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간식거리…신장염에는 명약 띠
▶삶이 고달플지라도
삶이 고달프다고들 한다. 초등학교 동기회에 나가보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중반을 넘어 이순耳順을 바라보며 이제는 삶의 기반이 빈․부 어느 쪽이든 어지간히 결정이 되어 있음을 본다. 그 중에서는 객지로 나가 대단한 재력가로 출세한 친구들도 있다. 이러한 친구가 동기회에 나타나면 모여있던 몇몇 동기생들은 버선발로 저만치 뛰어나가 모셔오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어린날 팬티라고 할지 반바지라고 할지 헐렁한 바지 하나 걸치고 구슬치기를 하다보면 꼬치가 다 보이던 옛 동무일 뿐이다.
독일 차 「아우디」라는 1억원짜리 외제차를 타고 수백만원하는 골프채를 휘두른다 한들 그 사람의 삶을 내가 부러워하지 않는 한 그가 내 앞에서만은 부자일 수가 없다.
당장에는 옳았던 것이 세월이 흘러서 보면 그릇된 것이었고 오늘의 그릇됨이 살아가다 보면 옳은 일이였음이 세상살이 아니던가?
광대놀이판 같은 인생
한번 귀하면 한번은 천해지는 것
마음에는 귀하고 천함이 없으니
좋을 것도 원망할 것도 없네.
宋代학자 王安石(1021-1086)
중국 송시대 법연法演 선사는 일상의 살림살이 지혜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복을 지나치게 추구하지 말게. 복이 지나치면 반드시 재앙으로 변하네. 세력을 다 부리지 말게.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네. 할말이 있다고 다 하지 말게. 반드시 허물이 생기네. 규칙을 세우되 너무 엄하지 말게. 무리가 따를 것이네. 가정에서도 자식한테 부모 권한을 다하고 너무 엄하면 틈새가 생길 것이며 부부간에도 할말이 있다고 다하면 칼로 물을 베도 앙금은 남게 된다. 복도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면 항상 목마른 빈곤, 부자가 하늘처럼 우러러 보이는 부의 노예가 될 뿐이니 욕심을 버려라. 바램이 없으면 두려울 것 없고 마음이 한가로우면 그게 복이다.
모옥茅屋, 모헌茅軒, 모당茅堂, 모사茅舍, 모암茅庵, 모문茅門 이 이름들은 다같이 띠풀로 지붕을 이은 빈한 집을 말한다. 모거호상茅居蒿狀 즉 띠풀로 지붕을 덮고 쑥대를 깐 마루집이니 곧 누추한 집 검소하게 살아가는 집이다. 띠집을 짓고 산다한들 그 속에 행복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 사람이 살아가면서 신념 때문에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구차하게 애써 피하거나 변명하고 억울할 일도 아니지 않겠는가.
▶어린 이삭을 뽑아먹던 유명한 「삐비」
띠는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고려때 이두향명으로 모향茅香, 치각유置角有. 조선시대는 백모향白茅香, 모근茅根, 때불휘라 하였다.
땅속 살찐 흰 뿌리줄기가 뻗어 가는데 마디에 털이 나 있다. 봄에 이 뿌리 마디에서 싹이 움터 나와 곧추서고 30~90cm 높이로 자란다. 벼잎과 같은 생김새의 좁고 긴 잎이 서로 겹치면서 포기를 이루는데 잎 가장자리를 만져보면 까칠한 눈에 보이지 않는 톱니가 있다. 이른봄 잎보다 먼저 연한 꽃이삭이 여린 풀껍질에 싸여 돋아 나온다. 이것이 농촌어린이들이 봄에 생것으로 먹을 수 있었던 그 유명한「삐비」다. 봄날 소먹이러 가면 산과 들에서 돗바늘을 닮은 가운데가 볼록한 피지 않은 띠꽃이삭을 한 운큼 뽑아 하얀 속살을 빼먹는다. 이삭이 꽃을 피우면 먹지 못한다. 띠꽃은 수상穗狀 꽃차례를 이루는데 흔히 이삭꽃이라 부른다. 6월경 피는 이삭은 흰털에 덮여있고 갈색빛 반점 같은 수술꽃밥은 꽃이 피어나면서 없어지며 은빛 백색 솜털만 남아 바람을 따라 날아간다. 이삭길이는 6~18cm 쯤이다.
