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강병인 멋글씨작가]
한글 광화문 현판, 시대적 배경
1919년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 중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어 대한민국은 올해로 건국 100돌을 맞았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광화문은 경제개발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지나 시민혁명에 이르며,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상징이 되었다.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반드시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따라서 광화문 광장의 중심에 서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경복궁의 문, 광화문과 광화문 현판은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첫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자로 되어있는 ‘光化門’ 현판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답게 상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로쓰기 방식으로 읽으면 ‘門化光’이 되는 현재의 광화문 현판은 이 나라가 중국인지 대한민국인지 구분할 수 없게 해 놓았다.
전 세계인들이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려는 열기로 가득하며, 그들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큰 기쁨이 되고 있다. 그런 그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했을 때 맨 먼저 만나고 싶은 것은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이고 두 번째는 ‘한글’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대한민국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해서 그들의 눈에 가장 크게 들어오는 문자는 ‘한글’이 아니라 한자 ‘門化光’이다.
실례로 중국의 천안문 광장에는 청나라의 상징인 자금성을 뒤로 두고 ‘마오쩌둥의 사진과 현재 중국의 문자 간체로 된 글자’로 오늘날의 중국을 상징하며 수많은 중국인이 찾는 성지이자 자존심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 중국의 상징을 먼저 살피게 한 뒤 청나라의 상징인 자금성으로 들어가게 한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수도에 세워진 워싱턴기념탑은 미국인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다. 이 기념탑은 미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위업을 기념하기 위해 1848년 착공하여 37년만인 1885년 완공되었다. 워싱턴 D.C.에서는 이 기념탑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없도록 제한한 법규가 있어 워싱턴 기념탑을 더욱 미국의 상징답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
서유럽에 있는 아르메니아는 터키나 소련 등 잦은 외세의 침공으로 늘 불안했던 나라지만 405년 무렵 만들어진 자국의 문자 ‘아이브벤’을 통해 그들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천년 넘은 교회 건물들과 거리 곳곳에 그들의 문자를 새겨 놓음으로써 문자를 통해 국력을 하나로 묶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보다 더 뉴욕을 상징하는 ‘I♥NY’. 1970년대 중반 뉴욕주는 관광수입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자, 특별한 프로젝트를 당시 뉴욕에 사는 삽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1929~)에게 맡기게 된다.
그 당시 뉴욕주의 관광 구호인 “Virginia is for Lovers”에서 영감을 받아 빨간색 하트가 들어간 I♥NY(I Love New York)으로고가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다. ‘I♥NY’ 광고 캠페인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뉴욕의 관광 수입은 캠페인 시작 1년 뒤에 1억 4천만 달러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념품에 디자인되어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으며, 지금은 뉴욕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광화문 현판이 훈민정음체로 교체된다면 디자이너나 서예가,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광화문’을 다양한 글꼴로 개발하여 상품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의 정신을 표방할 수 있는 상징이 필요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한글 광화문 현판, 시대적 요구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광장에 자리 잡은 한자 현판은 반드시 한글 현판으로의 바뀌어야 한다. 이는 시대적 요구다.
현재의 한자 ‘光化門’ 현판이 만약 공간적으로 광화문 광장에 있지 않거나 광장의 이름이 ‘광화문’이 아니라면 이런 주장도 사실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현판에 사용된 글씨는 서예로서 갖추어야 할 예술성이나 기운 생동감이 전혀 없다.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대한민국을 상징하지도 못한다. 천안문 광장처럼 광화문 앞에 새로운 건축물이나 상징물을 세울 수도 있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거니와 또 다른 국력 낭비가 될 뿐이다.
광화문을 찾는 수많은 내외국인이 제일 먼저 만나고 싶은 것은 한글이지 한자가 아님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한글 현판으로의 교체를 통해 대한민국의 상징을 바로 세우고 우리의 자긍심과 정체성, 그리고 우리 민족의 저력을 널리 표방해야 한다.
광화문, 새로운 한글 현판은 훈민정음체로 바뀌어야 한다
그 까닭은 사실 차고 넘치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훈민정음해례본》 서문에서 밝혀놓은 한글 창제의 배경과 과정을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표 1>.
첫째는 다름이다.
세종은 우리말이 중국과 다름[異]에도 한자를 쓰고 있으므로 새로운 문자가 필요하다는 주체적인 생각을 먼저 드러내고 있다. 중국 외에 일본마저도 자국의 문자가 있는데, 왜 우리는 독자적인 문자를 갖고 있지 않으냐는 ‘자각’과 더불어 ‘다름’에서 출발한 것은 독창적인 사고와 오늘날 용어로 말한다면 매우 디자인적인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훈민정음은 하늘과 땅, 사람이 어우러지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바탕으로 우주만물이 내는 소리의 이치를 시각화한 합리적이고 개념적인 디자인 결과물이다.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회사의 표어를 ‘다른 생각(Think Differnt)’로 정했다. 그렇지만 세종께서는 600년 전에 이미 ‘다른 생각’으로 한글을 만들었다.
