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열어놓고, 민주 의원 수십명 해외출장
“민생법안 처리하자” 임시회 소집
열리자마자 베트남-스페인-日로
與 “이재명 방탄 국회… 국민 기만”
더불어민주당이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며 1일부터 3월 임시국회 개회를 요구해놓고 정작 소속 의원 상당수가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해외 출장을 떠나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대규모 해외 출장 일정을 사전에 보고받고도 3월 임시국회를 강행한 민주당 지도부의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의원 약 60명 가운데 20여 명은 이날 2박 3일 일정으로 베트남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더미래 측은 “지난 연말부터 당의 진로와 총선 준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예정돼 있던 일정으로, 여러 차례 연기하다 진행한 것”이라며 “국회 경비를 지원받지 않고 참석 의원들의 사비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에 참석한다며 출장을 나갔다. 과방위원장인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해 고민정 최고위원과 조승래 의원, 민주당 출신 무소속 박완주 의원 등이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출장에 동행하지 않았다.
안민석 임종성 의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양정숙 의원은 3·1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다. 여기에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마저 8일부터 18일까지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등으로 순방을 떠난다. 김 의장의 출장 일정은 이미 지난달 중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 부재 시 사실상 본회의를 열기 어려운 점을 알면서도 민주당이 임시국회 개회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 목적이 아니라면 6일부터 임시국회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1일 개회를 고집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미래 출장에 대해 “1년에 한 번 하는 (워크숍) 일정인데 국회 회의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데다, 향후 상황을 감안했을 때 그나마 가능한 일정이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상임위 관련 의사일정이라도 잡아보려 했지만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국회 본회의도 다음 주에라도 빨리 열 수 있게 저쪽(국민의힘)을 설득해보려 했는데 답을 주고 있지 않다”고 국민의힘 탓으로 돌렸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공언과 달리 어제 국회에서 일하지 않았고 3·1절을 ‘이재명 대표 방탄절’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