하다.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즐거움 중에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 즐거움만큼 큰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부산공연은 계획을 세울 때부터 설렌다. 항상 해운대에서 투숙하는데 바다와 산이 주는 조화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며 부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2003년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김상진과 함께 MIK 앙상블을 결성해 활동 중인 김정원은 최근에 경희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