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지성사 분석과 기독교적 세계관> ♤ * 분석
a. 그리스-로마 시대: 인간적이고 결함이 많은 신들
현대 서구세계의 직접적인 조상은 그리스-로마 문명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삶의 가치를 부여한 것은 도시국가(pole)였는데, 도시국가는 그리스인들에게 참된 삶의 가치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터전이 되지 못했다. 도시국가가 고안해낸 신들은 유한한 존재들로서 큰 신들이 아니었다. 이 신들은 사람들보다는 큰 존재들이었으나 근본적으로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예컨대 헤라클레스의 상은 술에 취하여 오줌을 누는 자로 묘사된다. 그리스의 신들은 확대된 인간성일 뿐, 신성을 지닌 자는 아니었다. 이 신들을 다 합쳐 놓아도 삶, 도덕, 가치, 최종적인 결정 등을 위한 충분한 터전을 제시할 수 없었다. 이 신들은 이들을 만든 사회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회가 붕괴되면 신들도 덩달아 무너졌다.
로마는 황제에게 신적인 지위를 부여했고 황제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신처럼 통치했다. 황제는 정치와 경제를 비롯하여 로마인들의 일상 일들을 보장해주었다.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황제는 도덕과 가정생활을 법제화했고 아우구스투스의 후임 황제들은 인상적인 법률개혁과 복지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그러나 인간 신이라는 신적 대체물은 빈약한 터전이었다. 황제라는 신적 대체물은 로마의 폭력과 성적 타락을 막을 수 없었다. 우선 로마 문명은 매우 잔혹했다. 로마 문명의 잔혹성을 잘 드러내는 관습이 검투사 경기였다. 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이 칼로 잔인하게 상대방을 살해하는 동안 로마 시민들은 관중석에 앉아서 즐기면서 관람했다.
특히 로마는 하나님만을 신으로 고백하고 황제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을 경기장에서 맹수를 풀어서 물려 죽게 했고, 로마인들은 관중석에 앉아서 이 광경을 즐기면서 관람했다. 동시에 로마 문명은 성적인 타락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예컨대 폼페이는 음경(phaltus) 숭배가 강했고, 과장된 성행위에 대한 묘사가 조각과 회화에 반영되어 있다. 결국, 로마는 이방인들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하고 멸망했다. 로마의 신적 대체물인 황제는 로마 시대에 건축하여 오늘날도 유럽에 많이 남아있는 아치형 돌다리들과도 같았다. 이 다리들은 튼튼하게 지어졌으나, 현대에 들어와서 화물트럭이 짐을 가득 싣고 건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 아치형 돌다리처럼 로마인들이 신으로 섬기고 따랐던 황제는 로마인들의 삶과 도덕을 지탱해주지 못했다.
~이상원,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 변증》, p.6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