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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덤덤한듯이, 안녕. 하고 내뱉는 내가 어색했다.
그아이를 다시만난순간, 날 놀란듯이 빤히 보는 그눈에 대고
'안녕'이라는 인사를 내뱉을수밖에없었다.
헤어진지 4개월.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 마주치기만해도 껄끄러워 모른척하고 지나치던 우리 둘이,
같은 편의점알바, 그것도 같은 시간대에 하는것이다.
참 묘했다.
이렇게도 만날수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인 내가 알바를 한다 했을때, 편의점 주인아저씨는 편안하게 웃으며
여자혼자선 위험하다고, 남자하나를 구해줄테니 같이 하라하셨고,
난 그말에 냉큼 웃으며 받아들였기때문이다.
아직까지 눈을 꿈뻑이며 얼떨떨해하는 인호.
"자자, 시간은 오후 8시부터 12시. 두달이니깐 열심히 하도록해.
관둔다는말은 안하기로 약속했었지? 유니폼은 저기있고, 잘할수있지? 그럼 난 간다."
호탕하게 웃으며 아저씨가 사라지자 적막함이 감돌았다.
두달.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며 내색하지않으려는 나완달리
코를 찡긋거리며 난감함을 그대로 표현하는 강인호.
"오랜만이다, 유서연."
그래, 오랜만이겠지.
그렇게 헤어지고나선 내가 널 죽도록피해다녔으니까.
"응."
"..여전히 이쁘네.."
작게 새어나온 그말을 못들은척,
짧게 대답하며 그옆을 스쳐지나갔다.
옅게, 아주 옅게 이 남자가 좋아했던 레몬맛사탕향이 난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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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짜, 이아가씨 말 되게안듣네!"
"아뇨, 손님."
"왜 시간이 안나는건데? 잠깐만 밖에서 보자고!!"
"으..손님, 나가주시겠습니까."
"아가씨. 내가 정말 아가씨가 이뻐서 그래. 응?"
10분. 10여분의 실랑이가 계속되고있었다.
자꾸만 시간을 내달라는, 분명 40대쯤, 나이좀 들어보이는 남자.
나가라고 해도 뻐팅기니, 어찌할수 없는 노릇이다.
"자기 딸뻘인 애한테 찝쩍거리면 안쪽팔리나?"
?
비아냥 거리는 말투에 놀라 고개를 휙 돌려보면 방금 소리가 난곳엔
박스를 다 옮기고 나오는건지 창고에서 나오는 인호가 있다.
그 시선이 있는곳을 바라보면 이 남자가 붙들고 있는 내 손목.
움찔, 하고 이 아저씨가 움찔하는것이 느껴지면,
"손목 분질러버릴까?"
하고 말을 내뱉어내는 강인호.
후다닥, 그 말을 듣고 무안한듯 딸랑,하는 종소리를 내며 남자가 나간다.
"바보같이."
카운터옆, 작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날 똑바로 직시하고 말하는..
"여전히 똑같네.얼굴이쁘다고 추근덕거리면 싫어하고, 또 싫으면서도
남이 말하면 똑부러지게 거절못하고, 화도 못내고. 그렇다고 착한것도 아니고.
당황하면 아랫입술물거나 눈찡그리고. 잘 웃지도 않다가 괜히 혼자 웃고. "
"무슨소리하는거야."
"아니, 그냥. 지금 창고안에서 너하는 모습 보니까 그대로라서."
"........."
"너 어제 나하고 알바해야된다는 소리들었을때도 입술 잘근잘근 깨물었잖아."
"..넌 코 찡긋거렸잖아. 그거 너 당황할때 버릇인데."
"그러는 지는. 아까 짜증났는데 화도 못내니까 눈만 찡그리고."
"여전히 의자에 앉을때 다리떠네."
"너도 여전히 의자에 앉아있을땐 다리 꼬네. 치마입고도 다리꼬아서 그것땜에 엄청 싸웠는데."
"..다 기억나?"
"그럼 넌, 다기억해?"
"응."
"나도 다 기억해."
풉.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하다 동시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서로 보고있으면 좋으면서 왜 헤어졌을까.
약간 씁쓸해졌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걸까. 웃던 얼굴이 조금씩 굳는 강인호.
"웃긴다, 유서연. 넌 너 찬남자한테 아무렇지도 않냐?"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너도 웃긴다, 강인호. 넌 너한테 차인 여자앞에서 아무렇지도 않냐?"
피식.
그게 그거다, 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웃는 웃음.
여전히 그대로라는말, 어쩌면 내가 하고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내가 알던 그 모습들이 하나,둘 보일때마다
빙그레 웃음이 나는 나를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아씨 ,레몬맛사탕에 환장했냐?"
"왜, 맛있잖아!!! 너도 먹을래?"
"먹는게 문제가 아니라, 돈니가 낼거냐고!!"
"에이, 그러면서 자기돈으로 삥땅해줄거면서."