제사지낼 때 맨먼저 향을 피워 하늘에 고하고 모사기茅沙器에 술을 나누어 부어 땅에 고하며 강신을 하게된다. 모사기란 시냇가 정결한 모래沙를 깨끗이 씻어 그릇器에 담고 그 복판에 띠茅 잎줄기로 작은 다발을 만들어 꽂은 것이다. 이렇게 신에게 제사 드리는 곳에 땅의 초목들을 대표하여 쓰이는 풀이 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잎과 줄기를 엮어 지붕을 이고 비옷 도롱이를 만들기도 했다. 띠는 한반도 산과 들 양지바른 초원 어디서나 잘 자라며 세계적으로는 아시아 온대지역에 분포하여 있다.
▶산야에 흔한 풀 신장에 전통 깊은 약
여름하늘 아래 흰구름 같은 하얀 꽃을 피워내는 띠는 한방에서 그 뿌리를 백모근白茅根 꽃을 백모화白茅花라 하며 약으로 쓴다. 고대중국 전설상의 세 인물 복희씨伏羲氏․신농씨神農氏․황제씨黃帝氏 이들을 삼황三皇이라 하는데 이중 농업과 의약을 창시했다는 신농씨가 지었다는 의서가 「본초」다. 이러한 본초경에 기록되어 아직까지 한방과 민간에서 귀한 약재로 쓰이고 있는 약초가 산야에 흔한 잡초같은 띠풀 뿌리이다. 띠뿌리에 관하여 「동의보감」 「다산방」 「약초지식」들에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띠뿌리 약성에서 맛은 달고 성질은 차며 심․비․위경에 작용한다. 열과 혈열을 내리고 피나는 것을 멎게 하며 어혈을 풀어준다. 약리실험에서 피응고 촉진과 출혈시간을 줄이며 핏줄 속 피 투과성의 저항을 낮추는 통관通關작용이 밝혀졌다. 혈병에 특효약이다.
그리고 열병으로 인한 갈증을 없애고 강한 오줌내기 작용도 확인되었다. 띠뿌리의 이뇨효과는 으름덩굴, 저령, 솔뿌리 혹보다 더 세다. 소변의 작용을 하찮게 여길 수도 있겠으나 몸 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배설시켜 신체기능을 조절하고 정상화시키는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러므로 강이뇨작용이 있는 띠뿌리는 매우 긴요한 약초며 한방의학에서는 이뇨작용이 탁월한 약초를 특히 귀하게 취급하고 있다.
약효는 해열, 발한, 해독, 지혈, 이뇨, 소염, 정혈들의 효능이 있다. 적용질환은 여러 가지 피나기-토혈 비혈 혈뇨 혈변 자궁출혈 산후출혈붕루 무월경, 열성병, 폐열로 인한 심한 천식, 당뇨 번갈증-병적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몹시 목이 마른 증상, 신장염, 방광염, 간염, 황달, 신장․심장성부종, 콩팥성고혈압에 두루 쓰이는 전통 깊은 약초다.
특히 민간에서 신장염의 명약으로 전래되어 왔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보채고 울며 심한 짜증에는 띠꽃 이삭을 달여 먹이면 좋은 효과를 본다. 고혈압에는 말린 띠뿌리 100g을 하루 양으로 달여 식후 30분 하루 3번 나누어 복용하며 10일간 계속하고 5일간 휴식하는 것을 3번 반복한다. 민간에서는 자양강장제로 쓰기도 했다.
약초 채취시기는 뿌리는 봄가을에 캐서 실뿌리와 인편은 제거하고 이삭은 꽃이 피기 시작할 때 거두어 씻고 썰어 햇볕에 말려두고 쓴다. 하루 쓰는 양 6~12g. 생뿌리는 30g. 물로 달여 나누어 복용한다. 평소 녹차만 고집하지 말고 띠 뿌리를 둥굴레뿌리차 같이 쓸쩍 볶아 두고 차처럼 끓여 늘 마시기를 권한다. 독성은 거의 없다.
「동의보감」에서 꽃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했다. 띠뿌리 꽃차를 만들면 어린 띠의 이삭 속살을 빼먹던 어릴적 그 맛이 지금도 날런지.
<艸開山房/oldm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