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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햇볕이 뜨거운 날이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강렬한 햇살. 장마와 태풍 사이에 낀 하루 동안의 외출 같다. 일주일 전에 파종한 쪽파가 싹을 밀어올리고 있다. 시험 삼아 못난이들만 골라 파종한 것 치고는 그런대로 괜찮은 모습이다. 햇빛을 못 본 탓에 노란색에 가까운 연두빛을 띄고 있는 것도 있다. 쪽파는 보통 파종후 40일 정도 지났을 때가 수확 적기라고 하니 8월 중순이면 햇쪽파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남들 파종할 때 수확하는 셈. 지난 주말에 옮겨 심은 대파 모종. 며칠 동안 땅바닥을 베개 삼아 누워 있더니 서서히 몸을 세우고 있다. 작물학 교과서에서는 대파 모종 간격을 10cm 정도로 해서 옮겨 심으라고 하는데 상업적인 목적으로 재배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좀 베게 심어서 자라는 대로 중간중간 솎아 먹으면 된다. 나의 경우는 보통 3~4cm 간격으로 심는다. 중간에 하나만 솎아 내도 7~8cm 간격이니 내년 봄까지 키우기에 충분하다. 모종 간격보다는 줄 간격을 신경쓰는 편인데 40cm 이상 넓게 하는 편이다. 대파는 옮겨 심은 뒤 보통 10개월 가까이 밭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봄 가을로 나누어 줄 사이에 상추나 열무 등의 엽채류를 키우면 풀 관리도 쉽고 대파의 그늘 덕분에 토양의 수분 유지에도 도움된다. 오늘이 7월 10일. 지금 강낭콩을 심으면 수확 가능할까? 강낭콩은 파종후 8~90일 정도면 수확 가능한 작물이니 10월초에는 꼬투리가 익을 것이다. 이 콩들은 지난 주에 수확한 것인데 그해 수확한 종자를 그해 다시 뿌려 수확하는 것은 아마도 강낭콩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래서 강낭콩을 두벌콩이라 하는 것이리라. 한쪽에서는 한창 꼬투리가 익어가는데 그 옆에서는 그 꼬투리에서 수확한 씨앗을 새로이 파종하는 풍경.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 칡꽃 ▲ 사리꽃 ▲ 줄강낭꽃 ▲ 완두콩꽃 강낭콩 꼬투리를 보고 있으니 콩과 식물의 꽃 모양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게 생각난다. 목본성에 가까운 칡이나 싸리나무의 꽃은 꽃만 봐서는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흡사하다. 왜 이 두 식물을 콩과 작물로 분류하는지 알 수 있다. 강낭콩이나 완두콩 역시 비슷하다. 저 모양에서 어떻게 긴 꼬투리가 맺힐까 싶은 궁금증이 생기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러 오류도 있지만 2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식물분류학의 역사는 감탄스럽다. 상추, 민들레, 쑥갓이 어떻게 같은 과 작물일까? 이들의 꽃을 보면 알 수 있다. 왜 같은 국화과 작물인지... |