...누가보면 서로에게 장난을 치고있는듯이 보이는 우리 두사람.
우리 둘이 사겼을때보다 더 부담없는 사이.
아르바이트를 한지 3주일가량이 흘렀을때, 난 비로소 물을수있었다.
왜 나와 헤어지자고 한건지.
..사이가 어색해지길바라지않으며 물은 내게,
나를 지긋이 한번 보던 인호는 그제야 입을 떼었다.
"...궁금해?"
"응."
궁금했다. 늘 나만보며 웃던 강인호였는데, 그런 강인호가
갑자기 이별을 고한 이유가.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질렸다는 말한마디 없이
미안하다며 헤어지자던 그 이유가.
손으로 입술을 비비며 어렵사리 말을 꺼낸 인호는 간단하게 말을 했다.
"넌, 너무 이쁘잖아."
"..응?"
"나혼자 갖기엔 아깝잖아, 너."
아리송한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때.
"그래도 우리 지금이 편하고 좋지않냐?"
하고 장난스레 웃으며 내어깨에 손을 걸치는 인호.
...아닌데, 아닌데...그거 아냐, 인호야. 나, 하나도 안좋아.
하루에 수십번도 더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되내인단말야..
\
"얼마 안남았네."
푹푹, 달력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르바이트는 1월부터 2월.
그나마 2월은 28일까지밖에 없기에 같이 있을 시간이 줄어든것이다.
"으하, 춥다. 일찍나왔네?"
춥다며 발을 동동구르는 모습이, 일찍나왔냐며
묻는 모습이 어느새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7시 30분이면 5분거리인 이 편의점에 가기위해 집을 나서는 내모습은.
"유서연?"
"아아, 응?"
"무슨 생각하길래 불러도 대답을 안해."
"아니, 그냥. 근데 왜?"
"밖에, 눈온다?"
"와, 진짜??"
"나가려고?"
"응. 헤헤, 올해들어서 처음내리는 눈이잖아."
"서연아."
"응?"
"아니, 같이 나가자고."
우리 헤어졌을때는, 가을이라서.
우리 사귀기 시작한건, 봄이라서.
우리 같이 한번도 눈맞은일 없었는데.
'친구'로써 같이 눈을 맞는거니.
.
\
2월 27일.
내일이면 아르바이트를 끝내는날.
잠들지 못하는 나처럼, 인호도 같을까?
그때였다.
탕!
내방 창문에 무언가 와서 맞았고,
그 둔탁한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았다.
아마 작은 돌멩이를 던진듯하다.
누군지, 그러다 창문 깨지면 어쩌려고.
방이 2층에 있는지라 허리를 굽혀 아래를 봐야했고,
우리집앞에 서있는 누군가의 모습은 날 놀라게한다.
"...강..인호?"
"그래, 나 강인호다!!"
"뭐야, 왜?"
베실베실 입가에 웃음이 번져갔다. 유난히 빨간 귀.
"너 바보냐?!!!"
"씨, 왜 갑자기그래!!!!"
울컥, 바보라는 말로 인해 또다시 흥분하게 만든다.
"너, 나밉지!!!!!"
"또 무슨소리하려그러는데!!"
"미안!!!!내가, 쓸데없이 너 못믿어서 미안해!!!!!"
"무슨소리냐고!!!..."
"자꾸 불안해서, 그래서 그랬어!!!!"
"........야!!!!!"
"..자꾸만 후회되서 미칠거같아서..만약에 너도 나하고 같으면.."
"..........인호야.."
"내려와, 병신아!! 목아프단말야!!"
깨끗하게 지워졌다.
머릿속이, 완벽하게 하얗게 변했다.
급하게 가디건하나를 대충 입고 나가면.
"불안했어. 너가 언제 날떠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미칠거같앴어.
상처받기싫어서, 먼저 헤어지자고 한거야. 그날, 아르바이트 처음시작할때.
너 그아르바이트 하려고 하는거 보고 편의점사장님한테 부탁했어.
월급은 안받아도 되니깐, 같이 일하게 해달라고.."
"...인호야.."
"나 무지 바보같지. 등신같지."
"................"
"만약에, 다음에,이제 봄이니깐 내년에
또 눈이 내린다면, 그눈 나하고 같이 맞을수 있겠어?
...아르바이트 끝나고나서도, 계속 둘이 같이 있을수 있을까?"
..대답이 꼭 필요했을까.
어느새 나는 자의로 인해 인호의 품에 안겨있는데.
"그거, 알아..?..."
"...뭐가..?"
"..너한테선, 맨날 레몬사탕향기난다?.."
"...................."
"쭉..너하고 같은 생각하고있었어."
..무슨말인가 하려하는지, 인호가 입을 막 열려할때.
톡.
콧등에 작게 떨어지는 눈송이.
".지금...2월인데..눈오네..."
톡.
이마에 작게 떨어지는 눈송이.