둘째, 평등하고 민주적인 문자
한자를 모르는 일반 백성들은 읽고 쓸 수 없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핍박한 삶을 살고있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세종은 보았다. 당시 지배계급인 양반들은 한자를 읽고 쓸 수 있어서 문화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글 모르는 일반 백성들을 위해 새롭게 문자를 만들겠다.’라는 것은 군주국가인 조선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으나 세종은 한글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만백성의 지적능력 향상을 도모하여 평등한 사회,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했으니 널리 이롭고 지극히 민주적인 문자다.
셋째, 사랑의 실천
훈민정음은 문자를 몰라 제 뜻을 펼 수 없는 백성들을 사랑[憫]하는 세종의 지극한 마음의 표출이다. 현대 디자인 전략에 있어서도 단순히 기능만이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사랑’이 없는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되고 마는데, 한글은 과거, 현재, 미래에도 우리에게 유익하고 이로운 발명품인 것이다.
넷째, 쉽고 과학적이며 예술성이 뛰어난 문자
훈민정음에는 문자를 전혀 모르는 일반 백성들을 위해 배우기 쉽[易]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쉬움의 원리에는 애민정신과 과학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으며, 표음문자의 자질뿐만 아니라 표의문자의 자질을 갖춤으로써 한글의 예술성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솟다’라는 글에서 ‘솟아나 뻗어 나가는 기운’을 글씨로 표현하면 <그림1>과 같다.
음양오행의 원리에서 ‘ㅗ’와 ‘ㅏ’는 양에 속한다. ‘ㅗ’는 위쪽으로 솟아나는 모양새이고 ‘ㅏ’는 오른쪽으로 뻗어 나가는 모양새로 자연스레 만들 수 있어서 ‘솟아나 뻗어 나가는 기운’을 글씨로 표현하여 한글의 표의성과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다. ‘ㅓ’는 ‘ㅏ’가 되고, ‘ㅗ’는 ‘ㅜ’가 되는 순환의 원리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적게 한 한글은 매우 과학적인 체계이며, 아래 ‘ㆍ’의 획의 변화를 통해 글이 가진 뜻과 소리를 표현할 수 있으니 한글이 소리글자의 한계마저 뛰어넘는 예술적인 가치가 뛰어난 문자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다섯째, 편하게 쓰라
새로운 문자를 읽혀 양반이든 평민이든 모든 백성이 편[便]하게 쓰라는 보편화와 실용정신이다.
이렇게 《훈민정음해례본》 서문에서 밝혀놓은 한글창제의 의의는 문자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기능인 정보 전달과 공유를 통해 소통하고 조선만의 문화중흥을 꾀하고 있으며, 학문진흥의 수단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만백성의 지적 능력의 향상을 도모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위한 토대를 쌓은 것이다. 또한, 한글은 전환이 무궁하기에 후대가 스스로 다양한 꼴, 곧 디자인적인 가치와 예술적인 가치를 키우며 발전해 가기를 기원했다.
이밖에도 한글의 첫 모습인 ‘훈민정음체’는 쉽고 간결한 기하학적 도형으로 만들어져 가로쓰기와 세로쓰기에 적합하며, 판독성과 가독성이 우수하다. 또한, 24개의 모음과 자음만으로 컴퓨터 자판 내에서 모든 글을 입력할 수 있는 체계로 21세기 첨단시대에도 쓰임은 날로 새로워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렇듯 광화문, 한글 현판을 ‘훈민정음체’로 바꾸어야 할 까닭은 차고 넘친다.
광화문 한자 현판, ‘훈민정음체’로 바꾸어 대한민국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바로 세우자.
가장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결과물인 한글, 한글의 첫 모습인 '훈민정음체'로 바꾸어 대한민국의 상징을 바로 세우는 것은 시대적 요구다.
‘훈민정음’은 15세기 경복궁의 주인이었던 세종대왕께서 만든 문자이고 ‘光化門’ 역시 세종 시대에 지어진 이름이다. 또 지금의 광화문 글씨가 맨 처음 글씨도 아니다. 불타고 새로 지을 때 그 시대 사람이 새로 쓴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글씨가 원형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광화문 현판의 '훈민정음체'로의 교체는 어떤 서체나 어떤 사람이 글씨를 쓸 것인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 없이 국력을 보다 하나로 모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한자로 된 모든 문화재 현판을 모두 다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은 아니다. 오직 광화문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인 것이다. 중국인이나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대한민국의 상징이 된 광화문 광장의 현판만큼은 한자가 아니라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이 시대에 맞게 지금의 대한민국 문자인 한글로 광화문 현판을 새로 달면 그것이 역사가 되는 것이다. 적어도 200년 뒤에는 그것이 문화재가 되고 역사가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는 도도히 흘러가며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썩고 말 것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 스스로에게나 세계 시민이 대한민국을 찾았을 때,
光化門이 맞을지.
광화문이 좋을지.
첫댓글 광화문 현판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한문 현판은 한글로 바꿔야 한다. 이건 국가와 민족의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