"응, 눈온다. 으와..우리 내년 기다릴필요없이 같이 보고있네."
활짝, 웃으면.
이번엔 입술에 내려앉은 눈송이.
그리고, 콧등, 이마, 입술.
눈송이의 흔적을 찾아 내 얼굴로 내려앉는 인호의 입술.
..심장전체가, 겉잡을수없을만큼 뛰고있잖아..
첫댓글 해피엔딩이네요! 잘보고갑니다ㅎㅎ~~~
으와 감사합니당
학원갔다와서 댓글하나달고.. 또 읽고...헤-공윤님아~ 이번꺼두 해피다.. 너무너무 재밌어요..>_<잘읽었어용>_< 또 써주세요ㅇㅅㅇ
감사합니다!! 으하하항 요즘 또 해피가 끌려서요. 님 진짜 제가 아끼고, 무지 감사하는 분이신거 아시죠??으히 사랑합니당ㅋㅋ막요랭
히히- 뭔가 아름다워요!!! 이쁜해피엔딩~~~!!!!
감사합니당!! 와 슬퍼지자-님께서 달아주신 꼬릿말에 답글올리고 왓는뎅ㅜㅜ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갈수록 작가님 글솜씨가 더 좋은것 같아요~ 글을 읽을 때마나 다른 느낌으로 감동 받네요 ㅎ
우와, 감사합니다^_^ 으하하항 아막 저 님꼬릿말만 보면 기분좋아져요
이번꺼도 정말 재밌어요!!갈수록 재밌어진다는~~앞으로도 많은소설부탁해요!^^!
와, 감사합니다!!!아까 전글에서 눈팅하시다가 단다고 하셨죠?? 으하하항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으하 감사합니다 !! 제가 사는 여긴 얼마전에도 눈내렸는데. . . 좋은하루되세요~
글 너무 잘쓰시네요.ㅠㅠ 이런 소설 참 좋아요.
우와 감사합니다 !!이런 소설좋아하세요??^_^으하하항 저까지 기분 좋아지네요. 좋은하루되세요~
꺄........너무너무멋있네요!ㅠ_ㅠ 요거말고도위에소설한개더있네요!? 그럼전그걸읽으로가야겠어요~~ 이힛, 그럼수고하시구요! 다음편에서뵈요^^
으하하하 아주 센스가 넘치셔요으하하항 넹 다음편에서 봅시당 우링!!!ㅋㅋㅋㅋ
으악;;;공윤님 너무 잘쓰시냉 =_= 아....내주위에 이렇게 잘쓰시는분들이 많았구나 //글 다시 못 쓸것 같아요 =_=; 에잇;;;;;;;;;;;;;;;;;재밋다.........ㅜ_ㅜ
......감사해요, 감사한데.....진짜 님도 충분히 잘쓰시거든요??ㅜㅜㅜㅜㅜ
히히잘되서다행이예요~너무너무잘쓰세요
하하 닉네임 또뵙니요. 감사합니당 ^_^
재밌어요^_^
감사합니당^_^
ㅇㅏ여주인공디게이쁜가바요ㅠ^ㅠ나도예뻐지고싶다.........................작가님디게잘쓰세요^^*
감사합니당^_^
이런 깔쌈하고 산뜻한 소설 정말 좋아해요^^ 두사람이 잘되서 덩달아 읽는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소설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당. 아 저 진짜 김여자님 소설좋아해요!! 팬이에요으어
저눈이첫눈이었다면더좋았을텐데^^ 작가님소설을읽다보면빠져들게되는것같아요, 유후~
으하, 감사합니다
아앗!! 이건해피!! 갠적으로 해피보단 새드를 좋아하는데.. 반공윤님 해피는 나름 느낌있네영ㅋㅋㅋ
나름 느낌ㅋㅋㅋ 네 좀 어색하졍ㅋㅋㅋㅋ
와웅~해피?? 해피도 잘 쓰시다니..이런이런... (질투하는ㅋㅋㅋ)
감사합니다!! 해피만 쓰면 어색해지는 저는 해피를 자제한다는.....ㄷㄷㄷ
공윤님소설 새드만 보다가 해피보니까 좀 어색한??ㅋㅋ암튼 잼있어요~
네 저도 막 새드에 길들여졌나봐요ㅋㅋㅋㅋㅋㅋ
와우 ㅠㅠ넘 잼써요 중독 된듯! ㅋㅋㅋ
감사합니다!
우오오오 역시 해피엔드란 좋은거야.... 음음..
동감이요♡
.. 어우 닭살이당 ㅋㅋㅋㅋ 빨리 들어가야지 엄마가 보면 어떡하려고 ㅋ. 해피보니까 기분좋아용 ㅎㅎ
으하 안녕하세요! 어우 닭살....
두사람이 잘되서 좋네욯ㅎㅎㅎ 잘보고가요^^
와.. 진짜 아름다운 사랑 ㅜㅜ
잘보고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